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람과 자전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김종성

발행일 2012.07.10. 00:00

수정일 2012.07.10. 00:00

조회 3,954

호젓할 것 같기도 하고, 은밀할 것 같기도 하고, 혹은 좀 오싹할 것 같기도 해 한 여름 더위를 식히기에 그만인 시간이 바로 '심야(深夜)'아닐까? 덥고 눅눅하고, 잠들기엔 불편하기 짝이 없는 날씨엔 아예 자리 털고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게 상책일 수도 있다. 야(夜)~호(好)~ 외치며 깊은 밤 집을 나선 시민리포터들의 발걸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따라가 보자. 그 첫 편은 김종성 리포터의 '심야 강변라이딩'이다.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한강은 굳이 수도 서울의 젖줄이라는 흔한 표현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서울 시민들의 쉼터이자 안식처, 데이트 코스이자 운동장소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고마운 존재임을 잘 알고 있다. 강 위를 지나는 다리가 스무 개가 넘을 정도로 강의 크기도 커서, 서울시민이 아무리 많이 놀러와도 너그럽게 모두 품을 수 있다.

산만큼이나 강물도 사람들의 취향과 취미에 따라 다양하게 이용할 수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자전거 타기. 필자가 활동 중인 자전거 동호회에서는 한강가와 그 지천들의 자전거 도로 중 50~100km 코스를 만들어, 주말에 모여 완주하는 자전거 라이딩을 즐긴다. 한강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춰졌다는 사실은 두말 할 것도 없다.

한강의 밤은 낮보다 야(夜) 하다

특히나 요즘같이 더운 여름날엔 뜨겁고 자외선 강한 낮보다는 해가 지고 난 저녁이나 밤에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시민들이 한강에 많이 보인다. '자전거 여행' 책을 쓸 정도로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김훈 작가는 자신의 애마 자전거를 '풍륜'이라 이름 지었다.' 바람을 일으키는 자전거' 정도의 뜻으로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수긍이 가는 절묘한 네이밍이다.

다리에 힘을 주어 페달을 돌릴 때마다 자전거는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며 바람을 만들어 낸다. 야밤의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신나게 달리다보면 '페달질'로 생겨난 땀과 열기가 날아가 버리고, 이어지는 상쾌한 기분은 중독이 될 정도로 참 좋다. 이 맛에 한 번 자전거 탄 사람들은 오래도록 타게 되나 보다.

낮과 달리 조명으로 화려하게 화장한 한강 다리들과 찰랑이는 강물이 어우러진 멋들어진 야경은 보너스. 지난 주말엔 애마 자전거를 타고 강바람을 쐬러 한강에 나갔더니 너른 잔디밭에 웬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다. 평소엔 사람들이 쉬어가는 그늘 쉼터를 무대 삼아 아마추어 가수와 연주자들이 자신의 실력을 한껏 뽐내며 열창을 하고 있는데 그 열기가 요즘 인기있는 TV 프로그램 <나가수> 못지않다.

강변 잔디밭에 앉아 열정이 담긴 공연을 감상하려니 신나는 여름 피서지가 따로 없다. 한강은 낮보다 밤에 훨씬 더 다채롭고 아름답다. 낮엔 열심히 사람들을 태우고 다닌 오리배들이 한강가에 올라와 쉬고 있는 모습도 재미있고, 연이어 나타나는 한강다리들이 멋진 조명을 뽐내며 드러내는 야경은 강변 라이딩을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한강다리는 강변을 신나게 달리다 내가 어디쯤 왔는지 알려주는 표지판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다리들의 생김새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사진(위) 속 빨간 아치가 드리워진 서강대교는 밑에 있는 한강의 하중도 밤섬과 어우러져 손꼽히는 야경을 연출한다.

자전거를 달리는 머리 위로 열차(전철)가 지나가는 굉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한강철교 밑도 이채롭다. 이외에도 보기만 해도 시원한 분수가 뿜어져 나오는 반포대교, 강을 건너가기 제일 좋은 잠수교, 광진교 등 동네마다 강변과 다리를 오가며 즐길 수 있는 곳이 한강이다.

꼭, 선유정에서 신발 벗고 드러누워 볼 것

그렇게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 보면 강변의 명물들을 만나게 된다. 그 중 필자가 가장 좋아하고 즐겨 찾는 곳은 양화지구 한강공원이나 양화대교에서 연결된 선유도다. 선유도는 과거 선유정수장 건물을 자연과 공유할 수 있도록 최소한으로 개조한 후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환경재생 생태공원으로 태어난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신선이 노닌다는 이름도 운치있는 선유도는 산책하기 부담없을 정도로 적당한 크기에 카페, 정자, 정원, 무지개다리, 갤러리, 놀이터 등이 갖춰져 있어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필자처럼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들을 위해 문앞에 자전거 거치대를 만들어 놓아 더욱 마음에 든다.

선유도에 들어서자 수초를 키우는 곳에서 수많은 개구리, 맹꽁이 소리가 섬의 고요함을 깬다. 이상하게 개구리 울음소리가 시끄럽지 않고 오히려 여름밤에 참 잘 어울린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지 전혀 개의치 않고 서로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재미있다. 낮과는 전혀 다른 풍경의 도심 한가운데서 참 보기 드문 광경이 벌어지는 곳이다.

한강과 도시의 야경이 한 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정자(선유정)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 앉았다. 강바람과 함께 눈이 다 시원해지고 여기까지 자전거 타고 온 피로가 싹 풀리는 것 같다. 가지고 온 커피를 꺼내 맛을 음미하자니 옆에 앉은 노부부는 도시락을 펼치고 있다. 정자 모퉁이에 걸터앉은 젊은이들이 기타를 치며 제이슨 므라즈의 노래 'I'm yours'를 부르는데 강가의 밤이라 그런지 꽤나 감미롭게 들려온다.

개구리, 맹꽁이들의 울음소리 외엔 고즈넉하기 그지없는 선유도의 밤. 흙길, 자갈길을 밟으며 내는 서걱서걱 내 발소리와 옆에 나란히 앉아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의 소근소근 속삭이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올 정도다. 한낮의 무더운 여름 날씨에 지친 시민들에게 편안한 휴식과 즐거운 추억을 전해주는 한강의 아름다운 섬이다. 선유도 운영시간은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이며 연중무휴다.(문의 : 선유도 안내센터 ☎02-3780-0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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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자전거 #선유도 #심야 #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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