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복지재정 위기는 재원분담구조가 원인

관리자

발행일 2013.09.25. 00:00

수정일 2013.09.25. 00:00

조회 1,346

이재은(경기대 경제학과 교수, 전 한국지방재정학회장)

[서울톡톡]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광역단체인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유사한 문제를 놓고 전혀 다른 선택을 하면서 지방복지재정의 위기가 논란이 되고 있다. 둘 다 세수결손에 따른 재정긴장상태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은 똑 같다. 서울시는 무상보육재원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했고, 경기도는 재원부족을 이유로 무상급식지원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에서는 복지정책이 사회통합을 위한 국가의 기본적 역할이라는 사실을 외면한 채 이념논쟁, 나아가 색깔논쟁의 대상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모든 국민이 고루 행복한 사회'는 요원해 보인다. 노소를 막론하고 자살율 세계 1위가 자랑스럽단 말인가!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핵심문제를 방치한 채 지속가능한 사회경제적 발전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정치권은 더 이상 복지논쟁으로 국민들의 희망을 앗아가지 말기 바라며 쓴다.

지방복지재정의 위기는 한국사회 전체의 위기

지금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안고 있는 지방복지재정의 위기는 한국사회 전체의 위기의 반영이지만 실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관계에 온존하는 집권(centralization)체제가 핵심원인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권한배분에 대응하는 재원배분방식의 문제이다. 필자는 일단 보편적 복지(모든 국민이 대상)와 잔여적 복지(상위 30%계층 제외)를 둘러싼 논쟁은 접어두고자 한다. 왜냐하면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여당과 야당의 복지공약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의 재원배분방식으로는 지방복지재정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복지재정과 관련해서 드러나고 있는 재정의 실상을 살펴보자. 우선 지방의 복지지출은 2005년 복지관련 세출권한이 지방정부로 이관된 이후 지속적으로 그것도 빠른 속도로 증가해왔다. 2005년 지방재정에서 복지지출의 비중은 12%였는데 2013년도에는 22.3%로 늘었다. 특히 자치구의 경우 복지지출의 비중이 2013년도에 49.3%에 달하고 있다. 광주 북구의 경우 66.3%에 달한다.

기능이양 이후에도 기초노령연금이나 무상보육과 같이 지방에 실시의무를 강제하는 국고보조사업이 새롭게 도입되면서 지방정부의 재정부담은 크게 늘어왔다. 예컨대 보건복지부소관 국고보조사업의 규모가 2007~2012년 6년간 연평균 16.5% 증가했는데 지방의 의무부담은 연평균 21.5%로 증가했다. 지방재정이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앞의 글에서 세출의 자치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기관위임사무와 의무강제를 설명했는데 복지재정의 대부분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세출권한의 추가배분에 걸맞게 재원도 추가로 배분되었느냐를 검토해야 한다. 2005년도 기능 이양에서는 이전재원이긴 하지만 분권교부세라는 이름으로 지방의 몫을 정했다. 그러나 무상보육에 관한 입법과정에서 지방의 부담 증가 문제는 고려하지 않았다. 국고보조금이 배정되면 의무적으로 지방비를 부담해야 하는 지방정부들이 아우성을 치자 국고보조금의 지급비율을 차등화하는 조치를 도입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것은 다음 글에서 설명하겠지만 이명박정부의 무리한 감세정책이 지방재정을 심각한 세입결손 상태로 몰아갔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지방복지재정의 위기는 세출권한은 의무적으로 강제해놓고 세입권한(지방세의 비중이나 지방교부세의 법정률의 변화)은 강구하지 않는 중앙정부의 집권적 행태에서 비롯된 것이다.

'증세 없는 복지', 과연?

물론 국민의 입장에서 중앙정부이든 지방정부이든 내게 오는 복지혜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국민의 조세부담을 높일 것이냐 아니냐의 선택이 놓여있다. 지금 기초노령연금문제를 비롯한 박근혜정부의 복지공약이 후퇴하느냐가 뜨거운 감자로 등장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에서 필자는 정치권이 전체적으로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표를 얻은 후의 태도가 무책임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복지를 늘리려면 조세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복지선진국들이 걸어온 길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문제인데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최소한 증세를 안 하려면 감세는 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는가?

지방복지재정의 위기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세출권한에 걸맞게 세입권한을 재배분하거나, 아니면 세출권한을 다시 중앙정부로 가져가거나 아예 세출 자체를 없애는 방법이 있다. 일차적인 선택은 중앙정부가 해야 할 것이고 실질적 선택은 국민이 해야 할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라는 한국사회의 지속가능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보육과 교육 그리고 노인빈곤해소를 위한 복지지출이 필요하다고 동의한다면 재원조달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세출구조조정, 감면축소, 지하경제 활성화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세입조달에 부족이 발생하면 증세를 논의해야 한다. 그것이 국세이든 지방세이든.

본디 사회복지지출은 인구가 많고 소득이 낮은 지역에서 증가속도가 빠르고 재정상태가 열악한 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이 가중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동안 서울시보다 광역시 자치구의 복지지출 증가속도가 빨라 세출비중도 급증했었다. 그러나 영유아보육지출이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국고보조율이 낮은 서울시의 자치구도 재정부담이 급증했다. 그런데 자치구의 조세는 2개뿐이다. 특별시와 광역시의 자치구에서 복지재정의 위기가 더 심각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기능은 중앙정부가 강제해놓고 갈등은 광역과 기초 사이에서 증폭되는 셈이다. 젊은 세대가 많고 맞벌이 부부가 많은 대도시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결정이 지방복지재정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는데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국고보조율 인상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세입의 자치권을 확대해주든지 아니면 중앙정부의 책임인 보조율을 인상하든지 모든 해답은 중앙정부에 있다. 시민들도 정파적 편견을 벗어나 모든 국민이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더 바람직한 방안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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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지방재정 #정부 #지방자치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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