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서비스, 바가지 걱정 끝!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이현정

발행일 2013.04.26. 00:00

수정일 2013.04.26. 00:00

조회 3,066

[서울톡톡] 상조 서비스 피해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환급금을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업체에서부터 인수합병이나 폐업으로 인한 피해, 심지어는 연락 두절되는 일명 '먹튀' 상조회사까지 등장했다. 이미 폐업한 상조회사만 해도 100여 곳. 서비스 만족도도 현저히 낮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초상난 집 등 쳐먹는 상조회사란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불신의 골이 깊은 장례 문화를 바꾸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나섰다고 한다. 시민들의 협동의 힘으로 상조서비스와 물품을 직거래 공동구매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협동조합을 창립한 것. 그렇다면 협동조합은 일반 상조회사와 달리 정말 믿을 수 있을 곳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서울시 협동조합 2호 '한겨레두레 협동조합'을 찾아가 보았다.

뒷돈 · 바가지 걱정 끝! 협동조합의 상조서비스

"지켜본 가족들이 모두 참 정성스럽게 한다고 얘기를 하더군요. 염습할 때도 그렇고, 리무진도 저렴하고요. 나중에 생화제단 비용의 30% 정도는 리베이트 금액으로 나온 것이라며 돌려주더군요. 음식도 저렴한데 맛도 좋고, 의자에 천막 술까지 제공하는데, 가족들 모두 감동 받았지요."

지난 3월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을 통해 부친상을 치룬 조합원 허필두씨의 소감이다.

실제 많은 상조회사들은 상조물품과 서비스를 소개하는 대가로 일정한 금액의 뒷돈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겨레두레 협동조합은 업체에서 의례적으로 지급하는 리베이트 비용조차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돌려준다. 이는 상조서비스를 상품으로 보지 않고 조합원 간의 인간관계로 생각하는 협동조합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장례비용을 최소화하고 조합원의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을 먼저 생각합니다. 일반 상조회사에서 일을 할 때와는 정반대로 일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덕분에 맘도 편하고 보람도 큽니다."

현재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에서 장례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태호 (34세) 씨의 설명이다.

대부분 일반 상조회사는 급여구조가 열악하다. 보통 24시간 대기하며 밤낮없이 일 하는데 정식월급은 150~200만 원선. 사정이 이렇다보니 뒷돈이나 수고비 등은 이미 관행처럼 되었다. 덕분에 이들의 실수입은 능력(?)에 따라 500~700만 원선이 된다.

수의를 예로 들면, 실제 값 싼 수의를 구입하는 상주는 거의 없다. 상조회사나 장례식장에서 50만원에서 몇 백만 원까지 호가하는 수의를 추천하며 구입하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의의 품질은 거의 비슷하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의 원가는 십만 원 미만 이라는 것. 이와 같이 좀 더 좋은 품질이라며 추천한 물품의 추가금액이 바로 상조 회사나 장례지도사의 급여 외 수입이 되는 것이다.

"상조회사 일은 안하려고 했어요. 뒷거래 이런 시스템이 너무 싫어서요. 그냥 평범한 회사에 다니려고 했었죠."

박태호 씨도 한때는 상조회사에서 장례지도사로 일을 했었다. 하지만 온갖 리베이트와 불법 · 탈법 등이 난무하는 현실에 회의를 느껴 다른 일을 찾던 중, 이곳 한겨레두레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한다.

시민들의 협동의 힘으로 장례 문화를 바꾸다

2009년, 이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던 상조업체들의 문제를 극복하기위해 여러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모였다. 본격적인 조사 · 연구를 시작으로, 뜻을 모아 준비한 것이 '한겨레두레 협동조합'이다. 뒷돈과 폭리 구조를 근절한 장사물품과 서비스의 직거래 공동구매 시스템을 구축하고 2010년 10월 말부터 조합원 모집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간 임의단체로 있었던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지난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새롭게 시행되며 협동조합으로 등록하였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매장과 화장 (납골당), 장례식장, 음식, 그리고 염습과 수의나 관과 같은 장사물품 등 장례식 전체 진행을 직거래 공동구매를 통해 원가 그대로 조합원에게 제공하고 있다. 수의의 경우, 대략 5만 원~7만 원 정도인 도매가 그대로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례업체의 수의 가격이 50만 원~ 몇 백만 원에 이른다는 것을 감안하면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금액이다. 이곳 한겨레두레에서는 모든 물품과 서비스를 직거래 원가 그대로 제공하는 대신 24% 정도의 조합운영비가 책정된다. 전체 장례비용을 계산해보니, 조합운영비를 포함해도 최소한 200만 원 ~ 300만 원 이상의 장례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게다가 모든 상품과 서비스는 조합원의 처지와 조건에 맞게 맞춤형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하니 적잖은 비용을 더 절감할 수 있을 듯 싶다. 일반 상조회사의 경우 묶음 형으로 제공하고 있어 필요 없는 물품도 울며 겨자 먹기로 구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미리 준비해둔 수의가 있어도 어쩔 수 없이 상조회사에서 또 다시 구입해야 했다. 하지만,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소속 장례지도사는 상주의 처지와 여건에 맞게 장례 상품을 구입하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나하나 따져 알뜰살뜰하게 도와주고 있었다.

"얼마 전 상을 당했다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가보니, 형편이 넉넉지 못한 조합원이셨어요. 좀 더 신경써서 굉장히 저렴하게 장례를 치러드렸지요. 많이 고마워하시면서, 선물을 준비하셨더라고요. 저희가 수고비나 선물 받지 않는 걸 아시곤, 몇 천원 밖에 하지 않는 거라며 한사코 건네 주셨는데, 나중에 보니 생각보다 고가의 제품이었어요. "

한겨레두레는 상주와의 관계가 좋다. 특히 상이 끝나고 난 후 반응이 좋다고 한다. 상을 치룬 후에 식사초대를 하는 조합원도 있다. 또한 상을 다 치룬 후에도 탈퇴하지 않고 꾸준히 매달 조합비를 납부하는 경우도 많다.

모두가 조합원, 공동체 장례문화의 첫발을 딛다

한계레두레 협동조합에서는 장례식을 실제 진행하는 전문 장례지도사나 도우미들 모두 같은 조합원이다. 협동조합 정신에 충실한 보다 양심적인 조합원들이다. 이렇듯 조합원과 조합원이 인간적인 관계로 어우러지다 보니, 장례식 분위기도 남다르다. 조합원 상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을 치르는 동안 장례도우미라는 느낌보다는 때론 친정오빠 같이 때론 든든한 동생같이 느껴진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예부터 집안 대소사를 치룰 때 동네 이웃들과 서로 상부상조하기 위해 다양한 계를 조직해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장례를 서로 돕기 위해 조직했던 상포계이다. 한겨레두레는 이러한 상포계 전통을 되살려 조합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장례를 치루고 공동체를 복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90%이상이 일반 가정에서 장례를 치뤘다. 장례식장에서 장을 치루는 것이 일반화된 것은 불과 10년도 채 안된 일이다.

"병원에 장례식장이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병원에 장례식장을 두면, 병원에 와 죽으라는 뜻으로 읽힐 수 있기에 금기하는게 일반적인 상식이죠."

지난 3월 25일 서울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정기총회에서 만난 최재호 이사장의 얘기를 듣자니, 병원에서 나 병원에서 죽는 우리네 일생이 모순덩어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결국 장례문화의 상업화는 공동체의 붕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이와 같은 상포계사업을 시작으로 돌잔치계, 팔순잔치계, 혼인계, 여행계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칠 예정이라고 한다. 옛 조상들의 전통 계 복원으로 공동체 문화도 되살아나길 바라본다.

신뢰가 무너진 곳에서 협동조합은 더욱 빛난다. 생협이나 공동육아협동조합이나 이곳 한겨레두레협동조합도 모두 먹거리, 어린이집, 상조 서비스 등 이미 불신의 골이 깊은 곳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조합원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성장한다. 지금 이 순간 새로이 협동조합을 시작하고자 한다면, 협동조합 사업의 출발이자 최고의 경쟁력은 신뢰임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뒷돈과 폭리 구조를 근절한 장사서비스와 장사 물품의 직거래 공동구매를 통해 상업화된 장례문화를 극복하고, 공동체 장례문화로 바꾸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가입방법 : 가입신청서 제출 → 출자금과 조합비 납부 후 지역조합에서 출자금증서 직접 수령
                   → 조합원 교육 
 ○ 출자금 1구좌 (1만원) 이상 ( 평균 10구좌 이상), 조합비 매달 3만 원 
 ○ 문의 : 서울조합 02-722-9517, http://www.handura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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