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때 무슨 좋은 일 있었어?

서울톡톡 박혜숙

발행일 2012.09.28. 00:00

수정일 2012.09.28. 00:00

조회 4,303

[서울톡톡]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진 현대인들의 일상에 요즘 뜨는 단어가 있으니 바로 '힐링(healing)'. 듣는 이에 따라 조금은 낯선 이 단어가 요즘 정치·문화·방송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분야를 넘어서 어느덧 찾아온 추석 연휴야 말로 진정 이 단어가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아침부터 전 부치고, 요리하는 주부들뿐만 아니다. 쳇바퀴 도는 회사 생활에 지치고, 골탕 먹이듯 금요일에 일을 주는 상사 또는 업체에 속을 끓이는 직장인부터 하고 싶은 건 많지만 불러주는 곳 없어 답답한 취업준비생, 그리고 과거엔 고등학교 때 배우던 걸 중학교 때 배우느라 머리 싸맨 우리 청소년들까지 '지금'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힐링. 그래서 골라봤다. 고물가 시대, 만 원으로 누릴 수 있는 아니 찾을 수 있는 힐링. 하지만 본격적인 힐링을 뒤져보기 전에 감사하는 마음부터 가져보자.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하루는 분명 누군가 절실히 꿈꾸던 고마운 하루일 테니.

힐링 ① … 책으로 쉬어가다

사람들이 서점을 가는 이유? 책을 사러 간다고 대답하면 당신은 '1+1=2' 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저 책 구경을 하러 서점을 가기도 한다. 표현하자면 아이-북쇼핑(Eye-book shopping)이라고 할까? 가지런히 그러나 빼곡히 꽂힌 책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제목만 읽었을 뿐인데도 왠지 머릿속이 든든해지며 자신이 좀 더 똑똑해진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힐링'이다. 경쟁사회에, 아는 것 없는 답답한 인생 같은 자신에게 그저 숨을 고르며 느린 걸음으로 서점을 산책하기만 해도 양서를 가득 먹은 기분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헛배가 아닌 실로 부른 배를 쓰다듬고 싶다면 연휴기간에 책 한 권쯤 읽어보는 건 어떨까?

처음 추천하는 책은 M. 스캇 펙 박사의 <끝나지 않은 여행>이다. 우리에겐 <아직도 가야할 길>이란 책으로 더 많이 알려진 스캇 펙 박사는 정신과 의사로서 약 10년간 직접 자신이 대면한 사람들로부터 배운 경험과 느낌을 영성, 용서, 관계, 성장 등 각각의 세부 주제로 나누어 실은 것이다. 전작인 <아직도 가야할 길>에서 다룬 '사랑, 전통적 가치, 영적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켜 다루고 있다. '독서치료'에 관련된 책이라고 불릴 정도로 복잡한 세상 속에서 사랑을 잃어버린 가녀린 인간에게 더 풍성한 마음과 넓은 시각을 갖춘 지혜의 길을 인도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책은 제목만으로도 어쩜 당신의 묶은 체증을 툭 꺼지게 해줄 리처드 윈터의 <지친 완벽주의자를 위하여>다. 가부장적이며 작은 땅덩어리 속에서 성공제일주의에 빠져 자라온 대한민국의 많은 세대들이 솔직히 완벽주의자가 되기를 너무나 다분히 요구받아왔다. 네가 바로 우리집의 기둥이라며, 모든 한과 가난함을 해결해줄 돌파구로서 모든 짐을 지고 온 첫째, 어렵고 힘든 상황이 다가와도 절대 울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정당한 분노와 아픔을 삭이며 자라온 둘째, 모든 과목에 100점을 맞아도 수학에서 90점을 맞았다는 이유로 칭찬받지 못하던 아들, 한 음도 절대 틀려서는 안 된다고 수차례 강요받고 지적받아온 음악하는 딸까지, 이 책은 그저 사랑받고 보호받고 응석부려야 할 어린 아이였던, 각자 잘하는 것이 다르듯 자존감과 존귀함이 존중받아야 했던 한 인간이었으나 그만큼 누리지 못하고 완벽주의자가 되기를 강요받아왔던 우리 모두에게 자신의 상황을 체크하고 벗어날 수 있는 깨달음을 주는 시원한 책이 될 것이다.

마지막 책은 용서에 관한 책이다. 용서를 힐링을 위한 대표적 단서로 꼽은 이유는 심리학 전문가들이 많은 이들이 과거의 경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미움과 독에 가득 차 스스로 함몰되는 원인이 바로 용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해서다. 용서에 관한 책은 무엇이든 좋다. ECPA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책'을 6회나 수상했으며 절대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은 세상의 이야기들 속에서 용서를 선택한 사람들의 스토리를 다룬 필립 얀시의 책도 좋고, 용서와 관련된 심리학책도 괜찮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용기만 있다면 말이다.

힐링 ② … 수다로 풀다

요즘 거리에 카페가 참 많다. 한 집 건너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번은 어떤 커피숍을 찾았는데 앉을 자리조차 없이 복잡했다. 겨우 빈 의자를 발견해 동행인과 커피 한잔을 나누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웅웅거리며 모여드는데 벌 천 마리가 몰아닥치는 것처럼 정신없었다. 어디서 이 많은 사람들이 밥값이 버금가는 커피를 마시고자 이곳에 모여드는가? 도대체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 것일까?

할 말, 참 많다. 사실 별 볼일 없는 비생산적인 말도 많다. 그래도 그렇게 수다 한 판 쭉 풀어놓으면 속이라도 시원해진다. 누군가 나를 알아주고, 내 얘기에 맞장구 쳐주고, 나를 격려하고 응원해준다는 것. 그것만큼 시원한 음료수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앞서 말한 장소처럼 사람 많아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이야기해야 하는 곳은 거절이다. 어디 조용하면서도 맘 편히 수다 떨만한 괜찮은 카페 없을까? 그래서 사람들이 찾는 곳이 부암동이다.

새롭게 개관한 서울 미술관 맞은편에 위치한 '마음은 콩밭'은 스쳐 지나갈 정도로 눈에 띄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들어서보면, 미술을 전공한 주인아줌마의 손길이 이곳저곳 묻어있는 것이 보인다. 다양한 퀼트 제품, 비누, 클렌징, 생활도자기까지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이 손수 만든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또한 그림, 퀼트, 비누공예 등 때때마다 클래스도 열리고, 앞으로 영화 상영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색다른 카페는 양재동에도 유명하다. 양재천을 따라 이어진 카페 거리 외에도 구석구석 커피가게들이 눈에 띈다. 한적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마음껏 수다를 떨 수 있다는 것이 이 카페들의 장점. 수다를 나누다가 배고프면 와플과 팬 케잌도 먹을 수 있고, 양재천을 따라 산책도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좀 색다른 곳에서 수다를 떨고 싶다면 네일샵은 어떨까? 네일샵은 대표적인 여성들의 힐링 장소로 예쁘게 변신된 손톱을 보고나면 예쁜 숙녀가 된 기분마저 든다. 손톱 기본 손질부터 완전하게 마르기까지 네일샵에서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손톱을 조심해야 하기에 딱히 할 일도 없어서 입운동밖에 할 일이 없다. 친구와 둘이 네일샵을 찾아 의자에 앉아 편히 수다를 떨며 변신의 시간을 갖는 것. 플러스 힐링을 누리게 될 것이다.

힐링 ③ … 선물로 위로하다

선물은 남에게 주는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막을 내린 지 오래. 고마운 남에게도 주고, 수고한 나에게도 주는 것이 인지상정. 그렇다면 어떤 선물이 좋을까?

내가 좋아하는 것이 선물이 될 수 있겠지만, '힐링'에 맞게 생각하면 추천할 수 있는 첫 번째 선물은 바로 일기장이다. 일기장은 나와의 수다라고도 할 수 있다. 힘들었던 것, 좋았던 것, 또는 그 날 그 날의 느낌을 기록해놓으면 먼 훗날 다시 펼쳐보았을 때 '아, 그때 이랬구나'라고 나를 되돌아 볼 수도 있고, '피식~'하고 웃음을 선사해줄 추억들도 다시 되살아날 것이다.

두 번째는 비싸지 않지만 요즘 같은 IT시대에 소소한 장식거리로 사용할 수 있는 이어폰 와인더다. 케이블선이나 이어폰, 충전기선을 감아 깔끔하게 정리하는데 사용하는 와인더는 한 셋트(두 종류)를 3,000~5,000원이면 구매할 수 있다. 쓰임새도 다양하다. 앞서 소개한 전선 감는 것 외에도 팔찌, 머리끈으로도 멋 낼 수 있다. 나를 조금은 특별하고 새롭게 만들어 줄 색다른 소품이다. 이외에도 컬러 USB케이블, 향기나는 USB, 스마트용 거치대 등 IT액세서리들이 다양하니 매일 나와 함께하는 IT제품에 새 모습을 입혀보자.

이번엔 말 그대로 '힐링'을 표방한 선물이다. 인디언들의 민간요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어 캔들(ear candle, 10,000원대)'은 귀의 고막에 온기와 진동을 전달해 불면증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귓속 습기를 제거해 중이염이나 비염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머리를 옆으로 기대고 누운 후 머리와 90도 각도가 되도록 귀에 초를 꽂아 눈금 부분까지 태우면 된다(약 10분 소요). 또한 잠이 모자란 현대인들을 위한 '3D 수면안대(8~9,000원)'는 콧날과 이마에 패드가 부착되어 있어 편안하게 착용가능하다. 이외에도 가볍게 다이어트로 마음까지 무거워진 나를 치유하고 싶다면 '3D 종아리 맛사지 룰러', 하루종일 컴퓨터와 책으로 구부러진 목을 위해선 '목안마기'도 있다. 7~8,000원이면 인터넷쇼핑몰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힐링 ④ … 자연을 벗하다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는 최고의 힐링, 그만큼 잘 알려진 힐링이겠지만 소개할 장소만큼은 새롭다. 서울어린이대공원 온실식물원(광진구 능동) 2층에 실내정원이 생기면서 1층 유리온실과 더불어 일년내내 꽃향기 가득한 테마파크로 변신하여 지난 9월 26일(수) 따끈따끈하게 개방했다.

꽃과 나비, 금강산폭포, 열대식물, 고향산천 등 총 8개 테마로 구성된 실내정원은 다채로운 식물이 주는 볼거리도 풍부하지만 코끼리, 원숭이를 본뜬 대형 토피어리도 세워 열대밀림 속에 있는 듯한 포토존도 제공한다. 또한 식물원 바깥엔 화려한 야간조명을 설치하여 오붓하게 데이트할 수 있는 분위기도 연출했다.

거닐 때 자연의 소리를 벗하는 것도 방법이겠으나, 귓가에 풍악이 그립다면 KAIST에서 공부하던 대학생들이 하루 종일 공부에 지쳐 우울해진 자신들을 위해 음악을 작곡하기 시작하면서 탄생한 뉴테라피 2인조밴드 '페퍼톤스(peppertones)'의 노래나 유명 연주자들의 기타, 재즈 음악를 들으며 사뿐사뿐 거닐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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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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