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청에 맥가이버, 아니 `한가이버`가 떴다!

시민기자 이현정

Visit2,734 Date2013.08.20 00:00






[서울톡톡]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에는 시민에게 활짝 열린 공간, ‘시민청’이 있다. 시민들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지고 있으며,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 외국인 관광객까지 언제나 시민들의 발걸음이 가득한 곳이다. 그러나 ‘투어’가 아닌 목적으로 시민청을 찾는 시민들이 있었으니, 이현정 시민기자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서울시민들의 꿈, 희망, 도전이 있는 소박한 삶을 만나보자.


시민청 지하 2층 동그라미방에서는 동그란 놀이터 프로그램으로 ‘한가이버와 함께하는 창의 목공교실’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오는 9월까지 매달 일요일 2회에 걸쳐 진행되는 목공교실은 시민청의 인기 강좌로, 수업을 진행하는 한가이버 한정현 씨를 만나 그 비결을 알아보았다.



한가이버 한정현 씨는 기자 출신 목수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조화신 소목장 전수교수로부터 사사받았으며, 현재 국내 유일의 체험형 생태 자연 목공방, 자연공방 생작(디에스아이생작, Saint Jacques THE Natural Artisan)을 운영하고 있다. 일상예술창작센터 명랑시장과 시민청, 김영사 등에서 목공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이력 때문일까? 한정현 씨는 체험 교육에 대해, 나무에 대해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상상하며 창조하는 노작, 목공


한정현 씨는 현재 시민청 동그란놀이터에서 뿐만 아니라 한마음살림장에서도 만날 수 있다. 한마음살림장에서 목공 체험을 할 수도 있고, 목공 소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이곳 ‘한가이버와 탕탕탕 생태 목공체험’에서 단연 인기 제품은 어린왕자. 어린왕자는 2단장 형태로 때론 사람 얼굴 모양이 되기도 하고, 혓바닥을 길쭉하게 내민 동물로도 변신이 가능하다. 이런 2단장도 처음엔 단순한 직사각형 상자 모양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누군가의 아이디어로 칸을 나눠 한쪽에 뭔가를 담을 수 있는 형태로 변화했다. 누군가는 여기에 뚜껑을 달기도 했다. 결국 아이들 나름의 즐거운 상상력을 발휘해 맘껏 표현하다보니, 이처럼 재미있는 인기 제품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이렇듯 이곳 목공 교실에서는 완성된 반제품을 가져와 만드는 수준이 아닌, 나무 재료를 이용해 각자 창의적으로 만들도록 하고 있다. 또한 나무를 직접 자르고, 붙이고, 꾸미는 전 과정을 모두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목공은 독일 등 유럽에서는 필수 교육과정으로 넣고 있어요. 목공은 기본적으로 양손을 모두 쓰고, 눈으로 교감하는 작업입니다. 또한 망치를 사용하면 청각적으로 소리가 나죠. 스트레스도 풀리고 굉장히 재미있어 해요. 몸의 감각적 기관을 총동원해 뭔가를 만들어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교육적 효과가 큰 것이죠.”


나무가 좋아 목수가 되고 나무의 경이로움에 빠지다



한가이버 한정현 씨의 목공 교실에선 나무에 대한 이야기도 빠짐없이 들려준다. 덕분에 참가자들도 나무를 그저 소품이 아닌, 생명이 깃든 존재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한다.


“나무 작업은 그만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재료의 물성도 충분히 알아야 하고… 나무조각 하나를 보더라고 거기에는 세월의 흔적이 모두 새겨진 나이테가 있죠. 나무는 죽어서도 습기를 빨아들이고 수축·팽창을 계속합니다. 그래서 이게 나중에 어떤 모양으로 수축·팽창할 것인지 감안하면서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나무(제품)는 길이와 두께와 모양과 향기와 컬러가 계속 바뀝니다. 참 재미있는 소재지요.”


한정현 씨는 나무가 좋아 목공을 하면서 나무에 대한 생각이 더 각별해졌다고 한다. 길게 잡아도 천만년도 안 되는 인류의 역사에 비해 3억년이라는 오랜 세월 지켜온 나무. 그렇게 나무가 있는 환경에서 나고 자란 인간이기에 본능적으로 나무가 좋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정현 씨의 나무에 대한 생각을 듣고 있자니, 나무에 대해 경이로움마저 느껴졌다.


“나무는 시각적으로 자외선은 흡수하고 적외선은 반사합니다. 그래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거죠. 청각적으로는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저음이나 중간대의 시끄러운 음악은 흡수해 걸러내고, 새소리 같은 명쾌하고 깨끗한 소리를 전파하죠. 사람이 듣기에 좋은 음역대를 나무가 전파해요. 그래서 실내 교실 같은데 나무를 놓으면 아이들 정서에 좋다고 하는 것이죠. 촉각적으로는 열전도가 적어요. 언제나 따뜻하니 집을 지어 사람이 생활하기 적당한 거죠. 후각은 나무 향도 좋고. 피톤치드 등 치유 효과가 있다 하죠. 미각으로 보면, 물푸레나무는 물이 파랗게 하고 물맛도 좋게 합니다. 단풍나무과 같은 고로쇠 수액은 맛도 좋죠.”



한정현 씨는 2007년에 경기도 퇴촌에 둥지를 틀었다. 상수원 보호구역이다보니 자연 속에서 나무와 호흡하며 지역을 일구는 일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지역 내 푸른숲발도르프 대안학교, 분원초, 광수중에서 목공 수업을 진행하고 있고 검천미술체험 교육장 목공 지도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한 퇴촌남종 생활문화 네트워크 ‘달팽이’에도 참여함으로써 생활문화 공동체 마을 만들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역 내 마을 만들기에도 마치 목공 작업을 하듯 견고하게 다듬어가는 그의 ‘탕탕탕’ 망치질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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