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와 오라버니의 차이점은?

하이서울뉴스 박혜숙

발행일 2012.01.19. 00:00

수정일 2012.01.19. 00:00

조회 12,965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처음 만난 사람과 꼭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호칭정리. 사적으로 만났다면 나이 또는 연배를 확인한 후 ‘언니’, ‘선배’ 등으로, 비즈니스 차 명함을 건넨 사이라면 그 네모난 카드에 적힌 서로의 직함을 따라 부르기로 무언의 동의가 이뤄진다. 이는 엄격한 위계질서, 즉 수직사회문화를 가진 대한민국의 특성이다. 이와 비슷한 나라는 동일한 유교문화를 지닌 중국, 베트남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반면, 수평사회문화를 가진 미국, 영국 등과 같은 나라에서는 무조건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나이도, 직함도 알 필요 없이 그 사람의 이름이 곧 호칭이다. 무엇이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지만, 정확한 호칭이 곧 예가 되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호칭정리를 말 그대로 ‘정리’해봐야 하지 않을까?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상대를 존중하고자 하는 마음의 정성과 예만 갖추면 배우기 쉬운 호칭. 설을 맞아, 예지원(한국의 전통문화와 예절을 가르치는 기관, http://www.yejiwon.org)의 성기안(66세, 여) 예절·다도 교수를 만나 직접 들어봤다.

1. 결혼 후, 복잡해진 시댁식구 호칭은 어떻게?

가족이 생기면 그만큼 호칭도 많아진다. 그 대표적인 예가 결혼이다. 상대방의 형제 관계에 따라 형님, 아주버님, 서방님, 동서, 처남 등등 불러야 할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 또한, 그 대상이 혼인을 했는가 안했는가에 따라 호칭도 달라진다. 호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첫 번째로 여성이 결혼 후 시댁식구의 호칭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 지, 성교수 본인이 결혼하면서 달라진 생활 속의 호칭을 직접 소개하며 살펴보았다.

성교수의 경우 결혼했을 당시, 이미 출가한 두 명의 누님과 아직 미혼인 한 명의 시동생이 있었다. 누님들의 경우는 결혼을 했기에 ‘형님’이라 했으며, 형님들의 남편분들에겐 ‘아주버님’이라고 불렀다. 결혼 전인 시동생은 ‘도련님’이라고 불렀으며, 결혼 후엔 ‘서방님’으로 바꿔 불렀다. 도련님이 결혼하며 맞은 부인은 ‘동서’라고 칭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호칭만큼 존칭도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손윗동서들이 손아랫동서들에게 “동서, 잘 지냈어? 애들은 잘 크고?” 라며 반말을 던지지만, 우리나라 예법에는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을 제외하고 아무리 손아랫사람이라 해도 반말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교수는 ‘어서 와요’, ‘잘 지냈어요?’ 등과 같은 반존칭을 사용하여 상대를 향한 예의를 지키는 것을 당부했다.

33년째 예지원에서 예절과 다도를 가르치는 성교수에게도 굉장히 힘들었던 호칭이 있었다. 바로, ‘여보’, ‘당신’이다. 친구로 지내던 남편과 결혼하면서 ‘누구누구’라고 부르던 상대방을 ‘여보’, ‘당신’ 부르려니 차마 입에서 떨어지지가 않은 것. 때문에 신혼여행 가서 내내 호칭 연습을 했다고 한다. 돌아와서 시부모님을 뵈는 첫 자리에서 실수할 수가 없었기에. 이렇듯 호칭은 입에 붙지 않으면 쉽지 않지만, 연습하다보면 자연스러워지고 호칭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존중도 더해진다고 한다. 성교수는 요즘 남편을 ‘오빠’, ‘아빠’라고 부르는 호칭은 맞는 것도 아니며 보기도 좋지도 않다고 꼬집으며, 정확한 호칭은 부부간의 배려의 표현이며 부부관계를 더욱 탄탄하게 지켜주는 기둥이 되어준다고도 말했다.

 

‘여보’는 정확히 무슨 말일까?

부부 간에 부르는 ‘여보’에 대해 어떤 이는 ‘여보세요’의 줄임말이라고도 하지만, 정확하게 상대방을 부르는 ‘여기 보오’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하지만, 시부모님이나 장인장모님 등 어른들이 함께 있을 땐 들리지 않게끔 조용하게 ‘저기요’, ‘여기요’라고 남편을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2. 자녀들의 결혼으로 생긴 새로운 가족들의 호칭은 어떻게?

장성한 자녀를 둔 부모에게 새로운 가족은 며느리와 사위. 하지만, 벽 없이 지내겠다는 이유로 여지없이 무너진 호칭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성교수는 전한다. 슬하에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둔 성교수는 두 자녀가 모두 결혼하여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게 될 때까지 호칭의 변화가 있었다고 말한다. 먼저 아들이 사귀는 아가씨를 데리고 왔을 때 이름 뒤에 ‘~양’이란 호칭을 붙였다고 한다. 앞서 얘기했듯이 대한민국 예법에 나이 어린 사람이라 할지라도 반존칭을 써야 하며, 한 가정의 귀한 딸에게 그냥 이름만을 부르는 것은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양’이란 호칭은 상견례 장소에도 계속됐다. 이를 본 사돈댁 식구들은 딸을 부르는 호칭에서 고마움과 놀라움을 느껴 성교수의 아들에게도 ‘~군’이란 호칭으로 바꿔 불러주었다고 한다. 이 호칭은 결혼식 당일까지 계속됐으며, 식이 끝나고 아이들이 신혼여행을 떠날 때 ‘새아가(애기)’라고 바꿔 칭했다고 한다. 그 후, 아이를 갖기 전까지 ‘새아가’라는 호칭은 ‘예쁜’, ‘고마운’ 등의 형용사와 함께 붙여져 사용됐으며, 임신 소식을 알고 난 후부터 ‘애미’라는 호칭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위의 경우도 비슷하다. 딸과 교제기간 동안은 ‘~군’, 결혼식 후 ‘~서방’으로 바뀐다.

반대로 며느리는 새롭게 모시게 된 시부모님을 향해 어떤 호칭을 써야할까? 고부간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 ‘엄마’와 같은 정감 있는 호칭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성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예법에 따르면 ‘엄마’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 있는 자녀들이 부르는 호칭이며, 입학 후에는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고 한다. 또한, 이 ‘어머니’라는 호칭은 단 한 분. 자신을 낳아주거나 길러주신 분에게만 부를 수 있는 감사와 존경이 담긴 호칭이다. 그렇기에 며느리는 친정부모님에게는 ‘아버지’, ‘어머니’라고 불러야 하며, 시부모님에게는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한 호칭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성교수는 요즘 쉽게 볼 수 있는 안타까운 그림도 전했다. 친구집에 가 보면 며느리를 ‘얘’ 또는 ‘누구누구야’라고 하대하는 시어머니들을 쉽게 보게 된다며, 이 같은 하대는 우리 가족이 된 사람에게 맞지 않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보통 하대는 돈을 주며 집안일을 시키던 행랑아범에게나 쓰는 말이었는데, 우리 집안의 귀한 며느리이자 소중한 식구에게 그 같은 하대는 적절치 않으며, ‘아가(며느리가 자녀가 없을 때)’ 또는 ‘애미(며느리가 자녀가 있을 때)’라고 부르며 반존칭을 섞어 존중의 대화를 하는 것이 상대방의 기분과 감정도 지켜주며 그만큼 아름답고 건강한 가정의 본을 후손들에게도 보여주는 법이라고 말했다.

 

험하게 불러야 오래 살까?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손자, 손녀나 동네 어린 아이들을 보시면 일부러 ‘아유, 못났다’, ‘개똥아’ 등으로 험하게 부르는 것을 요즘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1900년대 초, 콜레라와 페스트가 창궐하면서 오래 살지 못하고 죽는 자녀들이 많아지자 험하게 부르면 귀신이 잡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부른 호칭이다. 하지만, 의학이 발전한 지금, 험한 호칭보다는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담아 귀하게 부르는 것이 좋다.

오직 한 길, 예절과 다도를 직접 가르치며 살아온 성교수는 마지막으로 며느리 될 아가씨 또는 딸을 예지원에 보내는 분들이 많다며, 자녀들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시어머니가 되거나 새로운 식구를 볼 부모님들도 예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은 며느리, 예의바른 자녀는 상대방을 존중하며 바르고 고운 호칭과 존칭을 쓰는 부모가 있을 때 비로소 빛이 나는 법이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모이고, 새로운 식구도 만나게 될 이번 설. 조금은 호칭이 낯설고 부자연스러워도 한가족이기에 부를 수 있는 호칭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대한민국 온 가족이 가족의 기쁨을 누리는 명절이 되길 기대해본다.

‘오빠’와 '오라버니'의 차이점은?

많은 사람들이 '오라버니'가 '오빠'의 높임말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오라버니'라고 불러야 할까? 정확한 오라버니의 호칭은 출가한 여동생이 오빠를 부르거나, 여동생이 미혼이라도 오빠가 결혼을 했을 때 부르는 것이라고 한다.

표로 보는 호칭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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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호칭 #예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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