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을 보는 당신의 시선은 몇점인가요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장경근

발행일 2012.05.22. 00:00

수정일 2012.05.22. 00:00

조회 3,371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가족이 되는 방법은 몇가지일까. 당신은 아마도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가정을 이루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방법으로 가족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이 된다는 사실 자체다. 또 묻게 된다. 입양으로 가족이 되는 것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가. 최근 공개 입양이 보편화 되면서 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유명 연예인들의 입양 사실이 공개되면서 부쩍 관심이 높아진 탓도 있다. 공개입양은, 아이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 대처할 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권장되고 있다.

가족이 되는 여러 방법 중 공개입양을 선택해 따뜻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서정갑 목사부부를 수유리에 있는 아파트에서 만났다.

"낳은 것만큼이나 키우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동조를 키우면서 가끔은 입양했다는 사실이 기억나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지 않을까 싶어요"

서 목사 부부가 입양아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5년 전의 일이다. 2008년 12월 해외로 입양되는 아기를 위탁받아 키우던 그들 부부는 키우던 아기와 헤어지는 일이 너무 힘들어 공개 입양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 아이 '동조'가 미혼모 어머니에게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은 지 58일째 되는 날이었다.

서 목사는 아내의 유별난 아이 사랑이 동조와 한 가족을 이루는데 큰 몫을 했다고 말한다. 위탁가정에 맡겨졌던 아이들이 해외로 떠나는 광경을 공항에서 우연히 본 아내는 공개입양 결심을 더욱 굳히게 되었다.

서 목사의 아내는 위탁모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파랗게 사색이 되어 우는 아기들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말 못하는 아기지만 또 버림받는다는 사실을 아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우리 동조에게도 또 한 번의 아픔을 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들더라구요"

"동조를 처음 본 순간 '이 아이는 내 아들이다'라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들었어요. 아내가 아이를 안으니 방실방실 웃는 모습이 어쩐지 아내와 닮은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마음 속으로부터 내 아들이 되더군요" 서 목사의 이야기다.

그런데 동조를 입양하고 나니 서른 살이 넘은 딸아이의 반응이 조금 예상외였다. "평소에는 동생 한 명 있으면 좋겠다면서 입양 정보를 알려주고 적극 추천하던 아이였는데 정작 동생이 생기니까 몇 날인가를 시큰둥하게 지내더군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는 해도 우리에게 받던 사랑을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 자기도 모르게 서운했나봐요"

서 목사의 아내, 동조의 엄마 김경란 씨는 아이가 네 살이 되던 해부터 자연스럽게 들려주는 말이 있다. '동조를 배로 낳지 않고 가슴으로 낳았다'는 사실이다. 두 돌이 지나면서부터 아이가 말뜻을 이해하든 그렇지 않든 일상 속에서 항상 속삭이듯 이야기한다. 인터뷰가 있던 그날도 그랬다. 엄마가 물었다.

"동조야, 엄마가 동조를 어디로 낳았지?"

"가슴!"

아이는 짤막하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표정도 밝았다.

"갑자기 입양 사실을 말해주거나 스스로 알게 되면 아이가 받는 충격이 엄청나게 크다고 해요. 그보다는 자연스럽게 알고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오지 않는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해요. 공개입양이 좋은 것은 자신의 입양사실을 다른 사람이 아닌 입양부모로부터 들을 수 있고 또 친부모에 대한 궁금증이나 애틋한 마음을 입양부모와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러다보면 신뢰에 바탕을 둔 성공적인 부모와 자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서정갑 목사 부부는, 입양은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마흔이 넘은 조카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들 중에는 아이가 없는 경우도 더러 있고요. 그러니 우리 나이가 적지 않은데도 아이를 입양해 행복하게 잘 키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카들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되는 것 같아요. 우리 부부가 좀 더 젊기만 해도 하나 더 입양할 수 있을텐데...아쉽네요"

"요즘은 아이가 가끔 우리를 챙겨줍니다. 사랑은 한쪽으로만 가는 것 같지만 사실 늘 되돌아오는 것 같아요."

가족의 웃음이 닮아있다. 같은 시간을 살다보면 닮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가슴으로 낳은 아이와 한 가족이 되는 것. 그리고 천천히 닮아가는 것. 우리가 지금 무엇보다 먼저 해야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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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공개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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