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대륙을 가로지른 `잇 템`, 아직도 갖지 못했는가?

서울시설공단

발행일 2014.06.11. 00:00

수정일 2014.06.11. 00:00

조회 1,285

[서울톡톡] 칠보' 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것이 떠오르는지? 박물관에서 본 팔찌나 보석함 같은 것이 떠오른다면 절반 정도 맞췄다. 중국에서 사온 기념품 열쇠고리가 생각난다면 70점을 주겠다. 100점짜리 답이 궁금하다면, 지금부터 소개할 '금선아트'의 이야기를 잘 들어 보길.

쏟아지는 '머스트해브 아이템'에 아무리 민감해도, 이렇게 멋진 건 본 적이 없을 걸?

공예품

솔직히, 선입견이 있었다. 칠보라면 막연히 전통 공예품, 왠지 촌스러울 거라 상상했다. 그런데 처음 금선아트를 찾았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투명하고 섬세한 색채와 광택을 자랑하는 '생전 처음 보는 것'이었다. 독특함과 멋을 자랑하는 액세서리, 누구에게 선물해도 센스 있다고 칭찬받을 사무용품, 공간의 품위를 높여 줄 인테리어 소품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매장 문 옆에 붙은 유명 TV 프로그램 출연 표시가 문득 눈에 띄었다. '칠보 달인' 김선희 대표가 운영하는 금선아트 매장에는 향로, 촛대, 함, 화병부터 액자에 담긴 작품, 칠보 장식 가구, 심지어 '칠보 꽃'까지 "이게 다 칠보라고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작품이 가득했다.

"생각하는 건 뭐든지 칠보로 다 만들 수 있어요. 액세서리부터 벽화까지 응용하지 못하는 곳이 없으니까요."

현대의 칠보는 바탕이 되는 금속판에 칠보작업을 한 다음 금속, 나무, 도자, 유리, 패브릭 등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붙일 수 있어 생활소품부터 인테리어까지 응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고 한다.

하늘을 찌리는 칠보공예품의 가치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비의 단골집

하지만 그래도 칠보는 '어머니' 들의 전유물 아니었던가? 금선아트를 주로 찾는 고객은 어떤 분들인지 물었다.

"물론 몇 십 년 단골도 많죠. 이방자 여사도 저희 단골이셨어요. 그때 당시 명휘원(의민황태자 부부가 설립한 지적장애인 복지 시설) 자금 마련하시려고 낙선재에서 칠보를 하셨는데, 저희한테서 직접 유약을 사다가 쓰셨죠."

칠보의 역사는 상상보다 훨씬 길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유럽,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수많은 역사 속 트렌드세터들에게 칠보는 '잇 템' 이었다고 한다. 조선 시대에는 '파란' 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일본으로 건너가 훨씬 다양하고 복합적인 '칠보'로 발전했다. 그리고 해방 후 1963년에 귀국한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비, 의민황태자비 (이방자 여사)가 그것을 다시 우리나라에 소개했다.

"저희도 그 무렵부터, 아버지 때부터 했으니까 45년 정도 됐어요. 맨 처음에는 '금하칠보' 였고요, 저는 파생된 '금선아트'예요. 금하칠보는 아버지, 다음에 큰 언니 김선경 대표, 그리고 조카 박수경 대표가 공동으로 3대째 하고 있어요. 저희 식구는 전부 칠보를 할 줄 알아요."

금선아트 바로 맞은 편에는 금하칠보 매장이 있다. 1967년에 시작, 지금은 서울 가산동에 본사를 두고 전국에 7개의 지부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으로 성장한 금하칠보는 직접 연구 개발한 수백 가지의 유약과 칠보 공예를 위한 반제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 금선아트는 칠보 교육을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자매 회사다.

"어릴 때부터 늘 봤지만 큰 관심은 없었어요. 그러다 아이들 키우고 매장에서 판매를 조금씩 도와줬는데 사람들이 자꾸 어디서 배울 수 있냐고 묻더라고요. 그 땐 칠보를 배울 수 있는 데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제가 가르치기 시작한 게 20년 좀 넘어요."

금하칠보는 남대문로 지하상가와 역사를 함께한다. 김선희 대표의 금선아트 역시 20년이 넘도록 쭉 한자리에서 수강생을 맞이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사무용품점이 많았지만, 금하칠보의 유명세 때문인지 공예용품점이 하나씩 입점해 지금은 공예 전문 상가가 되었다. 상가 리모델링 기간에 2년 정도 지상으로 옮기기도 했지만 공사가 끝나자 바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여기 계속 있어야죠. 남대문에 가면 금하칠보 있다, 하고 몇십 년 전에 왔던 사람도 다시 오면 아직 있네 하게끔 자리를 지켜야 해요." 김선희 대표의 말에서 남대문로 지하상가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이 느껴진다.

① 이곳에서 구입할 수 있는 수백 가지 칠보 반제품 ② 사용하기도, 선물하기도 좋아 최근 인기있는 USB ③ 남다른 빛깔과 광택을 자랑하는 칠보 액세서리들 ④ 머니클립, 명함집, 볼펜으로 구성된 선물용 세트 ⑤ Basic and the Best, 칠보 반지 ⑥ 혼수로도 사랑받는 명인의 칠보 작품

30년 후에도 아름다운 전통이 진짜 전통이다

금하칠보의 유약은 다양한 빛깔과 탁월한 투명도로 한국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제주도에서 '금하칠보개발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유약을 책임지고 있는 김선봉 명인은 창립자 김이두 씨의 아들이자 김선희 금선아트 대표의 오빠로, 칠보 유약 제조 기능전승자다. "국내 미술대학 공예 전공자라면 한 번쯤은 칠보를 해 보는데, 금하칠보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에요. 대부분 저희 유약 썼을 걸요." 김선희 대표의 말에서 여유로운 자신감이 느껴졌다.

국내 최초로 수백 가지의 반제품을 개발해 판매해온 것 역시 이 곳의 자랑이다. 귀걸이, 목걸이, 반지, 브로치 같은 액세서리부터 명함집, 머니클립, 볼펜, USB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실용성도 높다. 반지, 비녀, 노리개, 보석함 같은 전통공예품도 물론 있지만 지금 우리가 늘 가까이 두고 이용하는 것들에 응용할 수 없다면 전통은 생명력을 잃는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 이 가족이 대를 이어 지켜가고자 하는 '가업' 은 전통 칠보를 계승하고 보존하는 것을 넘어, 외국에도, 미래에도 자신있게 선보일 수 있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5 to 80, 칠보는 생각보다 어렵지도, 멀지도 않다

칠보의 매력은 불에 의해 완성되는 '색채'에 있다. 유약의 기본 컬러는 물론 바탕에 따라, 굽는 온도와 시간의 미묘한 차이에 따라 그 빛깔이 오묘하게 변한다. 때문에 한 가지 색의 유약을 열 명이 사용해도 결과물은 천차만별이고, 어떻게 해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이 완성된다.

게다가 그림솜씨가 없어도 손재주가 없어도 누구나 멋진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칠보다. 동판 위에 유약 알갱이를 마음대로 올려두기만 해도 녹으며 빛깔이 어우러져 색채 추상화 같이 멋진 모양으로 완성되기 때문. 그래서 '망친다' 는 것이 없지만, 혹시 마음에 안 들거나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유약을 다시 올려 또 구우면 그만이다. 칠보 재료의 특성상 몇 번이고 다시 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칠보는 순금, 순은, 순동 위에만 할 수 있는데 금, 은은 비싸고 기법이 까다로워 초보자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아름다움과 매력을 '있는 사람', '하던 사람'들만 접하기엔 너무 아쉽고 안타깝지 않은가. 그래서 오랜 연구 끝에 저렴하고 다루기 쉬운 순동을 이용하는 기법을 개발해 냈다고 한다. 덕분에 우리처럼 평범하고 주머니 가벼운 사람들도 얼마든지 칠보를 접하고 즐길 수 있게 된 셈이다. 칠보 체험은 다양한 반제품 중 만들고 싶은 것을 고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후 동판 위에 붓이나 꼬챙이로 원하는 색의 유약을 올린다. 유약은 가루를 물에 갠 형태와 작은 알갱이 형태로,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다룰 수 있다. 유약을 모두 올리면 전기로에 2~3분 정도 굽고 식은 다음 접착제로 제품에 붙이면 완성이다.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15분이면 끝나고, 완성품은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칠보를 알리는 게 목표라서 교육을 굉장히 많이 해요. 유치원생부터 어르신, 장애인까지. 누구나 쉽게 배워서 즐길 수 있는 게 칠보거든요."

금선아트에서 진행하는 교육에 참여하는 강습생은 유치원생, 미대 진학을 준비하는 고등학생, 초중고교 미술 교사, 금속공예 전공자, 4~50대 어머님, 70대 어르신까지 다양하다. 색다른 미술 체험, 새로운 공예 기법 연구, 단 하나뿐인 선물 준비, 고급스러운 여가생활, 나만의 힐링 타임. 수강생마다 이곳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공통점은 이곳에 있는 동안 모두가 즐거워하고, 작품을 완성해 가지고 나서는 순간 행복해 한다는 것.

자신의 색채 감각을, 혹은 운을 믿는가? 고생한 나에게 특별한 액세서리를 선물하고 싶은가? 요새 부쩍 속이 시끄러워 힐링 타임이 필요한가? 매주 월, 화, 목, 금에 강습이 있다. 정해진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니고 자신이 원할 때 놀러 가듯 방문해 체험 또는 수강을 할 수 있어 편하다. 직장인을 위한 강습도 매달 첫째, 셋째 토요일에 마련되어 있다. 전문 강습은 커리큘럼에 따라 진행되지만, 칠보 체험은 1:1 맞춤형이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해 만들어 볼 수 있다. 비용은 최저 3천 원 (아동용 체험 동판)부터 수십만 원까지 품목과 기법에 따라 다양하다.

■ INFORMATION
주소: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 4가 18-1 남대문로지하상가 40호, 41호
(지하철 4호선 명동역 5번 출구, 회현역 7번 출구)
전화번호: 02-774-1500
홈페이지: http://www.gumha.com/

* 위 글은 서울시설공단(http://sisul.or.kr)에서 발행하는 지하도상가 매거진 G:HA[지:하]를 편집한 것으로 매거진 전체보기::링크새창베네핏 매거진(http://www.benefit.is/)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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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 #지하상가 #금선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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