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희망 멘토를 찾아서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이현정

발행일 2013.05.31. 00:00

수정일 2013.05.31. 00:00

조회 1,715

[서울톡톡]

"이제껏 쌓아온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까지도 끊어지게 될까 두렵습니다."

지난 12월 이후 새롭게 선보인 어느 협동조합 임원의 고민을 들으며 그들이 이 길을 쉽게 포기하게 될까 두려웠다. 문득 협동조합에도 멘토가 있음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사람이 자산이요, 원동력인 협동조합은 참여하는 조합원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의견들과 상황이 펼쳐진다. 협동조합 사람들에겐 절실한 문제지만 교육이나 딱딱한 책 한 권으로는 풀어낼 수 없는 얘기도 있다. 협동조합을 새롭게 시작하는 이들에게 멘토가 있다면 이런 세세한 이야기도 함께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협동조합 희망 멘토를 찾아서, 이제 걸음마를 시작하는 협동조합들의 고민도 함께 나누고 조언도 들어보자.

새롭게 협동조합을 시작하는 이들에겐 10년, 20년 된 맏형격인 선배보다는 바로 위 선배가 더 친근할 듯싶다. 협동조합을 한 발 먼저 준비하고 조합원 1,000명 돌파(현재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의 총 조합원 수는 약 2,500여 명이다)라는 첫 번째 고비를 넘긴 한겨레두레 협동조합연합회 박승옥 대표를 만나보았다. 협동조합 희망멘토로 협동조합을 준비하는 이들과 따끈따끈한 실속정보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협동조합 전도사' 박승옥 씨는 현재 한겨레두레협동조합 대표와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서울시민햇빛발전은 2005년경부터 유한회사로 시민들이 만드는 햇빛발전소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었고,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2010년부터 상포계 사업을 준비해오고 있었다. 이미 협동조합 사업 방식으로 진행해 오던 것을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으로 협동조합으로 정식인가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들 협동조합에서 설립 이전부터 주도적으로 조합을 준비해온 박승옥 씨를 만나 협동조합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이 참고할 만한 이야기를 요청해 들어보았다.

철저한 시장조사부터 시작하자

"협동조합 창업하시는 분들 90% 이상 2~3년 있다가 망할 가능성이 큽니다. 협동조합 창업하시는 분들도 시장조사 당연히 해야 합니다. 주식회사보다 더 철저하게 시장조사를 잘해야 합니다. 그런데 다들 출자금을 어떻게 모을까에만 관심이 있어요. 협동조합은 출자금을 모으는 게 아닙니다. 사람 모으는 거예요. 자본을 가지고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인적결사를 가지고 사업을 하는 게 협동조합 사업이에요."

박승옥 대표도 사업을 시작하기 앞서 제법 오랜 시간을 두고 시장조사도 다니며 준비했다고 한다. 2009년 한겨레두레 공제조합을 준비하며 물어물어 공원묘지 · 유골함 · 납골당 등 관련된 곳을 찾아다니며 얘기도 듣고, 수의업자, 장례지도사들도 만나 보았다고 한다. 6개월여 그렇게 다니며, 반듯하고 단정한 사업자로 보이던 이들 중에 조폭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상조서비스 분야에 만연해 있는 리베이트 · 폭리 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직거래 공동구매를 준비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협동조합은 원가에서 사업적 경쟁력을 갖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일반 주식회사(영리회사) 같은 경우는 거칠게 얘기하면 이런 거예요.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에서 대략 재료비, 인건비가 각각 3분의 1 정도씩 됩니다. 나머지 3분의 1이 영리회사의 이윤이 되는 것이죠. 대략적으로 구조가 이렇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협동조합은 직거래 공동구매로 재료비를 낮춥니다. 인건비, 합리적으로 합니다. 이윤이 없이 배당으로 합니다. 적립도 하고... 당연히 이윤 포지션이 3분의 1까지 안가기 때문에 낮죠. 그래서 경쟁력을 가지는 것입니다."

또한 상포계 사업이 전국적 사업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지역을 돌아다니며 사업을 할 준비위원도 조직했다고 한다.

"인적결사. 사람 모으는 거 쉽지 않습니다. 결혼하셨어요? 부부싸움은? 안 해요?"

갑작스런 질문에 살짝 당황을 했다.

"부부싸움 안하는 부부는 이상한 부부예요. 그거 애정이 식으면 못합니다. 부부싸움 해야 해요. 당연히.. 다만 슬기롭게 그 싸움과 갈등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평화라는 것은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갈등을 잘 조정하고 잘 관리하는 게 평화 상태입니다."

그야말로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개인적인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협동조합 운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갈등에 관한 문제라 생각했었다. 어느 책에도 어떤 교육에서도 들을 수 없는 얘기였지만 경험상 결과적으론 대게 사람 사이의 문제였다. 인간사 갈등이란 게 극히 당연한 것이라는 박승옥 대표의 얘기를 신규 협동조합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알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면 보다 너그럽게 일을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람을 모으는 조직화 전략을 세우자

"사람 모으는 거, 무지하게 어려운 겁니다. 협동조합 사업을 하려면 그게 생산협동조합이건 소비협동조합이건 어떤 협동조합이건 사람을 어떻게 모을까부터 생각해야합니다. 사람 모으는 조직화 전략이 협동조합 전략의 핵심입니다. 그래서 협동조합 사업이 초기가 어려운 겁니다."

한겨레두레 협동조합의 경우, 상조사업을 협동조합으로 한다지만 만에 하나 망할 수도 있는 게 사업인데 마냥 믿고 가입할 사람이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지 얼굴 하나 보고 사람에 대한 신뢰 하나로 할 수 없이 가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을 것. 지금에야 이곳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 제법 알려져 먼저 알고 찾아 가입하는 이들도 많아졌지만 초기에는 발기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발로 뛰며 사람을 모아야 할 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처음이 어려운 거예요. 조직화 전략이 없는 협동조합 사업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초기 발기인들이 자기 주위에서부터 조합원을 확보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자기의 가족, 친척, 친구, 친지, 동네 잘 아는 사람, 여기부터 조직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시민햇빛발전 협동조합의 경우도 그동안 에너지 전환 활동을 함께 했던 초록교육연구회, 환경단체, 생협에서부터 조합원을 모집했습니다. 생협도 에너지 교육을 많이 하니까..."

박승옥 대표는 협동조합을 창업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주민을 조직할까' 하는 것이라 한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 지역인 만큼, 지역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내에서 협동조합 간의 협동을 하고 네트워크를 하며 조합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소비 협동조합뿐 아니라 모든 협동조합에 해당하는 얘기다. 생산 협동조합의 경우도 생산된 제품을 이용하는 조합원을 어떻게 조직할까를 반드시 염두에 두고 사업을 계획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화 기본은 신뢰에서부터

"몬드라곤 얘기 많이 하잖아요. 몬드라곤에서 맨 먼저 만든 협동조합이 1956년에 만든 '울고'라는 노동자 생산 협동조합입니다. 여기서 만든 게 석유곤로였어요. 그때 막 유럽에서 석유곤로가 나왔을 때입니다. 울고에서 처음에 석유곤로를 만들었는데... 거기 소비자 조합원 출자자를 모으는데 한 1년 걸렸다고 하죠. 동네 지역 선후배, 지역민들이죠. 그렇게 모아서 생산 협동조합을 만들어 생산을 했어요. 그런데 이게 형편없는 무인지경이었던 겁니다. 심지 돌리면 뚝 부러지고 성냥불을 긋는데 불이 안 켜지고... 일반 영리 주식회사였으면 그 날로 문 닫아야 됩니다. 그런데 그 지역에서 조합원들과 지역민들이 그 하자있는 제품을 사준 겁니다. 조건이 있었죠. '우리가 네 얼굴 너를 아니까 너를 믿으니까 한번은 사주겠다. 하지만, 두 번은 못 봐준다'하고 사준 겁니다. 그래서 울고 생산자들이 밤낮 가리지 않고 개량해서 보다 나은 제품을 만든 것이죠. 이렇게 해서 울고는 60년대 초반, 스페인 100대 기업으로 성장합니다. 초고속 성장을 한 것이죠. 그래서 협동조합을 '신뢰제'라고 하는 것입니다. 신뢰를 밑바탕으로 해야 협동조합 사업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생협이 대표적이죠. 유기농 먹을거리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한 것이니까요. 한살림의 성장 비결도 신뢰입니다. 초기 한살림의 가장 큰 특징은 뭐냐면, 쌀 가격 같은 것을 정할 때, 생산자 조합원은 유기농 쌀 가격을 낮추려고 합니다. 소비자 조합원은 높이려고 하죠. 일반 주식회사에서는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죠. 그게 협동조합의 특징입니다."

박승옥 대표의 얘기를 듣고 보니, 협동조합이라서 더더욱 이 신뢰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 지역 조합원들의 인간적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것처럼 든든한 자본도 빽(배경)도 없는 협동조합의 성장 비결은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었다.

"한겨레두레 협동조합을 처음 시작할 때, 얕은 수로 한겨레신문사와 함께 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겠다는 생각했었는데... 웬걸. 그래도 걸리는 시간은 걸립니다. 사람 사업이기 때문에 이게 그런 거예요."

한겨레두레 협동조합의 경우 2010년 준비 단계에서 한겨레신문사와 함께 진행을 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한겨레신문사와 전혀 관련이 없는 협동조합이 되었지만 시작단계에선 공동사업으로 진행하려 했었다.

"소비자협동조합은 조합원이 한 1,000명이 되어야 조금 숨통이 트입니다. 한살림의 경우, 조합원 1,000명되는데 3년이 걸렸지요. 한겨레두레 공제조합 상포계도 1,000명이 되기까지 힘든 걸 아니까 그래서 처음 한겨례신문사와 함께 했던 거예요. 그래도 1,000명되는데 1년 넘게 걸렸습니다. "

박승옥 대표는 신규 협동조합들이 생협같은 기존 협동조합들과 충분히 같이 얘기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 내다봤다.

"협동조합의 원칙 중에 협동조합 간 협동의 원칙이 있잖아요. 현재 여러 지역에서 지역 네트워크들이 속속 준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네트워크들이 정착되면 그 안에서 신규 협동조합들이 기존의 협동조합과 충분히 같이 얘기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겠지요. 기존 협동조합들은 신규협동조합들을 지원할 수도 있고... 그런데 아무나 지원할 수 있습니까? 이 사업이 과연 협동조합 사업으로 타당성이 있는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건지 뭐 이런 것을 보고 지원을 해야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협동조합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분들이 사업 아이템을 정하는 것부터 시장분석까지... 그리고 어떻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가, 어떻게 사람을 조직할 수 있는가, 그런 사업 전략이 있어야 되요. 그렇지 않으면 100% 망합니다. 장담합니다. 출자금 많이 모아도 망합니다."

박승옥 대표의 얘기처럼 지역 내 네트워크들이 하루속히 자리 잡아 새롭게 선보이는 건강한 협동조합들이 지역 내에서 굳건히 뿌리내리며 함께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길 바래본다.

"한겨레두레, 가입하셨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박승옥 대표의 권유로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에 가입했다. 조합의 대표인 그도 상조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신념으로 만나는 이들에게 조합 가입을 권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상부상조하는 협동조합이 우리 사회의 대안이라는 확신으로 협동조합을 알리고 안내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 순간 협동조합을 계획하고 설립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면, 스스로 협동조합에 대해, 협동조합 사업에 대해 신뢰와 확신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협동조합은 신뢰를 바탕으로 사람을 모으는 사업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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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한겨레두레 #박승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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