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입을 정장, 사기엔 아까운데 어떡하지?

시민기자 김영옥

발행일 2013.11.27. 00:00

수정일 2013.11.27. 00:00

조회 3,000

좌측부터 열린옷장 서동건, 정선경, 김소령 대표, 한만일 대표

기업과 상품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투자, 바로 '광고'다. 그러나 영세한 기업에서 광고비용까지 집행하며 운영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터. 서울시는 이렇게 경제적 여건으로 광고를 하기 어려운 비영리단체나 사회적기업 등을 위해 시가 보유한 홍보매체를 무료로 개방하여 광고를 지원하는 <희망광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대표 온라인 뉴스 <서울톡톡>도 이들의 희망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취재수첩을 들었다.

[서울톡톡] "감사하게 잘 입었습니다. 면접도 무사히 잘 치렀고요, 이젠 기다리는 일만 남았어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아요."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비영리민간단체 <열린옷장>을 직접 방문해 3박 4일 동안 빌렸던 정장을 반납하고 있는 중이었다.

광진구 화양동에 위치한 <열린옷장>은 잘 입지 않는 정장을 가진 사회 선배들로부터 정장을 기증받아, 청년 구직자들에게 면접용 정장을 대여하는 비영리민간단체이다.

"남성과 여성 정장 한 벌을 3박 4일 동안 대여하는데 2만 원이구요, 나머지 셔츠와 블라우스, 구두와 벨트, 핸드백, 넥타이도 빌릴 수 있답니다.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빌려도 3만 원이 넘지 않으니, 정장이 꼭 필요한 구직 젊은이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많이 된다고 볼 수 있죠."(열린옷장 대표 김소령)

요즘은 정장이 필요한 사람들의 수요도 늘어나 중학생에서 70대까지 <열린옷장>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연주회를 앞둔 중고등학생, 인턴 사원이나 입사 면접을 앞두고 급히 정장이 필요한 청년구직자는 물론 졸업 사진 촬영과 학교 행사 때문에 정장이 필요한 대학생들, 결혼식이나 집안 행사 때문에 정장이 필요한 중장년층 등 나이와 목적에 따라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고가의 정장을 한두 번 입자고 마련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옷장을 열어 서로의 옷을 공유하면 어떨까?

몇 년 전, 시민단체 희망제작소가 운영한 '소셜디자이너스쿨(SDS)'에 참여한 지금의 운영진들은 3개월짜리 강의가 끝나면서 사회를 변화시킬만한 아이디어를 조별로 발표하게 됐다. 민간씽크탱크 희망제작소에서 나눴던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은 각자의 직장으로 돌아간 조원들의 마음에 앙금처럼 남았었다. 처음엔 동아리처럼 모임을 이어가다 사회를 디자인할만한 '괜찮은 아이디어가 아까워서......'라는 마음에 광고회사에 다니던 이도, 일반회사에서 영업기획을 담당했던 이도, 공기업에 다니던 이도, 처음 아이디어를 낸 모바일 연구원도 끝내는 '그 의미 있는 시작'에 의기투합하게 됐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옷장을 열어 서로의 옷을 공유하면 어떨까?' 현재 <열린옷장> 운영진의 첫 마음은 이러했다. 어떤 옷이 어떤 사람에게 가장 필요할까를 생각하면서, 면접용 정장이 떠올랐다. 학생이나 취업을 앞둔 구직자들의 경우 특별한 날 정장을 입어야 할 때가 있지만, 몇 십만 원이나 주고 정장을 사기엔 부담스럽다. 또한 요즘 같은 경제난 속에서 옷장 속 '잠자고 있는 정장'이야말로 가장 적합한 공유의 대상이었다.

열린옷장입구

2011년 11월부터 설립을 준비하기 시작해 <열린옷장(www.theopencloset.net)> 웹사이트를 오픈하고, 올해엔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해, 서울시 공유단체로 인증도 받았다. 현재 서울시와 함께 <서울시민 열린옷장>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서울시민 열린옷장>은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받아 신청자의 집에 직접 찾아가 정리전문 예비사회적문기업과 함께 신청자의 옷장을 정리해 주고, 정장 기증도 받는 행사이다. 72가구가 12월 말까지 이 행사에 참여 중이다. 오는 12월에는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옷장 정리학교'를 계획 중이다.

열린옷장

이야기가 있는 옷장 공유의 시작, 행운과 감동은 덤으로!

<열린옷장>이 더욱 감동스러운 것은 특별한 운영 방식이다. 단순히 정장을 기증 받아 필요한 이들에게 저렴하게 대여해 주는 것이 아니라 기증자들에게 옷에 대한 사연과 청년 구직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 함께 보내주기를 권했고, 기증자들은 솔선해서 손글씨로 옷에 대한 히스토리와 응원 메시지를 정성껏 써서 정장과 함께 보내줬다.

'직장 생활 12년차입니다. 저도 백번이 넘게 서류를 내고 떨어졌답니다. 희망을 잃지 마시고 도전하세요(기증자 김민범)', '여러분의 첫걸음은 여러분의 인생에서 가장 힘찬 걸음이 되리라 믿습니다. 파이팅!(기증자 김맹규)', '저와 함께 힘든 고난을 다 이겨낸 정장입니다. 입고 힘내셔서 삶을 즐기시길 바랍니다(기증자 이태화)'

열린옷장 기증자 편지(좌), 열린옷장 대여자 편지(우)

정장과 함께 훈훈한 사연들이 속속 모였고, 운영진은 대여자들에게 정장과 함께 옷에 깃든 히스토리도 함께 제공했다. 좋은 기운 덕에 면접을 잘 봐서 당당히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주는 대여자들도 점차 많아졌다. 기증자와 대여자가 옷을 공유하면서 사회적 선후배라는 관계를 형성해 도움을 주고받는 경우도 생겨났다. 기증자들은 자신의 옷을 빌려간 사람들에게 그들의 전문 분야에 대한 조언과 격려도 잊지 않았고, 고마운 경험을 한 대여자들은 자신들도 물건을 기증하는 즐거운 동참을 이어갔다.

따뜻한 마음이 모이고 또 모여, 아름다운 선순환 구조를 만들다

<열린옷장>의 소식을 듣고 도움의 손길을 자처한 고마운 곳들도 생겨났다. 그 중 <열린옷장>의 모든 옷들을 무료로 세탁해 주겠노라 나선 하남의 '인수네 세탁소' 는 <열린옷장>의 큰 힘이 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정장 위주로 기증을 받다보니 셔츠가 부족한 상황이었으나 <열린옷장>이 둥지를 튼 건물에 입주해 있던 셔츠전문업체 '더 셔츠 스튜디오'에서 셔츠를 후원해 왔다. 기업들의 후원도 잇따르고 있다.

<열린옷장>은 옷뿐만 아니라 정신까지도 공유해 기증과 대여의 과정을 통해 의미 있는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는 중이다. 옷장 속 잠자는 정장이 있으시다면, 정장 입을 일이 있다면 <열린옷장>을 찾아가 보시라.

문의 : www.theopencloset.net / 070-4325-7521

■ 열린 옷장에 정장과 이야기를 기증하는 방법
 1. 기증 신청서 작성 - 열린옷장 홈페이지(www.theopencloset.net) 내에 기증후원
     / 정장기증 신청서에 이름, 주소, 전화번호, 보내려는 의류수 등을 적는다.
 2. 기증박스 우송- 기증하려는 의류수에 적합한 크기의 박스와 안내리플렛, 감사선물 등 우송
 3. 옷에 담긴 이야기 작성 - 박스에 동봉한 '나의 기증 이야기' 편지지에 옷에 담긴 이야기나 
    구직자 응원메시지를 적는다.
 4. 열린옷장으로 우송 - 박스에 기증 의류와 기증편지를 넣은 후 착불 택배로 보낸다.

■ 열린 옷장에 정장과 이야기를 대여하는 방법
 1. 방문 시간을 예약한다 - 070-4325-7521로 전화해 원하는 방문 시간을 예약한다.
 2. 열린 옷장 방문 - 예약 시간에 맞춰 정확히 방문한다.
 3. 원하는 옷을 대여한다 - 열린 옷장에서 신체 치수를 측정한 후 용도와 사이즈에 맞는 정장을 고른다.
 4. 입은 후 기간 내 반납 - 3박 4일 동안 사용 후 기증자에게 쓴 감사 편지와 함께 열린 옷장으로 
   반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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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광고 #열린옷장 #정장 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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