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끼리 놀러가는 시장이 있다!

자유기고가 이정현

Visit10,910 Date2013.02.25 00:00


방산(芳山)시장. 향기로운 산? 꽃시장인가 하겠지만 사실은 전혀 다르다. 1987년 이전 이곳은 근처에 살던 거지들이 오물을 쌓아놓는 일이 다반사라 악취가 심했다. 그것을 패러디해 향기 芳(방)자를 써 방산시장이라고 했다는 것. 농담처럼 시작된 이름이지만 근래에는 베이커리 용품과 천연비누 재료 전문시장으로 유명해지고 있어서 그 이름이 오히려 딱 들어맞는 느낌이다.


방산시장으로 들어가는 길은 여러 가지지만 파티용품이나 포장용품, 베이커리 재료들을 구경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을지로쪽 보다는 종로 5가 쪽에서 접근하는 것이 훨씬 찾기 쉽다.


종로 5가에서 녹두전이 유명한 광장시장 먹자골목을 쭉 통과해 청계천 다리를 건너면 방산시장이라 써 있는 아치가 보일 것. 시장 입구 주변으로 노상유료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주중 오전을 제외하면 자리나기가 쉽지 않으므로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방산시장은 벽지부터 시작해 비닐, 종이 등 각종 포장용 재료의 천국이다. 좁은 골목 사이로 오밀조밀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는 알록달록한 가게들을 구경하고 있자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평소에 집에서 부침개 한 장 부치지 않는 당신이라도 어느새 핑크색 베이커리용 스패출라와 토끼모양 쿠키틀을 집어들게 될지도 모른다. 게다가 골목 안쪽에 숨은 슈가 크래프트가게의 쇼윈도에서 사랑스러운 신데렐라 슈가케이크를 발견한다면 달콤한 것과 당분간 담을 쌓은 그간의 노력이 설탕처럼 살살 녹아버릴수도.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가 있는 2~3월은 온 골목이 여고생과 여대생의 백팩 물결이다. 직접 초콜릿을 만들 수 있게 소포장된 갖가지 식재료들과 향신료, 다양한 수입 견과류부터 토핑용 초콜릿과 버미셀리 등 보기만해도 달콤한 재료들이 그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는 것. 거기에 남다르게 포장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모양의 아크릴박스와 종이백, 리본과 레이스 페이퍼인 도일리 등도 감탄을 사기에 충분하다.


요즘은 모든 수공예 재료를 인터넷으로 간단하게 구입할 수 있기는 하지만 직접 하나씩 만져보며 고르는 재미는 발품을 팔아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것. 간혹 대량구매만 전문으로 하는 가게도 있지만 대부분은 소량 구매가 가능하므로 여러 가지 물건을 골고루 구입하는 재미가 쏠쏠한 편. 잡지화보 속에서나 보던 예쁘장한 도시락과 나무 포크, 색색의 샌드위치 페이퍼를 보면 잠자던 소풍 본능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낄 것이다.



좁은 골목길을 벗어나면 큰길 쪽으로 노란색 장식리본을 두른 새로핸즈 건물이 눈에 띈다.


귀차니스트들의 원스톱 쇼핑에 적절한 공간으로 1층은 테이크 아웃 용기를 비롯한 포장재료, 2층은 파티용품 전문매장, 3층은 천연비누 클래스가 운영되며, 4층은 양초공예와 천연비누재료를 파는 전문 매장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그날부터 바로 구입상품의 10%를 할인해주고 5만원이상 구입시 무료배송도 해준다.


다리 아픈 줄 모르고 돌아다니다보면 슬슬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를 것.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벽지와 장판만 골목에 가득할 뿐이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는 요즘 시내에 한 블럭 건너 하나씩 있는 그 흔한 커피전문점이 없다. 대신 한사람이 간신히 들어갈만한 초소형 구멍가게가 간혹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시장나들이답게 오늘만은 길들여졌던 커피에서 벗어나 뚜껑을 힘차게 돌려따는 자양강장제 하나를 마셔보는 게 어떨까. 그리고 청계 4가 쪽 골목으로 들어가 서울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든다는 김치찌개집인 은주정에 들러보자. 골목 끝쪽에 자리잡은 작고 오래된 집이라 간판도 잘 안보이고 좌석이 많지 않아 기다리기 십상이지만 멀리서부터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이곳은 진한 김치찌개뿐만 아니라 도톰하고 쫄깃한 삼겹살도 인기가 있다.


방산시장은 대략 250여개의 점포가 있는데 대부분 일요일과 공휴일에 영업을 하지 않는다. 새로핸즈를 비롯한 천연비누 재료가게들도 대부분 토요일 오후에 일찍 문을 닫으므로 가급적 주말보다는 주중에 나들이를 하는 것이 여유롭다. 지하철을 이용한다면 을지로 4가역에서 내리면 되는데 5호선의 경우는 4번 출구, 2호선의 경우는 5번이나 6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방산시장을 둘러싸고 버스 정류장도 많으므로 이용하기 편한 버스노선을 미리 검색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방산시장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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