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넷 데리고 캠핑하기

시민기자 김수정

발행일 2013.07.26. 00:00

수정일 2013.07.26. 00:00

조회 16,097

[서울톡톡] 캠핑을 시작한 지 만 3년이 되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 사이 호주에서 꼬박 2달 간 캠핑하며 돌아다녔으니 텐트를 치고 접은 횟수는 아마 캠핑고수만큼은 될 듯 싶다. 하지만 캠핑용품도 거의 없고 캠핑 노하우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그저 가족과 함께 추억을 만들고 싶고,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어울리는 모습이 좋아서 캠핑을 떠날 뿐이다. 그러나 아이 넷과 캠핑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이제 캠핑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작은 팁들을 전해드리고자 한다.

우리 가족은 여행을 하면서 캠핑을 한다.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곳을 골라 근처 캠핑장을 검색한다. 마땅한 곳이 없으면 다른 여행지를 고르기도 하고 근처 알맞은 캠핑장이 있으면 그때부터 여행의 스케줄을 대강 잡는다. 예를 들어 순천만을 여행지로 삼았는데 근처에는 캠핑장이 없어 여수에 있는 캠핑장을 잡고 여수여행까지 일정에 넣는다. 대강의 큰 틀이 잡혔으면 캠핑장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본다. 캠핑장이 여러 개가 있을 경우 우리는 가장 저렴한 곳을 선택한다. 해수욕장 근처나 큰 공원 등에 무료캠핑장이 있다. 물론 시설이 크게 좋진 않다. 하지만 화장실과 때에 따라 샤워장이 있는 곳도 있다.

다음으로 선택하는 캠핑장은 국립공원이나 휴양림의 캠핑장이다. 가격대비 시설이 좋다. 기본적으로 화장실, 샤워장, 세면대, 취사장 등이 갖춰져 있다.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곳도 있고 온수가 나오는 곳도 있다. 설악산, 내장산, 안면도 등의 여행을 할 때 이용해보았다. 다만 예약을 해야 하는 경우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각자의 캠핑 스타일과 여행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캠핑을 자주 할 계획이라면 목록을 하나 만들어 놓으면 유용하다. 개인적으로 캠핑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짐을 싸는 것이다. 아이들의 짐까지 몽땅 챙기자니 결국은 하나씩 빠뜨리게 된다. 이럴 때 목록을 준비하면 좋고 부부 각자 고유의 품목을 정하면 훨씬 편하다. 예를 들어 부엌용품이나 세면도구 등은 아내가, 캠핑용품은 남편이 챙기고 마지막에 서로 점검해 본다. 개인적으로는 가능하면 짐은 간단하게 챙기고 불편함을 즐기는 여유로움을 갖는 것이 어떨까 싶다.

아이들의 물건 중에서 장난감은 전혀 필요가 없다. 캠핑장에서 굴러다니는 모래, 돌, 나뭇가지만 있다면 1박 2일이던 2박 3일이던 전혀 지루해 하지 않는다. 다만 여름이라도 산 속은 밤이 되면 추우니 긴 팔 하나 정도는 챙기는 것이 좋다.

식단은 미리 짜서 준비해 가면 편리하다. 어느 곳이나 작은 슈퍼 정도는 있지만 가격이 비싼 편이니 장을 보고 가는 것이 좋다. 요리에 사용할 야채 등도 간단하게 손질해 가면 좋다. 평소에 사용하게 된 일회용 컵이나 그릇 등은 모아 두었다가 가지고 가면 유용하다. 특히 아이들에게 먹였던 작은 약통은 간장이나 소금 등을 넣거나 세제 같은 것을 넣기에 적당하다.

여러 가지 준비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캠핑장에서 신나게 즐길 일만 남았다. 각자의 목적에 맞게 근처를 둘러보기도 할 것이고, 낚시를 한다거나, 등산을 하거나, 캠핑장에서 가족들과 뛰어 놀 수도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하던지 모든 일을 아이들과 함께 한다. 텐트를 치고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 등 의외로 아이들은 이런 일들을 재미있어 하고 아이들의 손이 꽤 도움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과 놀 때에는 적극적으로 함께 한다. 아이들에게는 뛰어놀라고 하면서 부모는 누워서 휴식을 취하려고 하면 아이들도 쉽게 흥이 나지 않는다. 국립공원이나 휴양림의 캠핑장에는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고 수영장이 있는 곳도 있다. 그리고 산 속이라면 대부분 근처 계곡이 있고 바다를 접하고 있는 곳도 많다. 자연에서 즐길 거리들이 충분하니 아이들과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자.

여행위주로 캠핑을 하다 보니, 낮에는 캠핑장 근처 가 볼만한 곳들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아이들과 함께 일정을 정할 때는 어른들이 소화할 수 있는 일정의 1/2로 정해야 한다. 걸음걸이가 느린 것은 물론 아이들은 의외의 곳에서 재미있게 놀 줄 안다. 즐기기 위한 목적이니 만큼 일정에 매여 서두르지 말고 아이들이 실컷 즐길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이동 시 낮잠이 드는 경우도 많다. 아이의 연령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유아일 경우 깨우지 않고 푹 잘 수 있게 해준다. 그럴 때는 차에서 대기해야 하는 시간도 생긴다.

신나게 즐기면서도 항상 캠핑장은 공공의 장소란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즐기기 위해 갔지만,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가능하면 밤에 캠핑장에 도착하지 않도록 하고, 어쩔 수 없다면 정말 조용히 텐트를 치면 좋겠다. 텐트도 아니고 캠핑카를 새벽에 설치하느라 굉장한 소음을 내는 경우도 있었는데 자다가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정말 보기 좋지 않았다.

전기는 가능하게 적게 사용해야 한다. 전기를 아껴 쓰자는 원칙적인 얘기만이 아니라 겨울철에는 전기사용이 과부하가 되어 끊어지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에 쓰레기는 확실하게 정리하자. 사설 캠핑장이 아니라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이용하면 서로 편하지 않을까 싶다. 망가진 텐트를 그대로 방치하여 자리를 이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경우부터 쓰레기를 모아두긴 했지만 쓰레기통에 가지고 가지 않고 자리에 놔두고 가는 경우까지 작은 것 하나라도 확실하게 치우고 가면 좋겠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고 우리 가족도 8월 초 극성수기에 삼척으로 캠핑을 떠난다. 다소 불편하기도 하고 육체적으로 힘이 들기도 하지만 한 번 캠핑에 빠지면 그 매력을 잊기가 쉽지 않다. 자연과 가까이 하는 느낌, 그리고 무엇보다 캠핑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여유로움이 좋다. 이런저런 안 좋았던 점을 나열하기도 했지만 실은 그런 사람들 보다 친근하고 정 많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물건을 나눠주기도 하고 문제가 생기면 여기저기서 도와주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아이들도 누구나 쉽게 친해져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제 캠핑을 시작한다면 미리 겁먹지 말았으면 좋겠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장비가 아니다. 텐트 하나 달랑 들고 무작정 떠나도 충분히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다. 내가 그랬고 당신도 그럴 것이다.

■ 내 맘대로 뽑은 캠핑장 베스트 3

○ 설악동야영장
여름휴가를 맞아 5일간 머물렀던 장소이다. 시설이 크게 좋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것은 다 갖춰져 있다. 오토캠핑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일반 야영지에서도 차를 옆에 주차시키고 전기도 쓸 수 있다. 화장실, 취사장 등 기본시설과 온수가 나오진 않지만 샤워장도 있다. 하지만 내가 매력을 느끼는 것은 캠핑장의 시설보다는 거기서 어떻게 지냈느냐 하는 것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설악산에 위치하고 있어 캠핑을 하면서 설악산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가기도 하고 속초 앞바다에서 해수욕도 즐겼다. 속초 시내를 돌아다니며 박물관도 가보고 갯배도 타는 등 여유롭게 즐겼던 기억이 난다.

○ 오대산 동피골야영장
지금은 자연 파괴로 폐쇄되었지만 산 속 깊이 한적하고 조용한 캠핑다운 캠핑을 할 수 있었던 장소이다. 6월말 아무 대책 없이 텐트하나 들고 찾아갔다가 한밤 중에 너무 추워 덜덜 떨며 차로 들어가 잠을 자기도 했다. 화장실과 취사장 밖에 없던 장소였지만 우리 가족을 합해 3팀 정도만이 캠핑을 해서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였다. 또한 오대산의 멋진 경치와 월정사의 고즈넉함에 매료되었던 곳이다. 그런 곳이 폐쇄되었다고 하니 아쉬움이 크다. 자연을 벗하고자 캠핑을 하면서 오히려 자연을 훼손하게 된다고 하니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이다.

○ 내장산국립공원 가인야영장
역시 캠핑장 자체의 분위기 보다 내장산의 아름다움으로 기억에 남는 장소이다. 내장산하면 떠오르는 단풍이 절정일 때 찾아가 알록달록한 나무들 사이에서 캠핑을 했다. 내장산을 탐방하러 온 탐방객이 캠핑장을 지나다녀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한편으론 축제와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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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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