‘사자보다 놀라운 생선!’토고인의 전통시장 탐방

조선닷컴

발행일 2013.02.14. 00:00

수정일 2013.02.14. 00:00

조회 2,172

'그 나라를 알고 싶으면 시장부터 가보라.' 이처럼 재래시장은 그 지역의 전통과 특산품은 물론, 지역민들의 인심까지 덤으로 경험할 수 있다. 최근에는 시장이 단순한 '생활' 공간을 넘어 즐기는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 하면서, 시장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도 늘고 있다.

그들 눈에 비친 한국의 시장은 과연 어떤 곳일까? 설을 앞둔 지난 6일, 한국 유학생활 4년차인 타쿠다 블레자(25. 토고)씨와 그의 친구 박이슬(26. 서울 화곡동)씨가 서울 종로구의 '통인시장' 탐방에 나섰다.

디자인대상을 수상한 통인시장 아트게이트와 그릇가게 장식.

사자머리보다 놀라운 생선머리에 깜짝!

한국 재래시장 방문이 처음이라는 블레자씨는 "토고 시장에는 사자머리도 팔아"라며 은근한 자랑을 늘어놨다. 그런 그를 놀라게 한 것은 시장 입구 첫 번째 생선가게. 친구 이슬 씨는 "사자머리도 아닌 아귀 한 마리에 뭘 그리 놀라냐"며 웃었다. 두 사람이 떠나는 시장 나들이의 시작이었다.

현대적인 디자인을 가미한 통인시장 입구 '아트게이트'를 지나면 시장 가게들은 저마다 특색 있는 상품으로 가게를 장식하고 있다. 시장을 둘러보던 블레자 씨는 "가게마다 관련 상품들로 꾸며놔 외국인인 나도 무슨 가게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내 점포들은 가게의 특징에 맞게 꾸며져 있다.

속옷가게에서 속옷을 유심히 살피는 블레자씨에게 이슬 씨가 "한국에서는 자녀들이 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선물한다"고 설명하자 그는 "나도 아버지께 빨간 내복을 선물하고 싶다"며 지갑을 열었다.

한 끼 식사도 즐거운 놀이, 수북이 쌓인 반찬은 '인심'

현재 서울 내 전통 시장들은 특산품 전시관을 만들거나 각종 문화행사를 열어 각 시장만의 색깔을 표현하고 있다. 통인시장에도 상권 활성화를 위한 대표 아이디어 상품이 있다. 바로 뷔페 시스템인 '도시락 카페'다.

도시락 카페의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고객만족센터에서 교환권 역할을 하는 엽전을 산 뒤, 시장 내 가게들을 둘러보면서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담으면 된다. 엽전은 하나에 오백 원이고, 엽전 열개면 성인 한명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통 가맹점'에서는 '도시락카페'의 엽전을 이용해 반찬을 살 수 있다.

시장센터에서 빈 도시락과 엽전을 건네받자 블레자씨의 눈과 발이 바쁘게 움직였다. 블레자 씨가 한 음식점에 들러 계란말이를 사자 주인 할머니는 "외국인이 한국말도 참 예쁘게 잘한다"며 호박전을 덤으로 건넸다. 이에 그는 "평소에도 정(情)같은 한국만의 문화에 관심이 많은데, 시장에 오면 인심이 뭔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여행할 때는 다양한 종류를 먹어보고 싶어 할 것"이라며 "도시락 카페는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한국 요리를 맛볼 수 있어서 좋다"고 입을 모았다.

상상도 못한 시장의 변신, 한국인도 깜짝!

이밖에도 통인시장에는 김밥 만들기, 비누 만들기 등 방문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특히, '내 맘대로 공방'의 목공예 체험은 평소에 하기 힘든 나무 공예를 직접 참여해볼 수 있고 완성된 제품을 가지고 갈 수도 있어서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시장 내 '내 맘대로 공방'에서는 다양한 목공예를 즐길 수 있다.

한국인인 이슬씨도 "시장을 둘러보는데 이런 체험을 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목공예 체험을 도전한 두 사람은 책 받침대 만들기 위해 나무를 다듬기 시작했다. 체험은 공방장이 곁에서 도와주기 때문에 초보도 쉽게 체험할 수 있다.

체험을 마치고 재래시장에 대한 소감을 묻자 블레자 씨는 "한국 전통시장의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사람들이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한국을 알고 싶어 하는 내 친구들과 함께 다시 찾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현재 통인 시장을 비롯한 서울 재래시장은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을 '전통시장 가는 날'로 지정, 각종 할인 행사 및 경품권 추첨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정상품에 따라서는 최대 50%까지 저렴하게 구입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재래시장은 더 이상 불편을 감수하고 지켜나가야 할 대상이 아닌 하나의 문화 아이템으로 변하고 있다. 이번 주말을 맞아 전통시장에 들러 달라진 시장 풍경과 문화를 그리고 옛 향수를 느껴보는 게 어떨까.

간편구독 신청하기   친구에게 구독 권유하기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내가 놓친 서울 소식이 있다면? - 뉴스레터 지난호 보러가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