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령시에 갔었네, 봄이 오고 있었네~

시민리포터 이경은

발행일 2013.02.26. 00:00

수정일 2013.02.26. 00:00

조회 3,557

[서울톡톡] "우와 ~ 우리 몸에 좋은 것 이곳에 다 있네!! 말로만 들었던 돼지감자가 이렇게 못생겼어? 칡차도 이렇게 만드는구나. 겨우살이가 나뭇가지네? 댕댕이넝쿨, 맨드라미도 약재야?"

평소 마트나 백화점을 이용하는 친구와 오랜만에 서울약령시 나들이를 했다. 친구는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모든 것이 신기한 듯 눈을 반짝였다. 그동안 편리한 것만 생각해서 인스턴트 식품을 사곤 했는데, 남편과 두 아들의 건강을 위해 시간을 내서 자주 와야겠단다.

전통시장에 가면 우리 몸에 좋은 제철음식 식재료가 무엇인지 답이 나온다. 주변에는 아직도 쌓인 눈들을 볼 수 있는데 시장에는 벌써 봄이 오고 있었다. 봄나물의 대명사 달래, 냉이, 쑥, 보리순, 머위 등을 선보이고 무엇보다도 정월대보름을 맞아 생산지 표시를 한 각종 잡곡과 말린 나물류 등이 풍성하게 나와 있어 손님들이 필요한 재료를 질과 양을 선별해서 구매할 수 있고, 된장 담그는 시기가 돼서 옛날 방식으로 만든 전통메주들을 조금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또한 엿기름을 맷돌에 직접 갈아주고, 후추나 산초도 즉석에서 갈아주니까 맛과 향이 살아있어 발품 팔아 멀리까지 나온 보람이 있다.

이곳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품목은 한약재다. 시장 내에 어느 곳을 가더라도 우리 몸에 좋은 약재들을 만날 수 있고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줘서 처음 방문하는 손님들도 얼마든지 필요한 약재들을 구입해서 차로 달여 마시거나 약으로 지어먹을 수 있다. 시장 안을 한 바퀴 돌기만 해도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저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국내산 신토불이 자연 약초만을 고집한다는 지희진 대표는 "산삼, 장뇌삼을 비롯한 각종 약재들을 판매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건강에 관심이 많아 산수유나 오미자, 구기자 등을 많이 구입하고 요즘 같은 환절기엔 계피, 말린 도라지, 당귀, 갈근 등이 많이 팔린다." 고 한다. 우리 농산물 약재 전문 임준영 대표는 여러 약재와 더불어 생칡즙 익모초즙 등 각종 생즙을 취급하고 있다. "한방차는 허약해진 몸을 보해주고 몸에 약이 된다고 해서 약차라고 해요.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한방차를 많이 드세요."라며 요즘 제철인 겨우살이와 둥굴레 달인 차를 시식해보라고 권했다. 처음 맛을 보는데도 은은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었다.

시장을 돌아다니다 출출하면 어릴 적 추억이 담긴 맛을 보러 시장 안에 있는 죽 집을 찾아간다. 35년간 조그만 가게에서 팥죽과 호박죽을 팔아온 할머니는 푸근한 인상에 맛과 정으로 유명해서 줄지어서 기다렸다 먹어야한다. 죽 한 그릇에 3,000원, 국수는 2,000원인데 어머니의 맛과 향수를 느낄 수 있어 그 고마움에 거스름돈을 받지 않고 가는 손님들도 가끔 있다고 한다. 젊어서 일찍 혼자돼서 어린 삼남매를 키우기 위해 청춘이 백발이 되도록 안 해본 것 없이 다 해봤다는 할머니는 일손을 잠시 멈추고 지난날을 회상하며, 고생한 보람이 있어 이제는 살만하다고 한다. 어느덧 나이 70살이 넘었지만 일할 수 있을 때까지 하겠다며 여유로운 웃음을 지었다.

전통시장에 오면 각양각색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의미 있는 삶의 진리를 깨닫고 어려운 환경을 이기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동행했던 친구와 죽을 맛있게 먹고 집에 돌아와 장 본 것들(칡, 누릅나무, 둥굴레, 겨우살이, 결명자, 돼지감자, 도라지, 엿기름, 매생이)을 펼쳐보았다. 뿌듯하고 벌써 건강해진 기분이다. 처음으로 사 본 겨우살이와 둥굴레를 차로 마시기 위해 끓이고, 저녁은 도라지나물에 영양이 풍부하고 지금이 제철인 매생이 굴국을 끓였다. 벌써 봄이 다가온 듯하다.

■ 서울약령시 가는 길  
 · 지하철 : 1호선 제기동역 2번 출구
 · 버  스 : 일반버스 - 51, 65, 88, 167, 52 
             간선버스 - 110A, 410, 130, 141, 148,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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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서울약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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