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여성,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이현정

발행일 2013.06.19. 00:00

수정일 2013.06.19. 00:00

조회 1,741

[서울톡톡] 지난 3월 창립한 '소셜메이트 솜'은 기혼여성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다. 경력단절 여성들이 사회로 진출하기 위한 치열한 준비과정을 거쳐, 유연한 근로시간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직원협동조합이다.

"출산을 하면 거의 대부분 여성들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을 계속하거나, 아니면 일을 그만 두고 아이를 키우는데 전념하거나 이 두 가지 선택 밖에 없다는 사실이 늘 불만이었어요.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제일 먼저 떠오른 두 사람에게 연락했죠. 이걸 해결해보고 싶은데 나도 뭘 어떻게 해봐야 할지 모르겠지만 같이 해보지 않겠냐. 그렇게 해서 한 명 한 명, 이렇게 5명이 모여 학습모임부터 시작했던 것입니다."

조합원 장민경 씨는 그렇게 소셜메이트 솜이 시작되었다고 설명했다.

"아이가 돌이 지났을 때, 일반 기업에 취업할 기회가 생겼어요. 하는 일이 회계 쪽 일이다보니 일이 지나치게 많아서 야근도 많고… 아이를 키우느냐 일을 하느냐, 그때 아이를 키우는 선택을 했었어요. 그러고 나니까 더 걱정도 많이 되고 '정말 이제 할 일이 없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때마침 이 친구가 뭔가 한번 해보자 해서 함께 하게 되었죠."

당시 이선희 씨의 아이도 이젠 4살. 아이가 커가는 동안 이렇게 조합을 꾸리며 협동조합 이사장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2011년 8월, 이들이 처음 모일 당시만 해도 협동조합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저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싶은 여성들이 함께 모여 일을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만을 공유한 상태였다.

철저한 자기 준비부터 시작

그렇게 1년 정도를 계속 학습모임을 함께 꾸려왔다고 한다. 필독도서도 만들어 함께 공부하고 리서치도 하고 뭘 하면 좋을지 시장조사도 했다.

"경력단절여성이 아무 준비도 안하고 바로 시작했다면 일 이렇게 못해냈을 거예요. 이런 준비 과정이 정말 중요했던 거 같아요. 저희 같은 경우는 1년 넘게 수익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비를 들여 교통비, 식비며 다 써가면서 내 시간을 투여하며 이 일을 해왔었죠. 그 과정에서 몇 년간 일을 쉬었던 부분들을 다 극복할 수 있었어요. 저는 이런 단계가 없이 그냥 협동조합이니까, '경력단절 여성들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어요' 이건 전혀 아닌 거 같아요."

그렇게 문화센터부터 다양한 학습프로그램과 정부에서 하는 지원사업까지 모두 리서치 하고 여성들이 선택할 수 취업분야나 경력을 설계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철저하게 시장조사를 했다고 한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창업 전선에 뛰어든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4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하는 '청년 등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지원하여 좀 더 신중한 자기 점검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한다. 노력 덕분이었을까? '청년 등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되어 2,500만 원 정도의 지원금, 컨설팅 등 체계적인 창업준비 활동을 지원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는 다섯 사람만의 모임을 넘어서서 한층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1년 정도 지나니 슬슬 딜레마에 빠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 1년 동안 굉장히 많은 발전을 이뤄냈지만, 가볍게 말로 담아내기 보다는 좀 다른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글쓰기 워크숍. 3차에 걸친 워크숍을 통해 서로가 어떻게 생각해왔고 지금은 어떤 단계에 놓여있는지 서로 잘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팀을 다지고 조직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과정이었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직원협동조합

1년 반 정도의 준비과정 끝에 본격적으로 협동조합을 창립하게 되었다. 물론 설립 바로 직전까지 협동조합이 가장 적합한 방식일까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협동조합 방식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일정기간 일을 안 한 상태에서 다시 일에 복귀하려는 여성들이 모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책임감이라든가,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라 생각했어요. (직원)협동조합이 그렇잖아요.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용을 창출하는 개념이잖아요. 저희 같은 경우는 특히나 각자 전문분야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보니 딱히 상하관계보다는 개인책임주의, 무한책임주의를 더 강조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모두 스스로를 고용함과 동시에 우리는 모두 팀장이다' 하는 생각이요."

1구좌 5만 원, 6명이 10구좌 정도씩 출자를 해 250만 원을 설립 출자금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주 사업분야는 홍보마케팅과 디자인. 주로 사회적기업과 같은 사회적 경제 영역 안에 있는 기업들의 홍보를 대행해준다.

그동안 친환경 사회적기업인 '터치포굿'의 에코백 펀딩모금과 체험단 운영, 혁신형 사회적기업인 도시락가게 '소풍가는 고양이'의 고객분석 및 영업전략수립, 구로사회적기업특화사업단의 '구로디지털단지 소셜마켓'의 초기기획과 디자인작업 등의 사업을 진행해왔다.

"저희가 생각하는 유연한 근로시간, 그게 암묵적으로 합의가 됐을 때 파트너가 될 수 있어요. 아무래도 이미 네트워킹이 되어 있는 사회적 경제 영역 기업들이 이런 합의가 빨라요. 일반 기업은 더 많이, 더 빨리 일해야 하는 구조라 느린 속도로 가는 저희와 상호 교류하기가 쉽진 않죠."

이들은 직접 육아를 맡아 하는 여성이 마음 편히 일을 할 수 있는 유연한 근로시간을 지향하면서 양질을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 활동시간은 오전. 아이가 유치원에 있는 시간 동안 가능한 일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여성들을 위한 유연한 일자리가 더 많아질 수 있도록 그 모델이 되고 싶다고 한다. 노동에 대한 인식을 변화하고 여건을 조성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얘기다.

소셜메이트 솜 직원협동조합은 회계경영 프로젝트를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 또한 대안 커리어를 추가로 발굴하고 이런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커리큘럼을 개발하는 교육사업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아울러 엄마들 책읽기 모임 시작으로 커뮤니티 모임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이젠 모임도 어느 정도 정착되어 엄마들 스스로 안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소셜메이트 솜 직원협동조합의 모든 조합원들이 경력단절 여성은 아니다. 모임을 제안했던 장민경 씨도 계속 직장생활을 해오고 있었고 이소연 씨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일을 6년 정도 하다 보니 혼자 일 하는 것에 한계가 많이 느껴졌어요. 저 혼자 준비하고 일하고 계약하고 업체 만나고… '협업'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일을 하게 되니 책임감도 분산이 되고 어쨌든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조율하고 그러면서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게다가 계약에서부터 열악한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는 프리랜서들에겐 직원협동조합으로 함께하며 권리를 찾아가는 작업도 함께 할 수 있을 듯싶다.

신뢰로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협동조합

"100을 받으면 10% 각종 세금 내는데 10%는 조합을 운영하는데 사용하고, 10% 안에서 프로젝트 비용으로 쓰고, 나머지는 다 인건비로 책정이 됩니다. 다른 기업에 직접 취직하는 것보다 적은 금액일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근로시간이 중요하거든요. 육아를 하면서도 가능한 오전 시간 위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소셜메이트 솜 직원협동조합에서는 능력제로 임금이 지불되고 있다. 각자 가능한 시간과 상황에 맞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실적 여건이 다 다르니 이런 구조가 더 적합할 듯싶다.

"물론 프로젝트 양과 크기에 따라 수익의 불균형이 생길 수 있지요. 그런 것에 대한 사전의 협의 이런 것도 필요하겠지요. 그런 면에서도 협동조합은 굉장히 신뢰관계가 중요한 조직인 거 같아요. 서로가 서로에 대해 상호 발전하는 것을 기뻐하고, 저 사람이 큰일을 맡아 하는 것을 보며 믿고 지지하고... 이게 굳혀져야 조직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는 거 같고요."

올 한해는 매월 꾸준히 고정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클라이언트 사업 외에도 교육이나 컨설팅 등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협동조합도 기업입니다. 수익 부분에 있어서 굉장히 예민해야 하고 돈 버는 거 중요하거든요. 마치 설립만 하면 돈을 다 벌 것 같이 생각하시는 데 전혀 그렇지 않잖아요. 출자금 낸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지요. 지속가능한 과정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직원협동조합 소셜메이트 솜에서도 안정적인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들고 한편으론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소셜메이트 솜 직원협동조합에서는 예비조합원도 모집 중에 있다. 회계, 홍보, 편집디자이너 분야의 여성들을 찾고 있다.

"클라이언트와 저희와의 신뢰관계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일을 하고 싶다해서 바로 일을 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3개월 정도 예비조합원으로 함께 하며 서로 지켜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예비조합원 분들은 저희가 어떤 일을 하는지 보는 거죠. 저희도 그들을 보고 그들도 저희를 보는 거죠."

경력여성들이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멋지게 잡을 수 있도록 함께 준비하고,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통해 유연한 근로문화를 정착해 나가는 일, 이들 소셜메이트 솜 직원협동조합의 도전이 멋지게 성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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