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으로 원전 하나 줄여볼까?

시민기자 이현정

Visit1,604 Date2013.07.15 00:00

[서울톡톡] 잦은 고장에 이어 납품 비리까지 연이어 터지는 원전 관련 소식에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생각하면 그저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생활 속 꼭 필요한 전기를 직접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착한 에너지 만들기를 실천하는 협동조합의 이야기 속에서 지속가능한 에너지 확보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자.


해를 품은 학교, 착한 에너지를 만들다



삼각산 아래,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인 학교 옥상엔 햇빛을 전기로 바꿔주는 태양광 모듈이 비스듬히 세워져있다. ‘삼각산고 햇빛발전소’,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등학교 옥상에 들어선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의 첫 번째 햇빛발전소이다. 입구에 걸린 현판에는 차례로 새겨진 225명의 이름이 눈길을 끈다. 이곳 햇빛발전소 건립을 위해 참여한 조합원 명단이다. 삼각산고 햇빛발전소는 이렇게 뜻을 함께하는 삼각산고등학교 학생과 교사와 지역주민과 시민들이 십시일반 출자를 해 만든 발전소이다.


지난 6월 15일, 삼각산고 햇빛발전소 준공식 현장에서 만난 도상록 씨(53세)는 충남 서산에서 왔다고 한다. 우연히 잡지에서 햇빛발전 건립 소식을 접하고 기쁜 마음에 조합원으로 참여했다는데,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이 초기 조합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당시 선뜻 천만 원을 출자해 큰 힘이 되어주었다. 이날 준공식에 참여한 조합원들을 보니 가족단위 참가자가 많은 듯싶다. 인근 지역 주민은 물론 삼각산고 학생·교사·학부모들도 눈에 띈다.


“협동조합은 선생님께 얘기를 듣고 참여하게 되었어요. 이사로 선출되어 함께하고 있는데, 사실 처음에는 무슨 소린지 잘 모를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매달 있는 회의에 참여하며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구나’ 느끼면서 참여하길 정말 잘한 것 같다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의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손정은 양(삼각산고 3학년)의 얘기를 들고 있자니, 학교 안 햇빛발전소에서 청정에너지 생산에 대한 공부도 하고 새로운 경제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협동조합에 대해 몸으로 익힐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교육이 또 있을까 싶다.


에너지 소비도시가 아닌 에너지 생산도시로


“가까운 일본에서 일어난 3.11 도쿄전력 핵발전소 폭발사고는 모든 시민사회단체, 시민들에게 핵발전소의 위험성에 대해 무감각했던 우리의 사고를 깨우는 큰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핵발전소 중단과 재생가능에너지로 완전한 전환을 선언하게 하는 위력적 사고였는데요. ‘핵발전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라는 논리로는 이젠 더 이상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덮을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사무국장 강병식 씨의 설명을 듣자니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신재생에너지로 바꾸려는 노력이 더욱 절실할 듯싶다.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큰 도시 중 하나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입니다.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97%이상을 타 지역에 의존하고 있고, 그 중 30%를 핵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 쓰듯 에너지를 쓰면서 생산은 겨우 2% 정도 수준에 그치고 있는 서울. 이에 대한 반성으로 서울시민들이 ‘원전 하나 줄이기’를 위한 다양한 실천을 시작했다. 에너지 절약에서 나아가 최소한 우리가 쓰는 전기는 우리가 생산한다는 에너지 자립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서울 곳곳에서 설립되고 있는 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 바로 이러한 노력 중 하나인 것이다.


시민햇빛발전소는 이미 2005년부터 시작되었다. 서울 부암동의 에너지전환 사무실, 파주 창비사, 전북 부안 생명평화마중물 사무실, 원불교 부안교당, 부안 성당, 충북 괴산 흙살림연구소, 서울 화곡동의 요안원불교 외국인센터, 부천 지평교회, 서울 신문로의 일조각, 서울 용산의 청파교회 등 전국 각지에 시민햇빛발전소를 건설하였다. 다양한 시민참여로 건설되던 것이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후 협동조합이라는 법인체제를 갖추고 속속 선보이고 있다. 서울에서만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서을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강남햇빛발전협동조합, 금천햇빛발전협동조합 등 여러 곳에서 시민햇빛발전소를 추진 중에 있으며, 경기 시흥·안산·수원·고양·성남·부천, 경남, 인천, 아산, 대구 등 여러 지역에서 시민햇빛발전소가 만들어지고 있다. 원전 하나 줄이기를 위해서는 ‘절약도 필수, 생산도 필수’라는 생각으로 이젠 보다 많은 시민들이 햇빛발전소 건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좌충우돌 햇빛발전소 건립기


하지만 실제 시민햇빛발전소를 설치하는 일은 부지선정에서부터 어려움이 많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도 2012년부터 시민단체·기업 학교 등에 사업추진을 제안하고 여러 차례 설명회를 여는 등 다각도로 노력한 끝에 지난해 10월 삼각산고등학교 측으로부터 함께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부지가 선정된 뒤에도 그야말로 산 너머 산이었어요. 공유재산 조례에 따른 비싼 임대료, 생산된 전기를 보낼 계통연계선 유무와 비용, 시민들의 소중한 출자금으로 건립되는 만큼 믿을 수 있는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였지요. 또한 상업용 발전사업의 절차를 잘 몰라 준공일정도 몇 번이나 수정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발전 사업을 하는 전문가들이 아닌, 시민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었기에 좌충우돌은 계속될 수밖에 없었겠죠.”


실제 햇빛발전소를 설치하기까지 걸림돌이 되는 여러 문제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동안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자치단체에서는 시민햇빛발전소 설치에 걸림돌이 되는 제도나 조례 등을 손질했고 일반시민들이 보다 쉽게 햇빛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개선안을 마련했다. 서울시의 경우, ‘서울형 발전차액 지원제도’를 도입하고 공공건물의 비싼 임대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존 공시지가에서 발전용량에 따른 방식으로 바꾸는 개선안도 마련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서 나아가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도 시급할 듯싶다.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소형발전소 건립에 부담이 되는 현행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를 보완, 소형발전소에 한해 발전차액지원제도(FIT·Feed in Tariff)를 병행 실시하는 방안 등 제도 개선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의 2012년 12월 창립총회 당시 설립동의자로 참여한 조합원은 62명. 6월 준공식까지 225명의 조합원이 참여하고 있다. 삼각산고 19.11kw 햇빛발전소 건립을 위한 시공비 5,200만 원을 이미 훌쩍 넘긴 출자금도 모아졌다. 햇빛발전소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여느 협동조합이 그렇듯 이곳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도 초기 조합원 모집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간간히 가입하는 조합원들의 크고 작은 사연은 또 다른 희망이 되었다고 한다. 특히, 협동조합을 준비하던 초창기부터 작은 일에서 큰일까지, 회의, 단체 방문, 출자금 현황 등 모든 활동을 공개한 내용을 보면서 신뢰감을 갖고 가입하게 된 이들도 많다고 한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은 시민햇빛발전사업에 동의하고, 5구좌 이상(1구좌 만 원) 출좌하면 누구나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소 건립비용이 높기 때문에 조합원의 출자금은 대부분 발전소 시공비로 사용된다. 이렇게 발전소를 설치하고 생산된 전기는 한국전력공사에 판매하고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을 인증하는 증서를 발전사업자에게 판매하여 수익을 낸다. 수익금 중 정관에 의해 법적 적립금, 임의 적립금을 제외한 잉여금은 배당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자세한 사항은 조합원들이 모두 모이는 조합원 총회에서 결정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강병식 사무국장에 따르면 앞으로 태양광발전소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강북구청과 2, 3호 발전소 부지 선정과 조례 개정 등 폭넓은 협력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에서는 현재 조합원을 대상으로 ‘우리 집 새는 에너지를 찾아주는 주치의 상담’을 하고 있다. 에너지 절약 실천 방법과 절전량을 공유하며 실생활 속에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분기별로 조합원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조합에 대한 소개, 앞으로의 계획, 발전 사업에 대한 운영원리 등 소통하는 자리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준공식을 마친 후, 삼각산고 햇빛발전소 앞에 모인 조합원들의 햇살처럼 밝은 미소를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그 미소처럼 시민 공감대와 참여를 통해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고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확보에 ‘반짝’하고 해가 비추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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