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잘 듣고 있나요?

시민리포터 박여민

Visit1,448 Date2013.01.17 00:00


[서울톡톡] “한 벌에 오천 원, 오천 원, 자 구경하고 가세요.”


“꿀호떡 있습니다, 꿀호떡.”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소음이 시끄럽다. 소음이라고? 아니, 잘 들어보면 소리다. 우리가 사는 이 곳, ‘서울’이 내는 소리다.


1월 12일 개관한 시민청의 ‘청’자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보고 마음에 새긴다는 의미로서 관청 ‘청(廳)’이 아닌 들을 ‘청(聽)’자를 사용했다고 한다. 소통과 경청의 공간으로 시민들의 생활마당이 되겠다는 이곳에는 첫날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시민발언대, 활력콘서트, 한마음살림장 등을 통해 자유롭게 그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시민청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이것만이 아니다. 시민청 가장자리에 위치한 작은 공간, ‘소리갤러리’에서 우리는 아주 평범하지만 특별한 소리를 만나게 된다. 경청을 주제로 한 시민청의 콘셉트를 가장 잘 구현해 낸 이곳에서는 우리 주변의 다양한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것만 갤러리에 전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가 이 전시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와 장면이 되고 공간이 된다.


두꺼운 커튼을 젖히고 안쪽으로 들어가니 검은색 복도의 튜브형 갤러리가 나타난다. 벽의 사방에서 입체적으로 들려오는 소리들과 함께 저만치 앞쪽에 보이는 화면에는 남대문 시장의 활기찬 모습이 펼쳐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신기하다며 이곳을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간혹, 어두운 갤러리 가운데 앉아 그 소리에 귀기울이는 사람들이 보인다. 서울의 소리? 이게 우리가 사는 공간의 소리였구나. 무심결에 그냥 지나쳤던 소리들이 새롭게 다시 나의 공간으로 들어오는 순간이다.


남대문시장의 소리가 잦아들고, 화면이 잠시 어두워지더니 이내 다른 소리가 우리를 맞이한다. 서울시민 누구나 한번쯤은 달려봤을 한강다리가 눈앞에 펼쳐지고 ‘부아아아앙’, ‘덜컹덜컹’하는 자동차와 전동차의 소리가 들린다.



끝이 아니다. ‘닐리리~’ 하는 전통 악기소리와 함께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 장면도 우리 앞에 모습을 보인다. 둥 둥 울리는 북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던 한 시민이 함께 온 일행에게 한마디 한다.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아.”


소리갤러리에 전시 중인 서울의 소리는 ‘서울 사람, 서울 살이’를 테마로 제작된 총 5편의 소리로 구성되어 있다. 갤러리 앞쪽에서는 각 소리에 어울리는 장소가 담긴 화면이 함께 상영된다. 3개의 방으로 구성된 튜브형 공간에는 각기 5개, 5개, 2개의 스피커가 장착되어 각 방에 머물면서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의 다양한 소리를 가까이서 체험하는 이 전시는 3월 31일까지 계속된다. 서울에 살면서 서울의 소리에 익숙해졌던 사람들, 우리 주변의 소리를 그저 소음이라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을까. 한번쯤 이곳에 들러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다양한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잠시 잊었던 주변 곳곳의 특별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느끼는 바는 제각각이겠지만, 지금껏 일상의 얼마나 많은 소리를 놓치고 살았는지, 나는 지금 과연 어떤 소리를 내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소통과 경청, 바로 소리를 소리로 듣는 것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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