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윤종환

발행일 2013.05.20. 00:00

수정일 2013.05.20. 00:00

조회 4,124

[서울톡톡] '대학 합격, 선배들에게 듣는다' 그 세 번째로 2013학년도 정시모집 기회균등전형으로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인문광역에 입학한 이석현 군를 만났다. 석현 군은 자신이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로 목표를 잃지 않고 꾸준히 공부하고자 노력한 학업 정신과 본인의 진로를 개척해준 동아리 활동을 들었다. 또한 장애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 수도 없이 도전한 사례를 자기소개서에 제시한 것이 입시의 관문을 뚫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서울대학교에 합격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석현 군에게서 들어보았다.

Q. 서울대학교 학생이 된 것을 축하드려요! 합격 비결이 있다면?

꾸준한 노력과 뚜렷한 목표의식이 합격의 가장 큰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고등학교 3학년 내내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공부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면 가고 싶은 대학에서 공부하는 저의 모습을 상상하곤 했죠.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가 학생들 가르치는 것인데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주는 모습도 마음속에 그려보고요. 이런 목표를 꿈꾸며 집중이 되지 않거나 나태해질 때 자신을 채찍질 할 수 있었고 그 노력의 결과 원하고 원하던 서울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Q. 자기소개서에 어떤 내용을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자기소개서 질문
지원동기와 진로계획을 중심으로 서울대학교가 지원자를 선발해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 기술하여 주십시오.

저는 뇌병변 2급 장애인입니다. 어려서부터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고 입학 후에도 수업시간 이외에는 늘 치료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친구들과 함께할 시간이 적었으며 불편한 다리 때문에 외출 경험도 적어 세상을 두루 살펴볼 기회가 매우 적었습니다. 또한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편견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에게 문학은 친구이며 세상이었습니다.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는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고 위로해주는 듯 했고, 황석영 작가의 '손님'에서는 6.25의 피해자들과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꼈습니다. 문학은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저에게는 큰 매력을 지닌 것이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만 해도 저는 마치 시험 문제처럼 모든 것에 답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도 제대로 생각하며 읽는 것인지를 의심했고 그러다 보니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망설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 멘토가 되어주신 한 선생님께서 '너만의 생각을 멈추지 마라'는 말씀을 해주시면서 조금씩 제 나름 생각을 가지고 문학을 읽으며 즐거움을 느꼈고 세상을 향한 당당한 태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읽었던 책들을 시각장애인 친구에게 읽어주며 도서 봉사를 하고 시각장애인 도서 제작을 지원하면서 늘 도움만 받던 입장에서 벗어나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을 더 깊이 있게 공부하여 문학 작품에 녹아 있는 수많은 세계를 탐구하고, 그 속에서 숨 쉬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또한 더 많은 사람들, 특히 저와 같은 장애인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이 저와 같은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Q. '기회균등전형'이라는 특별 전형으로 입학하셨는데요, 이 입학전형은 무엇이고 어떤 요소들을 평가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인문대학의 경우 모든 정시 합격생들을 '광역'으로 분류합니다. 1년 동안 듣고 싶은 모든 강의를 들은 뒤에, 자기가 원하는 과를 찾아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죠. 저는 질문처럼 '기회균등 전형2'로 합격을 했는데 이 전형은 응시 대상자들의 특성상 '장애전형, 새터민전형'으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흔히 장애전형이라고 하면 다른 전형에 비해 입학의 문턱이 낮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답니다. 정시 점수와 수시 모집 서류를 모두 보는 전형이었습니다. 자기소개서, 감명 깊은 책 세 권, 증빙 자료, 학생부, 면접은 기본이고 정시도 준비해야 했죠. 주요 평가 요소는 입학사정관제와 매우 유사합니다. 자신의 분야(저를 예로 들면 문학 쪽이겠죠)에서 고등학생 수준에서 얼마나 노력하였는지, 잠재능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지를 철저히 분석하며 학생부로 기본적 수학능력 또한 고려합니다.

Q. 꾸준하게 동아리 활동을 하신 것 같은데 그 이야기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대표적으로 풍물 동아리인 '땀띠' 활동과 '학생회' 활동을 들 수 있겠네요.

저는 2003년 재활치료의 일환으로 시작했던 작은 음악치료 동아리 '땀띠'의 리더가 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9년 동안 왕성한 활동으로 땀띠를 최고의 장애인 풍물패로 만들며 많은 것을 느꼈지요. 경찰기동대, 다문화 가정, 장애우 기관 등을 방문하여 위문 공연으로 예능 기부를 함으로써 뿌듯함을 느꼈으며 이로서 장애인의 소외된 문화예술 활동을 알리는데 기여하여 서대문경찰서장의 모범표창장을 받았습니다. 장애우 국악단체로서는 처음으로 1시간 30분 이상 공연을 하여 얻은 수익금을 공익 단체에 기부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다져진 동아리 '땀띠'는 9년 동안의 진정 어린 활동을 통해 장애예술팀들에게 롤 모델이 되었습니다. 이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일시적인 성취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이것이 제가 가장 값지다고 생각하는 동아리 활동이었습니다.

그리고 학생 사회에도 관심이 많아 고등학교 학생회장으로 활동했습니다. 제가 학생회장에 당선되었을 때에는 모교가 신설 학교였기 때문에 총학생회에 대한 관심이 적었습니다. 활동도 당연 부진했고요. 그래서 학생회 활동을 벽보를 통해 알려 선거 당시 공약했던 사항들과 건의 사항에 대한 내용을 꾸준히 올렸습니다. 그 결과, 학생들의 관심을 최대한 이끌어냈죠. 학생회 활동에 대해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하여 인터넷 카페 'Poco'를 열고 무기명 건의함을 설치하여 의견을 수렴해 학교와 학생간의 갈등을 대화로 풀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더 나은 학교를 만들 수 있게 되어 큰 보람이 느꼈습니다.

위의 '땀띠'와 '학생회' 활동을 통해 리더십을 길렀고 예술분야에의 재능이 인정되어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2012년 대한민국인재상> 대통령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Q. 고교시절에 감명 깊게 읽은 책이 한 권 쯤 있을텐데요.

<호밀밭의 파수꾼>을 강력 추천합니다! 어느 날 텔레비전을 켰다가 'Finding Forest'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처음엔 무심히 보았으나 보다보니 재밌었습니다. 그런데 영화의 주인공이 실제 존재하는 작가라는 사실에 호기심이 생겨 작가와 책을 찾아 읽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미국의 지리와 특성에 대해 알게 되었고 특히 주인공이 호밀밭에서 아이들을 지켜 주려는 마음은 제가 땀띠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리더의 마음과 같아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 책을 읽는 간접 경험을 통해 소외받는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삶을 살겠다는 꿈을 굳건히 다지게 되었습니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이 책을 적극 추천해드립니다!

Q. 장래희망이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아니면 앞으로의 비전이라도.

앞으로 공부를 더 열심히 하여 국어국문학 대학원 혹은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교직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당시 활동했던 '땀띠'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자로서의 삶을 살고자합니다. 어둠을 밝히는 등대 같은 사람이 되어 길을 잃고 헤매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목표를 마음속에 굳건히 하라고 고등학생들에게 조언해 주고 싶어요. 저는 수술로 인해 1년 동안이나 공부를 쉬었고 장애를 가진 불편한 몸이었지만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열악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해냈습니다. '무언가 하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하세요! 문은 두드리는 자에게 열리게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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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 #기회균등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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