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이상이면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이현정

발행일 2013.03.12. 00:00

수정일 2013.03.12. 00:00

조회 2,132

[서울톡톡] 요즘 협동조합이 대세라고 한다. 정부도 자치단체들도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 적극 지원하겠노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관련 기사나 광고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관심 덕에 대형서점에는 관련 도서 코너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운영해온 서울시 협동조합 상담센터에도 시민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설 연휴 전까지 약 3,800여 건의 상담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하루 평균 40여 건 정도 진행된 상담은 2월에만 하루 평균 80여 건의 문의가 이어지는 등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그 절반 정도는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묻는 내용이라 한다. 협동조합에 대한 깊은 고민을 토대로 조합을 꾸리려는 사람들 보다는 광고를 보고 궁금한 마음에 전화하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협동조합이 뭐예요?"

"지하철 광고에서 보니 협동조합을 지원해준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지원 내용이 궁금합니다."

"그런데, 어떤 법인을 빨리 만들 수 있을까요?"

"돈 되는 아이템 좀 살짝 귀띔해주세요."

"협동조합 설립 절차에 대해 여쭤보려 하는데..."

실제 상담 내용을 들어보니,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동업 정도로 생각하거나, 정부나 자치단체들의 금전적 지원을 바라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은 듯싶다. 내심 우려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리포터는 15년 동안 여러 생협(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이용해온 나름 생활 속에서 협동조합을 경험한 '생협 아줌마'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생협이란,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필요로 가입한 조합이지만, 필요한 물건을 이용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일깨워준 곳이다. 생협 아줌마들과 함께 하며 바른 먹거리에 대해, 나아가 환경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사교육의 도움 없이 아이들 키울 수 있었던 것도 마음을 나누는 조합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생협이 있었기에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었고, 따뜻하고 건강한 사회를 위한 다양한 실천들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국제협동조합연맹의 정의를 보면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하여 공통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이라고 되어 있다.

1600여 년 전 밀가루에 횟가루를 섞어 팔며 폭리를 취하던 영국의 공장주와 상인들의 횡포를 견디다 못한 이들이 찾은 대안이 바로 협동조합이다. 1파운드씩 출자해 함께 가게를 열고 식료품을 공동구입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했던 것. 목마른 자가 우물을 찾듯, 스스로의 요구와 필요에 의해 모인 이들이 마음과 힘을 모아 꾸려나가는 것이 바로 협동조합이다.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기업과는 시작부터가 다른 사업체인 것이다. 자발성과 자율성이 기본인 조직 특성상 외부의 지원이나 특혜를 바래서도 안 된다는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협동조합에 대한 생각 키우기, 현장 경험 나누기

그나마 상담센터로 찾아온 이들은 어느 정도 협동조합에 대해 알아보고 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은 그보다 낮다.

일반인들의 협동조합에 대한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찾아본 인터넷 게시판에는 "물건 하나 사려는데 무슨 출자금까지 내라고 하는 건지...", "가입하려면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데 그렇게 까진 하고 싶진 않네요", "생협, 정말 이기적인 거 같아요. 조합원만 이용할 수 있다면서요?" 등의 내용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협동조합을 일반 기업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지난 12월 1일부터 시행된 협동조합 기본법에는 조합원은 1좌 이상 출자를 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제 22조) 또한, 조합원과 직원에 대한 상담, 교육 · 훈련 및 정보제공 등을 필수적으로 정관에 포함시키도록 되어 있으며(제 45조), 조합원이 아닌 자의 협동조합 이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제 46조) 사실 법조항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협동조합의 정의만 되짚어보면 당연히 지켜할 원칙임을 알 수 있는데,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미흡한 듯싶다.

협동조합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모아지는 지금, 필요한 건 협동조합에 대한 바른 생각들을 공유하는 것이 아닐까? 관련 도서나 기사 등도 이미 많이 나와 있긴 하지만, 원론서가 아닌 누구나 쉽게 읽으며 협동조합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자료가 더 많아져야 할 듯싶다.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 연재기사다. 다양한 협동조합을 찾아가 조합원도 만나고 조합 이야기도 나누며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한다. 이제 막 협동조합을 꾸리려거나 조합원에 가입하려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기사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연재기사이다.

한살림, 아이쿱, 두레, 여성민우회 생협 등 많이 알려진 소비자생활협동조합부터 공동육아 협동조합 어린이집, 의료생협까지 이미 십년이상의 경험을 쌓은 비교적 탄탄한 협동조합들을 매회 한 곳씩 소개하려 한다. 아울러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으로 설립이 가능해진 다양한 협동조합의 사례들도 찾아보려 한다. 그리고 실제 협동조합 설립 절차도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5명 이상이면 쉽게 만드는 협동조합'이라는 문구가 이젠 낯설지 않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맘 맞는 사람'이란 의미는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를 통해 지금 이 시대에 협동조합이 왜 필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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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생협 #협동조합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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