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공연? 유럽 여행 중에도 했죠~
발행일 2013.10.01. 00:00
[서울톡톡] 시민청 지하 1층 활짝라운지에서는 매일 깜짝 선물 같은 공연이 펼쳐진다. 클래식에서 7080 노래에 아카펠라, 요들, 랩, 국악까지, 게다 오카리나, 팬플룻, 색소폰 등 다양한 악기 연주는 물론이고, 무용, 뮤지컬, 마술, 마임 등 다양한 공연이 선보인다. 때론 페이스페이팅이나 캐리커처, 목공, 색체심리 같은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시민청예술가들이 꾸미는 활력콘서트다. 시민청예술가들이야말로 시민청을 예술과 낭만, 그리고 즐거움으로 가득하게 만드는 1등 공신이 아닐까 싶다. 그중 낭만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시민청 예술가 김원섭 씨를 만나보았다.
7080 노래에서 요들까지 노래가 있어 즐거운 인생~
통기타 반주를 곁들인 7080노래가 가족들과 함께 시민청을 찾은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함께 온 아이들이 지루해할 찰라 동심을 자극하는 동요가 이어진다. 때론 시민청을 찾은 어르신들을 위한 흘러간 옛 노래도 한 곡조 멋지게 들려준다. 알프스를 연상시키는 복장의 김원섭 씨는 동요에서 요들까지 그때그때 다른 관객들과 분위기에 맞춰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좋아하는 게 눈에 띈 거죠.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캠핑, 등산 등 좋아하는 게 많지만 제일 좋아하는 건 기타 치면서 노래 부르는 거거든요. 덕분에 인생이 더 즐거워졌어요."
우연히 인터넷 검색 중 시민청예술가 공개 모집 공고를 보고 신청하게 되었다는 김원섭 씨는, 지난 7월 공개오디션을 통과해 2기 시민청예술가로 선발되었다. 이곳 시민청뿐 아니라, 열린예술극장, 서울거리아티스트, 서울메트로 지하철 아티스트 등 서울 거리 곳곳에서 거리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엔 봐주는 사람도 없고 내가 이걸 괜히 시작했나하는 생각도 드는데, 계속 하다보면 스스로 자신감도 생기고, 점점 그 즐거움이 배가 됩니다. 마음이 즐거워지는 것도 좋지만, 건강해지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노래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합니다. 목소리 좋은 게 이득은 될 수 있지만 목소리가 좋다고 노래를 잘할 순 없지요.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나름 준비를 하는데 노래 연습도 하지만, 아침마다 운동을 해요. 윗몸일으키기 백 번, 푸시업 백 번씩... 다섯 가지 운동을 총 500번 정도 합니다."
올해 거리 공연을 시작하며 새롭게 시작한 운동이다.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하며 매 공연을 준비하는 게 관객에 대한 예의이자 책임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라 한다.
김원섭 씨는 유명 의류회사에서 무역 수출업 관련 일을 하다, 2000년 섬유산업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 벤처기업 아이작텍스닷컴을 설립, 제 1회 창업비즈니스모델 경진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한 벤처기업인이다. 하지만 기업인이라 넘기기엔 노래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요들 솜씨가 일품인 김원섭 씨는 학창시절부터 바젤 요들클럽 회원으로 함께 공연하고, 음악회에도 참여했다. 40여년을 그렇게 취미로 이어오던 음악은 이제 제2의 인생을 열어주었다. 지난해에는 우쿨렐라 연주자들과 함께 음반도 내고, 이제 거리 아티스트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때론 "길거리 공연을 이렇게 귀 기울여 들어보긴 처음이네요! 꿀꿀했던 기분까지 사르르 녹아버렸어요. 좋은 공연 감사합니다. 파이팅" 하는 여학생의 즉석 편지도 받고, 때론 그의 <할아버지 시계> 노래를 들으며 할아버지 생각에 눈물을 흘리는 아이를 보며 그렇게 시민들과 함께하는 시민예술가가 되어가고 있다.
40여일 유럽여행 중에도 즐겼던 버스킹~
2011년에는 유럽여행을 하며 즉석해서 거리 공연도 펼쳤다.
"한창 우쿠렐라 배우고 신나게 놀던 때라 우쿨렐라 메고 간 거죠. 즉석 거리공연을 했는데, 가는 곳마다 반응이 좋았어요."
유럽 거리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무대도 없는 거리에서 즉흥적으로 펼쳐지는 연주와 노래에도 환호와 박수로 호응을 보냈다. 가던 길을 멈추고 손을 치켜세우며 멋있다는 표현하고, 웃으며 윙크를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쾰른 성당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잠자던 백인 노숙자가 슬며시 일어나 노래에 맞춰 막 춤을 추더라고요. 그리곤 노래가 끝나니까 자기가 구걸했던 돈을 저한테 주더라고요."
듣고 보니 간이 무대까지 마련된 거리 공연임에도 무표정한 관객들이 대다수인 우리네 거리 공연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인 듯싶다. 맘껏 표현하고 즐길 줄 아는 유럽의 거리 공연 문화야 말로 거리예술가들에겐 큰 힘이 되고 관객들에겐 더욱 즐거운 공연이 되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요들로 시작한 음악 봉사
김씨는 음악으로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2000년경 서대문구에 위치한 아동복지시설 <송죽원>에서 아이들에게 요들을 가르쳐달라는 요청이 있어 시작하게 된 봉사활동은 어느덧 매주 참여하는 일상이 되었다.
"송죽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봉사하는 분들과 가까워지고 여기저기 함께 다니게 된 거죠. 몇 군데 고정적으로 다니다보니 여기저기서 요청도 오고, 어느 해에는 1년에 60회 정도, 그러니까 일주일에 일 회 이상 참여 했더라고요. 아이들이 있는 시설에선 주로 요들이나 우쿠렐라를 가르치고, 노인 분들이 계신 시설에선 주로 공연을 하죠. 요들도 부르고 트로트도 불러요. '할머니, 손뼉 치세요. 건강에 좋습니다' 하면서 말이죠"
알프스 지방의 독특한 창법으로 유명한 요들을 아이들도 쉽게 따라 배울 수 있다니, 가능한 일일까?
"요들이라는 것은 음의 높낮이가 차이가 클 뿐이에요. 보통은 도레미파솔라시도 계단식으로 올라가는데 우리는 한 옥타브씩 올라가거든요. 그 음을 내면 저절로 교차음이라는 게 생길 수밖에 없지요. 템포가 빨라지니까, 일종의 착음현상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들리길 그렇게 들리는 거죠. 그러니 요들은 음치가 아니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겁니다"
실제 요들을 좋아하는 이들은 요들클럽에 가입해 함께 배우고 연습하며 공연도 하고 있다. 이러한 요들클럽은 지역별 연령별로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어 누구나 가입해 함께 할 수 있다고 한다.
"거리공연이요? 제 생각에는 끊임없이 하고 싶기는 한데. 그래도 남들이 보는 눈이 있을 거 아닙니까. 한 오년정도는 지금 건강을 유지하면서 내 목소리를 내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어요. 그 후로는 잘 모르겠네요. 소리 곧게 뻗어 나와야 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그만 둬야지죠."
어린 시절 아련한 꿈 탓일까? 김원섭 씨는 마치 목장주인처럼 요들과 함께, 목가적인 노래들과 함께 인생 2막을 시작하고 있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기계음 대신 잔잔한 기타 소리와 함께 가슴을 적시는 노래를 들려주는 거리예술가를 꿈꾸며, 오늘도 거리에서 시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 활력콘서트 시민청 예술가 공연 시민의 삶에 활력을 더하기 위해 기획된 콘서트로 '시민청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시민청의 대표 상설공연프로그램 ○ 시간 : 평일 - 12:00~13:00, 18:00~19:00, 주말 - 12:00~19:00 상시운영 ○ 장소 : 지하 1층 활짝라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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