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운영하는 직원협동조합 (2)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이현정

발행일 2013.06.12. 00:00

수정일 2013.06.12. 00:00

조회 3,666

[서울톡톡]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 두 번째 이야기, 이번 기사에서는 유지보수협동조합이 어떻게 역할분담을 해나가고 있는지, 일하면서 느끼는 재미가 무엇인지, 한편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실질적인 고민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역할분담의 지속가능한 직원협동조합의 틀을 만들다

"동업은 100%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생각합니다. 반면 협동조합은 법이 잘 되어 있어 그대로만 운영하면 문제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투명하게 정직하게 신뢰성 있게 하도록 법규가 잘 만들어진 것 같아요. 잉여 배분도 (납입출자금의) 10% 이내로만 할 수 있도록 못 박아 둔 것도 그렇고 정말 잘 만든 거 같아요."

동업의 경우 갈등을 겪게 되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대게 이익 배분 등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이익금을 많이 챙기고 결국 개인 사업화하려는 욕심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본법 상 여러가지 제한 사항을 만들어두었다. 조합원 1인의 출자좌수를 총 촐자좌수의 30%를 넘을 수 없도록 하고 출자좌수에 관계없이 조합원 1인 1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협동조합 기본법 제22조, 23조) 이윤 또한 법정적립금 임의적립금 규정을 두어 반드시 일정 규모의 적립을 하도록 하고 있고 손실보전과 적립 규정에 따라 적립 한 후 남은 금액에 한해 잉여금 배당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잉여금 배당 시에도 출자금 배당은 10% 이하만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대신 이용실적에 대한 배당을 총 배당의 50%로 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과 같이 직원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관리하며 운영하는 직원협동조합은 그 특성상 몇 가지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일반 협동조합의 경우 조합원 가입이 자유롭지만 직원협동조합은 조합원 가입을 제한할 수 있다. 직원수는 경영상 문제와도 직결될 수 있기에 당연한 조치일 것이다.

또한 임직원 겸직이나 비조합원 이용이 가능하도록 예외규정을 만들어두었다. 협동조합은 이사장 1명을 포함한 3명 이상의 이사와 1명 이상의 감사를 임원으로 두도록 하고 있다. 협동조합 기본법 제44조에 따르면 임원은 해당 협동조합의 직원을 겸직할 수 없다고 되어 있으나, 직원협동조합 경우는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령 제8조 1항에 따라 '조합원의 3분의 2 이상이 직원이고 비조합원인 직원이 전체 직원의 3분의 1 미만인 협동조합의 경우'에 한해 겸직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9조에서는 조합원이 아닌 자의 이용이 가능하도록 문을 열어두었다.

이와 같은 직원협동조합에서는 조합원의 역할분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업은 너나없이 능력도 없이 사장만 하려 하죠. 그래서 안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역할 분담표를 만들어 역할에 맞게 책임을 주고 관리하며 자기 역할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이사장 김희범 씨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에서는 조합원이 각자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맡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맡은 업무에 따라 기술이사, 영업이사는 관련 책임을 다 하고, 대표는 대표답게 일반적인 관리를 하고 중요한 결정은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운영회의나 총회에서 결정하고 있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투명성과 신뢰성입니다. 아니면 믿음이 깨집니다. 저희는 모든 것을 100% 다 투명하게 오픈해 두고 있습니다. 사업도 회계도 조합원들이 컴퓨터로 다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었습니다. 전 직원 모두에게 법인 카드 줘서 누구나 볼 수 있고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업무적으로 주어진 역할은 있지만 어떠한 차별도 없도록 했습니다."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은 사업 계획 시 사업을 효율화를 위해 사업 아이템을 선정했다고 한다. 협동조합을 설계할 때는 이렇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사업을 계획하는 것도 중요하다.

"냉각탑은 여름만 집중되고 닥트공사만 하면 겨울철과 여름철에만 집중돼요. 비수기가 있으면 서로 힘들어지니까 사업의 아이템의 다각화를 이루는 것이지요."

유지보수 분야의 공사들은 1년 12달 해당 시기별로 주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시기에 따라 꼭 필요한 공사가 있고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공사도 있다. 이에 따라 시기별로 공사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사업 아이템을 다양화했다고 한다.

규모 있는 회사의 팀장급 이상 직원과 20년 이상 베테랑 기술 위원들이 함께 하는 구조를 만든 것도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협동조합 초기 신뢰가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기술 경쟁력 확보에 더욱 신경을 썼다고 한다.

직원협동조합에서 일하는 맛이란...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 김희범 이사장의 설명을 듣자니 실제 직원들이 체감하는 변화가 궁금했다. 주식회사 직원이었을 때와 직원협동조합에서 함께 하는 지금, 이들은 어떤 변화를 실감하고 있을까?

"저도 영업사원이기 때문에 나만의 색깔로 영업스타일 만들고 싶은데, 주식회사의 사장은 회사 이익 위해 다른 방향으로 할 것을 요구하죠. 결국 사장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지만 그럴 때마다 왜 당장 이익만 볼까 향후를 봐야 하는데 안타깝죠. 이전 회사에서는 그런 마찰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곳 직원이 주인인 협동조합에서는 좀 다른 선택이 가능하다. 주요 안건은 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하지만 나머지 작은 범위 내에서는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회사에 지장이 없고 업체에 지장이 없다는 믿음 하에 책임자에게 일정부분 재량권이 주어진다는 얘기다.

"회사는 불필요한 일도 해야 할 때가 많죠. 보고를 위한 보고나 좀 자유롭게 시간을 조절할 수도 있는 데도 굳이 맞춰야 하고… 저희는 일할 때는 일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창의적인 일이나 교육 같은 것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에서는 작은 일에 스트레스 주지 않고 자신이 맡은 책임만 다한다면 자율적으로 일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특히 회사도 중요하지만 집안에서의 가장의 역할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 주식회사의) 직원으로 있었을 때는 총공사비에 재료비, 노무비, 기업이익 그런 게 발생했는데, 저희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직접 공사를 하다 보니 어차피 월급 나가는 것은 똑같지 않습니까? 저희는 소단위 공사 들어오면 솔직히 인건비만 딱 남아도 공사를 해드립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일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반면 아무래도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자금으로 운영하고 수익을 내는 구조다보니 소소하게 새어나갈 수 있는 지출에 대해서는 조합원들이 알아서 줄이게 된다고 한다. 또한 모두가 주인인 회사다보니 실제 공사를 진행하는 기술자들도 모두 자기 일이라 생각에서 더 성심껏 일하게 된다고 한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높고 믿고 다시 찾는 고객이 많아졌다.

고민 나누기를 통해 새로운 꿈을 더하는 협동조합

"협동조합은 초기 투자도 다 같이 나눠할 수 있고 위험부담도 적게 나눠 갖게 되는 구조지요. 회사가 어려울 땐 우리 스스로 적게 가져가고 그래서 해고 않고 오래 갈 수 있잖아요. 협동조합은 장점이 많아요. 잘 살리면 좋은 제도지요."

세상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었던 행복한 일터를 꾸려나가고 있는 이들은 이제 협동조합 예찬론자가 되었다. 하지만 요즘 협동조합의 과열된 모습을 보며 우려스런 부분도 있다고 한다.

"직원협동조합을 하려면 사실은 남 손 안 벌리고 해야 하잖아요. 출자금 분명히 있어야 해요. 경쟁할 수 있는 노하우도 있어야 하고 자본도 있어야 하는데 자본금도 없이 지원 받아서 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지원 받아 직원을 늘리겠다는 건데, 그건 협동조합이 아니라 친목단체죠. 협동조합은 사업이 잘 되서 자연스럽게 직원이 늘어나게 돼야 진정한 협동조합이죠. 지원 받아서 하는 건 모두가 망하는 지름길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분들 때문에 저희 같이 열심히 협동조합 하는 사람들까지 이미지가 나빠지게 될까 걱정스럽습니다."

혹여 지원만 바라는 협동조합 때문에 협동조합이 공적 자금만 빼먹으려는 곳으로 비치게 될까 우려스럽다는 얘기였다.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도 자체적으로 좀 더 고민해야 할 문제가 있다고 한다.

"능력도 틀리지만 일을 적게 하는 사람도 있고 반면 보다 많이 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저희는 모두 똑같이 월급을 받고 있는데 그래서 이에 대한 인센티브 같은 차이를 둬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논쟁이 좀 있었지요. 일단 안정이 될 때까지는 지금처럼 모두 똑같은 급여를 받도록 하고 1년 후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인센티브 같은 것도 고려해보는 것으로 했습니다."

실제 직원협동조합에서는 노동 정도에 따른 배당을 할 수 있다. 소비자 조합에서 잉여가 발생하였을 때 손실보전과 법정·임의 적립 후 남은 금액에 한해 이용 실적에 따라 배당을 하는 것처럼 노동 배당을 하는 것이다.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과 같이 동일한 급여를 받고 있는 협동조합에서는 노동배당에 대한 고민도 해볼 수 있을 듯싶다.

"저희 7명은 뜻이 맞아 했는데 조합원이 많아지면 통제도 어려울 것 같긴 하네요. 1인 1표제라 사람 말에 따라야 할 수 밖에 없잖아요. 조합원 뽑을 때 정말 신중히 해야 할 것 같아요. 정관에 이사회는 창립멤버 조합원만 한다는 등의 조항을 보완해야 할 듯싶네요."

두 달여 조합을 운영하며 느꼈던 실질적인 고민들을 들어보니 직원협동조합에 대한 그림이 어느 정도 그려지는 듯싶다.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은 두 달 새 벌써 손익분기점을 넘었다고 한다. 물론 지원 한 푼 받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이뤄낸 결과이다. 10년 이상 일 해온 사업 분야에서 그간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을 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캐나다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인 기업의 5년간 생존율은 38%, 반면 협동조합은 그의 2배 가까운 65%의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게다 상대적으로 생존율이 높은 협동조합은 10인 이하의 직원협동조합들이었다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현재까지 설립된 협동조합 유형을 분석해보면 직원협동조합의 수는 전체의 17% 수준이다. 근로 환경을 개선하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직원협동조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 필요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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