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통장이 들려주는 성뒤마을 이야기

하이서울뉴스 조선기

Visit5,035 Date2012.01.03 00:00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성뒤마을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여기에 마을이 있었어요? 잘 모르겠는데요.”
서초구 성뒤마을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마을버스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니 큰 길을 사이에 두고 한쪽에는 아파트가, 한쪽에는 고물상들이 밀집해 있었다. 고물상이 늘어선 사잇길로 올라가면서 몇몇 사람에게 물었지만, 이곳에 마을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저 길로 사람들이 올라가는 걸 봤어요.”
한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동네에 도착했다. 허름한 집들이 눈에 띄었다. 그곳이 바로 서초구에 위치한 달동네 성뒤마을이었다. 성뒤마을에 찾아간 이유는 달동네 통장이자 희망온돌 시민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명호 씨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달동네 통장, 따뜻한 겨울을 꿈꾸다


“지난 9월에 통장을 맡았어요.”
최명호 씨(56)는 지난 9월 방배3동 567번지 성뒤마을의 통장으로 임명됐다. 통장이 된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12살부터 살아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곳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서초구에 이런 동네가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서초구 사람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잘 산다고 생각하잖아요. 여긴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에요.”


성뒤마을에서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는 사람은 없다. 일용직이나 건물 청소원 등을 하며 하루 끼니를 때우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가구 수로 따지면 100여 가구를 좀 넘는다. 모든 사정을 다 들여다 볼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의 우여곡절 끝에 이곳으로 들어온다. 통장인 최명호 씨 역시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



“제가 건설 쪽에 있었거든요. 한번은 일 때문에 지방에 내려갔는데, 전화가 왔어요. 집에 불이 났다는 거예요. 집에 와 보니 정말 집이 몽땅 타버렸더라구요. 허허”


그게 9년 전 일이었다. 깨끗하게 타버린 집 앞에서 그는 가슴이 휑해지는 걸 느꼈다. 가진 것도 없었지만, 몸 누일 집마저 타 버리자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올 초에는 위암 수술까지 받았다. 대학병원에서 위의 70%를 절제했다. 그렇게 한번 크게 아파보고 나니, 마을사람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그다. 그래서 누군가 힘들거나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제 일처럼 먼저 가서 돕는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가 있다.


“내가 여유가 있으면 모르겠는데, 그런 게 아니니까 도와주는 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다행히 쌀이나 연탄 등이 가끔 들어오는데,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어요. 마을 분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데요.”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힘쓰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의 마음에 들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마을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는 자신은 기름보일러를 쓰는데, 연탄만 들어온다며 아쉬워했다. 그렇다고 연탄 보일러로 바꿀 형편도 안되고, 연탄을 둘 장소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제가 많이 부족한가 봐요. 제가 좀 더 희생해야 남들이 따라온다고 믿어요. 쌀 한 자루를 받아도 마을 주민 모두하고 나누고 싶어요. 그게 제 마음이에요.”


“희망온돌 시민기획위원, 책임감이 막중하죠”


최명호 씨(56)는 달동네 통장 외에 또 하나 맡은 일이 있다. 바로 희망온돌 프로젝트 시민기획위원. 희망온돌 프로젝트는 ‘서울 하늘 아래, 밥 굶는 사람·냉방에서 자는 사람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 아래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서민 특별보호대책이다. 이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획 단계부터 실행 및 평가까지 철저하게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주도한다는 점이다.


“일반 시민이 서울시 복지 정책에 직접 참여한다니, 저도 신기했어요. 근데 어느날 전화 와서 해보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어려운 사람들의 의견을 대변해 주는 거니까 좋은 기회다 싶었어요.”



어려운 이들을 위한 복지 정책은 많다. 그러나 어떤 정책은 탁상행정으로 끝나기도 한다. 그에게 복지정책에 대해 물으니, 그 점을 가장 아쉬워했다.


“정책을 세울 때 직접 현장에 가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필요한 사람들한테 필요한 걸 제공해주지 않겠어요. 그리고 현장에 갈 때는 미리 준비하지 말고, 몰래 갔으면 좋겠어요. 물론 저희 마을에 올 때는 저한테 미리 말해주세요.”


최명호 씨 외에도 희망온돌 기획위원에는 임대아파트 관리소장‧반값고시원추진운동본부대표 등이 위촉돼 있다. 모든 취약계층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다양한 시민들로 구성한 것이다.그래서 희망온돌 프로젝트에서 그의 역할은 작지 않다. 오히려 누구보다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책임감이 막중하죠. 힘든 사람들 돕는데 앞장서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회의 나가니까 여러 가지 배울 점도 많더라고요. 좋은 경험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마침 전화 한통이 울렸다. 어느 단체에서 지원해주겠다는 연탄이 지금 막 도착한 모양이었다. 그와 나가보니 연탄을 수북히 실은 용달차 한 대가 마을 입구에 서 있었다.


“200장은 ooo 씨네 갖다주시고요. 나머지는 여기다 내려주세요.”
그가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 중에는 보지 못한 미소였다. 물어보진 않았지만, 그 미소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희망온돌 프로젝트’ 홈페이지(http://ondol.welfare.seoul.kr)
문의: 희망온돌 프로젝트 추진본부 ☎ 02)3707 – 9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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