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고향에 못가지만... 추석에도 일터를 지킨 사람들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3.09.25. 00:00

수정일 2015.11.20. 21:02

조회 2,485

[서울톡톡]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에는 시민에게 활짝 열린 공간, '시민청'이 있다. 시민들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지고 있으며,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 외국인 관광객까지 언제나 시민들의 발걸음이 가득한 곳이다. 그러나 '투어'가 아닌 목적으로 시민청을 찾는 시민들이 있었으니, 이현정 시민기자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서울시민들의 꿈, 희망, 도전이 있는 소박한 삶을 만나보자.

시민청은 추석 연휴 기간에도 활짝 열려 있었다. 전통 민속놀이체험에서 각종 전시, 활력콘서트, 국악공연까지 다양한 볼거리·즐길거리가 있어 서울에서 명절을 즐기려는 시민들에게 충분한 휴식공간이 되어주었다. 이는 명절 연휴를 반납하고 시민청을 지킨 시민청 직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 추석 연휴 고향길 대신 시민청을 지켜야만 했던 시민청 사람 박태식 씨를 만나보았다.

시민청 추석맞이 준비 이상 무!

연휴 첫날, 시민청엔 밤사이 긴 정적을 깨고 문화 향기 그윽한 음악이 흐른다. 박태식 씨는 활짝라운지에 음악을 틀어둔 후, 바로 지하 2층 시민청 사무실로 자리를 옮긴다. 이내 익숙한 동작으로 오늘의 일정이 적힌 안내문을 출력하고 창고에서 매트며 안내판 등 갖은 도구들을 챙겨들고 다시 지하 1층으로 올라온다. 정해진 장소에 안내문을 배치하고, 본격적인 시민을 맞을 준비에 들어간다.

활짝라운지에서는 윷놀이, 시민플라자에서는 사방치기, 비석치기, 오징어놀이, 시민발언대 옆쪽에서는 투호던지기, 지하 2층 바스락홀에서는 제기만들기 등 추석 연휴 기간에 시민청을 찾은 시민들이 명절맞이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준비가 한창이다.

이를 위해 시민청에선 며칠 전부터 시민플라자 바닥에 사방치기, 투호 던지기에 필요한 놀이판을 흰 테이프로 그려 놓았다. 직각을 세워 그리는 부분도 쉽지 않았지만, 오징어 놀이판의 동그란 부분은 난관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애써 그려둔 놀이판을 청소할 때 떼어버려 놀라 달려가 상황을 설명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시민청까지

시민청에서 박태식 씨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은 활력콘서트가 열리는 활짝라운지. 시민예술가들의 다양한 끼를 맘껏 발산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도와주는 이가 바로 박태식씨다. 마이크와 엠프를 설치하고 무대가 될 공간을 마련하는 일도, 공연을 영상으로 담기 위한 카메라를 설치해두는 것도, 공연 시 조명이나 음향 등 각종 기기를 조작하고 조절하며 원활하게 공연이 진행될 수 있게 도와주는 일도 모두 그의 일이다. 뿐만 아니라, 공연으로 지친 시민예술가를 위해 생수와 간식을 챙겨주고, 공연 중간 중간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CD에 담아 보관하는 일도 한다.

"크게는 시설관리, 공간운영, 공연오퍼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연 프로그램이나 교육 등 행사가 있을 때 거기에 맞춰 세팅도 합니다. 한 분야에 특화되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 하게 되죠."

완성도 있게 자신만의 전문적인 영역을 쌓아가고자 하는 부분에선 아쉬움도 있지만, 두루두루 경험하며 또 다른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넉넉지 않은 시민청 살림에도 다양한 문화행사와 실속 있는 프로그램으로 채워갈 수 있었던 것도 영역을 넘나들며 주어진 일을 해내는 이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인 듯싶다.

"처음 교양수업 과제로 '오 당신 잠든 사이'라는 뮤지컬을 봤는데, 그 때 감동 받아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기웃기웃하다가 아르바이트로 무대 쪽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로 대학로에서 일하다 우연찮은 기회에 가든파이브 크루도 하고, 연이 닿아 지역문화재단에서 일했죠. 그러다 시민청 개관과 함께 이곳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 편의 뮤지컬이 전공과 다른 길로 인도한 셈이다. 박태식 씨는 지금 맡아 하고 있는 활력콘서트와 같은 공연 관련 일이 가장 즐겁다고 한다.

"실제 이름난 공연은 오시는 분들이 다 알아서 하고 저희들은 도와주는 정도만 하면 되는데... 시민청예술가들 중에서는 아티스트 분도 있지만 아마추어 분들이 많아요. 주로 길거리 버스킹한다거나 실제 무대가 없는 곳에서 공연을 하는 분들이시죠. 무대 장치, 음향, 조명 등 기술적인 부분이나 공연 외적인 부분은 저희가 알아서 해드립니다. 하지만 공연에 대한 열정만큼은 대단한 분들이죠. 그래서 더 정이 가고 잘 해드리고 싶어요."

박태식 씨는 시민청예술가들뿐만 아니라 자원봉사 어르신들이나 공공근로를 하시는 분들과도 두루두루 친근하게 지내고 있었다. 지나다닐 때마다 눈인사를 보내며 한마디씩 얘기를 건네고, 혹여 무거운 짐이라도 옮기고 있으면 다가와 도와주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늘 환하게 웃으며 친절하게 대하는지라 누구나 편하게 느끼게 되는 듯싶다.

고향 대신 시민청에서 일하는 보람

"복잡미묘하죠. 가족들은 다 내려가서 친척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혼자만 서울에 남아 일하고 있으니... 처음엔 저도 가족들과 함께 내려가려 했어요. 그런데 근무 스케줄 짜는 선배가 낑낑대며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모양이더라고요. 명절 때 고향에 가야 하는 직원들이 많다 보니... 그래서 제가 희생하기로 하고 다음에 술이나 한 잔 사달라했죠.(웃음)"

올 추석, 박태식 씨는 명절을 쇠기 위해 경북 구미로 가는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했다. 대신 홀로 서울에 남아, 추석 연휴 내내 시민청으로 출근했다. 시민청은 월요일 휴관이다 보니, 평소에도 주말 근무를 해야 하는 곳이다. 남들이 쉴 때 일을 해야 하니 연애며 개인사 고충도 만만찮을 듯싶다.

"연애, 곧 할 겁니다"

호탕한 답변과 함께, 박태식 씨는 근무 여건상 만날 기회가 없어서 현재 여자친구가 없는 것이란 유쾌한 변명을 들려주었다. 주말근무 때도 그렇지만, 명절근무는 식사 때가 늘 고민이다. 서울시청 근처 식당들은 휴일엔 쉬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명절 당일 문을 여는 식당은 전혀 없다고. 그나마 문을 여는 패스트푸드점이나 24시간 편의점을 주로 이용하게 된다.

또한 명절 연휴엔 최소 인원으로 근무하게 되므로 내 일, 네 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변수에 대처해야 한다. 지난 1월 개장 직후엔 당황스러운 경우도 있었지만, 이젠 단련이 되어 모든 직원이 자신이 맡은 업무가 아닌 민원 업무도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도 평소 주말과 비슷하게 하루 평균 4~5천 명의 시민들이 다녀갔다고 한다. 이와 같은 명절 연휴엔 지방에서 올라온 친지들에게 서울 구경시켜줄 겸 시민청을 찾는 시민들이 많다. 비록 평소보다 적은 인원이 근무하지만, 알차게 준비해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사고 없이 지나가는 하루가, 나아가 시민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의 미소가 이들 시민청 사람들에겐 큰 보람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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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시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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