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정직으로 시작해 정성으로 마무리하다

서울시설공단

Visit1,189 Date2014.06.26 00:00

종로지하상가 가시버시


[서울톡톡] 오랜 시간과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여 더욱 진한 매력을 발하고 있는 서울의 숨겨진 보물창고가 있습니다. 바로 서울의 지하도상가입니다. 베네핏은 앞으로 10회에 걸쳐 서울시설공단과 함께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서울 지하도상가 구석구석의 매력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명절마다 줄어드는 세뱃돈만큼 보기가 어려워지는 게 한복이다. 그러니 당신이 진짜 한국인이고 멋을 아는 사람이라면 한복을 한 벌쯤 사서 정성스럽게 보관해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종로 5가를 지나는 일이 생긴다면 구경이나 한 번 해보자. 부드러운 비단의 촘촘함과 고유한 색깔이 송혜교의 틴트만큼이나 매력적일테니까. 정직한 상담에 생각보다 합리적인 가격은 덤이다.


한복


– 안녕하세요. 주단집 사장님이신데도 예상한 것보다 훨씬 젊어 보이시네요. 한복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잘 모르는 사람이 한복을 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특별한 옷이라 배색이나 디자인을 일반인들이 잘 아는 경우가 드물거든요. 한복을 하는 경우는 대부분 가업이거나 종업원으로 바닥부터 시작한 경우가 많아요. 저는 부모님이 3,40년 영업을 하시다가 은퇴하신 것을 이어 제2 창업을 한 경우입니다. 시작한지 올해로 20년쯤 되었습니다.


– 상호명이 왜 가시버시인가요?
▲ 본래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진풍주단’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셨어요. 가시버시는 옛날 우리말로 ‘각시와 벗’이라는 의미입니다. 결혼을 할 때 ‘가시버시의 연을 맺는다’라는 표현을 쓰거든요. 아, 사실 네이버가 처음 만들어진 2000년대 초에 가시버시가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홈페이지를 올렸어요. 그때 검색 키워드는 가나다 순으로 정렬이 되었는데, 가시버시가 아주 상위가 될 수 있는 단어였죠(웃음). 그렇게 겸사겸사 가시버시라는 이름을 정했습니다.


– 와. 덕택에 손님 많으셨겠어요.
▲ 홍보를 공격적으로 했는데, 결국 너무 힘들어서 그만뒀어요. 보람있게 하고 싶은데 내가 케어할 수 없을만큼의 일이 되어버려서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거든요.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일이었어요. 결국 인터넷은 접었죠. 내 단골에만 최선을 다해서 하면 딱 좋더라고요. 그러고나서 몇 년 지나니까 인터넷 세상이 확 바뀌었네요(웃음).


원단


– 한복은 100%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나요?
▲ 바느질하는 공방이 있습니다. 바느질 방법도 이전에 비해 많이 전문화되고 세분화되었어요. 저고리, 치마, 남자 두루마기 등으로 각각 다 분업화 되어있고요. 옛날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쉽고 편한 일만 하려다 보니 젊은이들이 이 일을 선호하지는 않아요. 가장 젊은 연령대가 50대 중후반, 60대, 심지어는 70대까지도 수작업으로 한복을 만들고 계십니다.


– 한복을 맞출 때 고려하는 점들은 어떤 부분인가요?
▲ 손님들이 종종 ‘연예인이 입은 한복이 너무 예뻐요,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요청하세요. 그런데 그 한복이 나한테 잘 어울리는지는 별개의 문제에요. 키, 몸 체형, 얼굴 혈색 등에 따라 특정 색깔이 잘 어울리는 분이 있고 안 어울리는 분이 있거든요. 기본적으로 한복은 맞춤복이기 때문에 팔길이나 어깨넓이, 품(가슴) 등 사이즈를 재서 그 사람에 맞춰요. 주로 마른 체형은 밝거나 연한 색으로 품이 커 보이는 효과를 주고, 체격이 좀 있는 분들은 어두운 계열을 추천합니다. 얼굴색은 검은 계열, 붉은 계열, 노란 계열, 흰 계열로 나뉘는데, 예를 들어 빛이 검거나 노란 분들은 저고리로 노란색은 대면 안 되는 식이에요.


– 특별히 기억에 남는 손님을 소개해 주세요.
▲ 전에 어떤 여자 손님이 벨기에의 한 귀족과 결혼을 한다고 오셨어요. 그런데 그 귀족이 벨기에 왕족에 가까운 거예요. 벨기에 사람들 20여 명이 비행기 타고 오셔서 단체로 한복을 맞추어 가셨죠. 후에 들어보니 그 나라에서 일주일 동안 카퍼레이드를 할 정도의 결혼식이었다고 해요. 또 어떤 분은 신인 영화감독인데 돈이 없었어요. 한복씬이 있는데 한복을 할 수가 없어서 무작정 왔다고 하더라고요. 협찬해 달라고요. 순간 나도 모르게 알았다고 했어요(웃음). 대신에 잘 되면 나중에 꼭 이름을 올려드리겠다고 하셨고요. ‘동승’이라는 영화였고, 좀 잘 되었던 것 같은데…(웃음).


– 영업을 하시면서 가장 힘든 점은 어떤 건가요?
▲ 아무래도 한복의 수요가 줄고 있는 점이죠. 일본에는 기모노 입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어요. 성년식이나 중요한 모임에서는 꼭 기모노를 입어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한복을 사랑하는 마음이 점점 없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고유한 전통이 사라지게 되는 거죠. 개량 방식으로 가는 게 사실 전통이 없어지는 거라고 봐요. 입기 편한 것만 찾는 거죠. 이제 신부님이 결혼식때 조차도 안입으려고 해요. 최근들어 위기감이 들 때가 있어요. 입어야 하는 사람조차도 안입으려는 분위기거든요. 요새는 결혼식 때 폐백도 잘 안해요. 안 입게 되니 맞추지 않고 대여를 하려고 하죠. 웨딩드레스처럼요. 근데 그거 아세요? 빌리는 것보다 사는 게 더 저렴할 수 있어요.


저고리


– 한복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가 봐요.
▲ 가격은 천차만별이에요. 보통 한복 원단은 중소기업에서 가내수공업식으로 만듭니다. 수요가 많지 않아서 소량으로 짜요. 그래서 한복 원가는 크게 차이가 안나는데, 판매하는 곳에 따라 가격 차이가 너무 많이 나요. 아주 이름 있는 곳은 몇백만 원, 지역에 따라서도 강남은 7,80만 원에서 돈 백만 원까지 해요. 비싸니 대여를 하려고 하죠. 우리는 도매라 유통의 과정이 없다보니 가격이 저렴해요. 실크 100%로 해도 30만원대, 고급 홍두깨 원단 천연염색도 40만 원대면 만족스럽게 구매할 수 있어요. 더 실속있게 20만 원대도 가능해요. 그런데 보통 대여비가 15~25만 원 정도 하거든요. 대여하러 오셨다가 맞추는 분들도 있어요. 따져보니 대여비가 맞춤보다 비싸거든.


– 결혼을 앞둔 실속파에겐 정말 유용한 정보네요. 종로 한복점만의 특장점인 것 같아요.
▲ 여기 오시는 고객들은 다 서민들이에요. 저렴하게, 실속있게 하고 싶은 분들이 오시는거죠. 또 특별한 게, 종로 5가가 포목시장이 있던 곳이에요. 육의전 있죠. 동대문 안쪽이 시전이고, 동대문 밖이 난전이었어요. 종로2~6가가 조선시대 때 포목거리고요. 그러니까 비단을 거래하던 역사가 이어져 온 곳이죠. 주식회사 두산의 창업주도 포목점을 하시던 분입니다. 저 종로4가 사거리 코너에서 장사하셨던 과거가 있어요.


– 원래 광장시장 안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한복 도매시장이 있었다고 하던데요.
▲ 맞아요. 그런데 광장시장은 일반 손님을 만나기에 한계가 있었어요. 정해진 시간에 문을 열고 닫아야 하는 점, 일요일에는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이 영업에 영향을 미쳤지요. 당시 손님들이 6시 퇴근하고 오면 7시인데 그러면 장사할 수가 없거든요. 지금 여기(종오) 있는 분들이 광장시장에서 내려오신 분들입니다. 특성상 눈이오나 비가오나 항상 영업이 가능하고, 지하철이 바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접근성이 좋거든요. 교통이 편하고 시간 유동성이 있으니 장사하는 사람이나 소비자나 모두 좋죠.


– 한복일을 하시면서 가장 보람있는 때는 언제인가요?
▲ 손님이 만족할 때죠. 입고 나서 전화로 너무 잘 입었다고 연락주실 때요. 내가 잘해줘서 이 사람이 그 자리에서 빛이 났구나, 싶죠. 돈이 없어서 결혼 못하는 사람들 위해서 단체로 결혼식 하는 사람들을 위해 한복을 협찬해주기도 했어요. 어려우신 분들이나 단체, 이주 결혼부부들에게도요. 그 분들이 잘 입고 결혼식을 치뤘다는 것이 보람이 됩니다. 내가 한복 일을 하니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이잖아요.


– 한복 일을 하는데 있어 가시버시만의 노하우나 특장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자신있게 생각하는 게 ‘정직’입니다. 사실 어영부영 한복하는 분들도 없진 않거든요. 손님이 모르니까요. 다른 곳에서 한 옷을 가져오신 걸 보면 말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100% 실크라고 하고도 겉은 실크인데 안은 아니거나, 치마 저고리가 따로따로에요. 저고리도 깃 고름이 다 달라요.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인터넷 업체들에서 해온 걸 보면 기가 막힙니다. 자기가 입으면 그렇게 안했을 텐데. 짜투리 가지고 만들어 판 거죠. 나는 요만큼이 모자라도, 새로 한 피를 쓰더라도 아예 다시 합니다. 고객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하는 것이 제가 가진 경쟁력이라고 자부해요.


– 예상보다 정말 예쁜 한복이 많아요. 앞으로 한복이 주목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유행이 되어야 인식이 바뀌는데, 불편하다, 입을 일이 없다, 비싸다 하는 부정적인 면이 강조가 되다보니 사람들이 한복을 더 안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이게 한복 산업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입니다. 한복업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인식이 전환이 되는 지점이 필요해요. 대통령이 입은 모습을 국내외적으로 많이 보여주든지, 졸업식 때는 한복을 입는다든지 하는 변화들이 생긴다면 한복에도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생길 거라고 봅니다.






■ INFORMATION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종로4가 183 종오지하상가 B1 마-11호
(1호선 종로5가역 8번 출구에서 도보 2분)
전화번호: 02-2285-0011


* 위 글은 서울시설공단(http://sisul.or.kr)에서 발행하는 지하도상가 매거진 G:HA[지:하]를 편집한 것으로 매거진 전체보기::링크새창베네핏 매거진(http://www.benefit.is/)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매거진 G:HA[지:하]는 서울 지하도상가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Good: G) 상품, 즐거운(Haha: HA) 경험을 발굴하여 새로운 쇼핑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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