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세 폐지 할머니 그 후 이야기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이승철

발행일 2012.01.10. 00:00

수정일 2012.01.10. 00:00

조회 6,878

 

“어떻게 이런 데서... 할머니가 사시는 집에 들어섰는데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식사라도 한 끼 사드리겠다고 했더니 한사코 아니라며 도망치듯 걸음을 옮기던 할머니의 작은 뒷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이렇듯 겨울 바람이 더욱 매섭고 두려운 이웃이 있다. 착하고 여린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기 위해 하이서울뉴스 시민리포터들이 따뜻한 마음을 고이 품고 거리로 나섰다. 그들이 눈으로 가슴으로 담아온 사연은 하이서울뉴스에 소개될 뿐 아니라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희망온돌 프로젝트’와 연계, 어려운 이웃에게 작으나마 도움의 손길이 미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할머니가 올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게 힘써준 사람들...좁은 공간에서 보일러 교체작업을 해준 김지연 회장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지난해 12월 서울 강북구 송중동 시장통 고물수집상에서 만나 23일자 「하이서울뉴스」에 소개했던 79세 이말순(가명) 할머니를 다시 만난 것은 같은 달 28일 오후였다. 할머니의 딱한 사정이 「하이서울뉴스」에 보도된 후 서울시 ‘희망온돌 프로젝트’와 연결이 되었다. 희망온돌 프로젝트 측에서는 다시 할머니가 살고 있는 지역인 강북구에 있는 구세군 강북종합사회복지관과 연결시켜 주었다. 구세군 종합사회복지관에서 나온 우지민 사회복지사와 함께 할머니의 집을 확인 방문하게 된 것이다.

할머니의 집에 들러 살고 있는 형편을 두루 살펴본 우지민 복지사도 매우 놀라워했다. 할머니의 처지가 너무 딱했기 때문이다. 몹시 추운 날씨에 연료도 떨어지고, 그나마 고장난 보일러. 방바닥은 얼음바닥처럼 싸늘했다. 그런 할머니의 방에서 상담을 마친 사회복지사는 일단 복지관과 협의를 하겠다고 했다. 다음 날 전화가 왔다. 보일러를 새것으로 교체하여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겨울철 3개월 동안 연료도 공급해 주기로 했다. 겨울 동안의 식량으로 쌀 20kg 두 포대도 지원해 주기로 했다.

난방용 기름보일러 교체와 연료 3개월분, 쌀 20kg 2포대 지원

지난 12월 30일 오후 2시, 할머니 댁 보일러 교체공사를 하는 날이다. 할머니 집에 몇 사람이 모여들었다. 구세군 강북종합사회복지관 우지민 사회복지사와 서울시 서민희망반 지역넷 구축팀 김현대 주무관, 그리고 보일러 교체공사 시공을 담당한 한국열관리협회 도봉강북구회 김지연 회장이었다. 곧 주문한 석유보일러가 도착했다. 교체공사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던 김지연 회장이 공사를 시작했다.

보일러 교체공사는 간단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보일러가 설치되어 있는 보일러실은 반 평도 안되는 좁은 공간이었다. 그 비좁은 공간에서 체격이 좋은 김지연 회장이 홀로 구슬땀을 흘렸다. 날씨가 매우 추웠지만 좁은 공간에서 하는 작업이 너무 힘들어 흘리는 땀이었다. 어렵게 고장 난 낡은 보일러를 철거하고 새 보일러를 설치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동안 영하 10도의 추위에 보일러를 가동하지 못해 보일러 배관이 방안까지 꽁꽁 얼어붙어버린 것이다.

김지연 회장이 공사를 하는 동안 서민희망반 김현대 주무관, 그리고 우지민 복지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가난한 이웃들을 돕는 일은 많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기부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할머니 댁에 새로 설치하는 보일러 대금은 복지관에서 지불했다. 시민들이 기부한 돈으로 구입한 것이다. 그리고 공사는 설비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의 모임인 열관리시공협회 도봉강북구회 김지연 회장의 재능기부였다. 김회장의 재능기부는 복지관에서 구입해준 보일러를 교체하여 설치하는 모든 공사비와 임금을 받지 않고 봉사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날의 낡은 보일러 철거와 새로 구입한 기름보일러 설치공사는 무려 4시간이 넘게 걸렸다. 꽁꽁 얼어붙은 배관을 녹여 보일러를 원활하게 작동시키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기 때문이다. 김지연 회장의 작업하는 모습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비좁은 공간이라 매우 어렵고 힘든 공사였지만 배관이 다시는 얼어붙지 않도록 꼼꼼하게 정성을 다했다. 배관 공사를 끝내고, 그 배관들을 보온재로 감싸고, 다시 그 위에 보온 테이프를 칭칭 감는 모습이 너무나 정성스러웠다. 평소에도 한국열관리협회 회원들은 가난한 이웃들과 사고현장 등 그들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언제든지 달려가 최선을 다해 봉사한다고 한다.

십시일반 정성으로 이루어지는 이웃돕기

쌀을 전달하고 있는 우지민 사회복지사드디어 보일러 교체. 할머니 올 겨울 걱정 마세요!

공사를 모두 마치고 보일러를 가동하자 곧 방바닥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방안에 있는 싱크대 온수를 받아본 할머니 얼굴이 금방 환해진다. 그동안 차가운 물로 세수하고 머리도 감았는데, 이제 따뜻한 물로 머리를 감을 수 있게 되어 너무 좋다는 것이다. “고맙습니다. 올겨울 얼어 죽지 않고 살 것 같네요.(웃음)” 방바닥 이불 밑에 손을 넣어본 할머니의 말이다. 그동안 방이 너무 추워 편히 잠들 수 없었다는 것이다.

새해 초에도 날씨는 추웠다. 지난 1월 8일 아침 10시, 다시 할머니의 집을 방문했다. 복지관을 통해 지원하기로 한 겨울양식용 쌀 20kg 두 포대를 지원하는 날이었다. 할머니의 표정이 매우 밝았다. 보일러 교체와 연료지원으로 전날 밤 따뜻하게 잠을 잤기 때문일 것이다. 쌀은 ‘사랑의 열매’라는 자선단체에서 지원하는 것이었다. 쌀을 받아든 할머니는 “올겨울은 정말 행복하게 날 수 있게 되었네요. 너무너무 감사해요. 평생 이렇게 도움을 받아본 건 처음이네요”라며 고마워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서울시 희망온돌프로젝트와 구세군강북종합사회복지관, 자선단체인 사랑의 열매, 하이서울뉴스, 특히 보일러 철거와 교체공사를 재능기부로 무려 4시간 이상 땀을 흘리며 정성껏 봉사해준 열관리협회 도봉강북구회 김지연 회장, 우지민 사회복지사 등 관계자들 모두에게 할머니를 대신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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