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에 산 간식 들고 월드컵공원으로…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장경근

발행일 2012.07.25. 00:00

수정일 2012.07.25. 00:00

조회 5,009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장맛비가 뜸해지면서 예외 없이 무더위가 찾아든 지난 주말, 오후 9시쯤 저녁식사를 마치고 아내와 함께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향했다. 비교적 늦은 시간에 집을 나서게 된 것은 아내와 둘만의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에서였을 것이다.

요즈음 들어 일에 쫓기다보니 아내와 대화가 소원했고, 오붓한 시간을 가져본 적이 오래됐기에 며칠을 벼르다 '결행'한 계획적인 동반 외출이었다. 부부간의 불통(不通)이 부부관계에 큰 어려움을 가져다준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큰맘 먹고 소통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데이트도 하고 쇼핑도 하면서 밀렸던 대화를 나누기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외출하자는 말만으로도 기뻐했다.

리포터의 집에서 서울월드컵경기장(마포구 상암동)까지 소요시간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엔 20여 분, 승용차로는 10여 분 정도 된다. 그곳에는 쇼핑과 산책이라는 두 가지 필요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 있었다. 월드컵경기장 안에 있는 대형마트와 인접해 있는 월드컵공원, 그 중에도 평화의 공원은 대형마트에서 길 하나를 건너거나 구름다리를 건너면 직결되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는 곳이다.

온가족이 즐거운 쇼핑

평상시에는 주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편이었으나 그날은 내친김에 생활용품도 사야겠다는 생각에 승용차로 이동을 했다. 9시 25분이 조금 지나 월드컵경기장 내 대형마트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매장으로 들어갔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매장은 그다지 혼잡하지 않았다.

"토요일엔 마감 1시간 전인 밤 11시에 고객들이 가장 많이 온다"라는 안내원의 말을 들으며 매장 안을 둘러보았다. 가족단위의 고객이 특히 눈에 띄었다. 유독 두 아이의 천진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쇼핑카트에 어린아이를 태우고 식품코너를 둘러보던 주부 이정희(37) 씨는 "주말에 깜짝 세일이나 특정 시간대에 유효기간이 짧은 식품을 파격적인 할인가에 판매하는'타임서비스'를 주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요즈음엔 품질보다 가격을 먼저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남편 소득에 비해 물가는 자꾸 오르고 또 경기도 안 좋다고 하니 뭐 하나 사려도 많이 망설여져요. 그러니 싼 가격에 손이 갈수밖에 없지요." 그녀는 곁에 있는 남편에게 미안한 듯 옅은 미소를 던졌다. '50%할인'이나 '1+1' 표시상품 앞에는 사람들이 쏠려 있어 싼값에 물품을 사겠다는 심야 쇼핑객들의 알뜰한 마음을 읽게 해 주었다.

한여름밤의 정취와 낭만을 수놓는 평화의 공원

쇼핑을 하고나서 밖으로 나오니 10시 20분, 안이나 밖이나 온도차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의 에너지 절약 시책에 따라 26도 내외로 냉방 온도를 제한하기 때문이니 당분간 대형마트에서의 피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매한 물품을 일단 주차장에 있는 승용차 트렁크에 넣어둔 채, 아이스크림과 스낵 두 봉지를 들고 월드컵경기장 남문 앞 횡단보도를 건너 월드컵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월드컵공원은 평화의 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의 5개 공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평화의 공원은 월드컵공원 전체를 대표하는 공간으로 월드컵경기장과 강북강변로 사이의 평지 약 44만㎡에 조성되어 있다.

마트를 나와 걸어서 평화의 공원 입구에 도착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15분 남짓. 짙은 어둠을 불 밝힌 환한 가로등 밑에서 삼삼오오 무리지어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월드컵경기장 남문에서 평화의 공원 호수(난지연못)로 이어지는 중심에 위치한 유니세프 광장은 연못 주변을 따라 둥근 형태로 꾸며져 있으며 그 자태가 유연했다. 어느 곳에서든지 물가의 경치를 감상하며 산책 할 수 있게 되어 있고, 특히 7~8월이면 수변음악회와 가족극장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진행되어 한여름밤 더위를 식히는 피서지로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10월까지 공연이 이어지는 수변음악회는, 공원에 넓게 펼쳐진 연못과 잔디밭이 있는 자연 속 야외무대에서 오페라 갈라쇼, 성악, 크로스오버 뮤직, 체임버 오케스트라, 무용, 인디밴드, 판소리 등 다양하고 풍성한 공연을 통해 공원을 찾는 시민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해 준다.

3인조 인디밴드 '오늘여행자'는 10월 28일까지 매주 일요일 공연을 진행하는데, 작곡 및 작사에 능하며 일반인들이 듣기 편한 어쿠스틱 감성의 음악을 추구하는 밴드라고 한다. 유니세프 광장에서는 7월 28일과 8월 11일 두 차례에 걸쳐 오후 8시부터 '좋은 영화 감상회'를 열고 <완득이>와 <언터쳐블-1%의 우정>을 상영한다. 평균 500여 명의 주민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룬다고 한다.

밤 11시 20분, 평화의 공원을 나서면서 아내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다음에 올 땐 야외돗자리 가져와 누워있다 가면 정말 좋겠다." 대형마트에서 알뜰쇼핑과 영화 관람, 한여름밤의 낭만을 스케치할 수 있는 공원에서의 자유로움… 더운 여름밤에 지쳐있던 시간을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귀한 가치인가. 잠 못 이루는 여름밤, 마음속의 갈등을 훌훌 털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가볍게 나서보자. 물론 아내와의 동반은 필수이다.

Tip> 지하철로 찾아가는 길: 월드컵경기장역(6호선)에서 내려 1번 출구를 나가면 서울월드컵경기장과 직결된다. 횡단보도를 이용해 길을 건너면 마포농수산물센터가 있고, 주차장 쪽으로 가면 평화의 공원 입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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