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예산이 흥정의 대상인가?
관리자
발행일 2013.10.01. 00:00
신용규(서울복지시민연대 대표)
[서울톡톡] 최근 현 정부가 기초노령연금 관련 공약을 스스로 수정하면서 복지공약에 대한 진의가 논란이되고 있다. 본래 복지공약 뿐만 아니라 선거 국면에서 정치권에서 생산되는 공약이라는 것이 일정부분 허구의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국민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정서적 공감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공약의 수혜자라 할 수 있는 절대수의 국민은 사회적 약자이거나, 혹은 복지정책이 국민의 생활경제에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파괴력은 실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복지공약이 자기 삶에 곧장 연결되기 때문에 공약에 따른 투표성향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며, 따라서 복지공약이 헛공약으로 되었을 때 받을 상처와 허탈감은 매우 깊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과 집권 1년도 안된 시점에서 복지공약 중 핵심축인 기초노령연금과 무상보육 공약에 대한 이같은 태도를 경험하니 우리 시민들의 절망은 익히 짐작 할만하다.
특히 무상보육의 경우 보육비 자체로만으로서 무상여부 보다는 사회복지적 차원에서 볼 때 다각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정책 사안이다. 출산정책, 여성정책, 교육정책, 고용정책 등 민생과 긴밀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미 정치·사회적 이슈로서 도출된 무상급식이나 반값등록금 정책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 중차대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금번 서울시와 중앙정부간의 갈등으로 불거진 무상보육의 문제는 선진복지사회로 가는 매우 중요한 정책적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내야 할 민생정책이다.
사회복지 정책이 지방비 부담 가중
또한 무상보육의 문제는 중앙단위의 주요 선거에서 단골 공약으로서 표몰이의 일등공신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나 재정부담 방식에 있어서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지방이양사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에게 재정부담은 물론 정치적 책임을 전가시키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까지의 보육정책은 선별적 복지로서 저소득층에 한하여 지원되었으나 2013년 3월 전면적인 무상보육이 이루어지면서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에 따른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부담액은 비율에 따라 각각 증가하였다. 서울시의 경우 국고보조율이 20%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전년대비 2배인 약 3,700억 원에 이르는 예산이 필요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는 복지정책 전반에 영향을 주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상황이다.
현행법에서는 전국단위의 국고보조사업 재원 분담에 대해 지방과 협의하는 법적 절차마저 없어 주로 국고보조로 이루어지는 사회복지정책이 지방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핵심요인으로 작용하고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하여 한편에서는 서울시가 타 지자체보다 재정자립도가 높다는 이유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이 주장을 뒤집어보면,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방정부의 부채는 늘어나도 상관없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보육사업 추경예산 편성을 둘러싼 갈등은 법적, 재정적 상황 외에 국회, 중앙정부, 지자체간 불신에 의해 장기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가의 보육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불신이 증가하고 있다.
보육은 의료, 주거, 교육, 치안, 국방 등과 함께 국민 개개인이 사회구성원으로서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가 보편적으로 보장해야하는 복지서비스이기 때문에 중앙정부 책임 하에 있음을 우리 정부는 다시 한번 재고할 일이다.
무상보육은 예산 부담에 있어서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현재는 서울시의 경우 임시방편으로 무상보육을 유지하고 있으나 중앙정부가 현재의 재정부담율 적용을 고집할 경우 내년도의 무상보육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무상보육 재정부담율을 2:8(서울), 5:5(지방)비율을 10~20%수준에서 중앙정부의 비중을 높이는 방안으로 논의 중이나 사실 10%, 20%의 문제가 아니라 근원적으로 중앙정부가 주체적으로 보육의 문제는 해결해야 하는 것이 국민정서나 법률적 취지를 감안할 때 맞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국회 최종 예산심사과정에서 여야의 합의로 전 계층 보육료 지원이 결정된 상황에서 최근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자 국고지원 비율을 흥정하며 여론을 호도하는 현 상황은 책임 있는 정부로서의 바람직한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와 여당은 당초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에 따라 본래적 취지를 살려 하루빨리 국회를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복지예산과 관련한 전반적인 재정 부담에 관한 논의가 되었으면 한다. 사실 복지예산의 문제는 보육예산 뿐만 아니라 지난 2005년 지방이양된 67개사업 전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음은 현장의 동일한 목소리이다. 예컨대, 서울소재 거주시설의 생활인과 전남소재 거주시설의 생활인이 다른 처우와 환경, 조건에서 공공서비스가 제공된다는 것은 지방화, 특성화 운운하지만 서비스의 당사자인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복지영역 지방이양사업은 67개 사업으로 전체 지방이양 사업 중 45%에 해당되며, 예산규모는 전체이양사업의 62%에 달한다. 지난 2009년 한시법으로서 효력이 종료되었으나 마땅한 대안 없이 다시 5년간 연장되어 있는 상태로서 사회복지계 차원에서 지난해 양대 선거 시 주요한 정책공약으로 제시된 바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균형적 복지서비스 제공 필요
현장에서 체감하는 복지예산 지방이양의 문제점은 첫째, 지방화의 본래적 취지와는 다르게 오히려 빈익빈 부익부 현상만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으며, 둘째, 복지시설의 특성상 복지사업을 지방위임 사무로 보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며, 나아가 일부시설의 경우 지역 내 님비현상이 있는가 하면 서비스의 대상 선정에 있어 타 지역의 클라이언트의 경우 양질의 서비스를 담보 할 수 없거나 배재하는 경우도 현장에서는 벌어지고 있다.
셋째, 지방비 비중 증가로 인해, 국가가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추진해야 하는 국가정책사업의 경우 수행의 어려움 발생하고 있다. 넷째,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지역별 격차 심화, 사회복지시설 서비스 대상자의 연고에 따른 비용부담 원칙의 한계 등 다양한 문제점이 도출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은 복지사업을 특정지자체 업무로 보는 시각이 교정되어 중앙정부 차원의 복지정책을 통한 균형적 복지서비스의 제공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2005년부터 지방이양된 복지사업의 일부 또는 전부를 2005년 이전 방식의 국고보조사업으로 환원하여 국가의 자국민에 대한 복지서비스의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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