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가득한 7080 서울 여행, '여기는 대한민국 1970KHz'

조선닷컴

발행일 2012.01.02. 00:00

수정일 2012.01.02. 00:00

조회 3,870

현대의 사오십대 중장년층에게 70,80년대의 기억은 추억이고 꿈이다. 통기타를 메고 장발머리에 나팔바지를 펄럭이며 동네를 휘젓던 그 시절에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열정과 감성이 있었다.

그리운 그 시절로 한 번쯤 돌아가고 싶은 아날로그 세대들... 올 겨울 서울에서 추억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세종문화회관에는 60,70년대 모습을 담은 '여기는 대한민국 1970KHz'가 열리고 있다.

개구쟁이들이 몰려다니던 골목길, 호빵을 팔던 구멍가게, 엄마 손에 이끌려 갔던 동네 목욕탕…. 삶은 어려웠지만 마음만은 따뜻했던 60,70년대 모습을 담은 '여기는 대한민국 1970KHz'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일반 가정집에서부터 골목길에 자리 잡았던 구멍가게, 시내 영화관과 추억의 음악다방까지 힘들고 지친 삶 속에서도 낭만과 꿈이 있었던 1970년대의 추억을 전시하고 있다.

'시간의 방'에는 익숙하거나 낯선 20개의 생활유물이 전시돼 있다.

전시장 입구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59년부터 81년까지 주요 대중문화들이 사진으로 전시됐다. 사진을 따라 걸으면 '시간의 방'에 들어서게 된다.

이곳에는 70년대 경찰들이 30cm자를 들게 만들었던 미니스커트, 시대의 저항과 낭만으로 통했던 청년문화의 상징 통기타가 있다. 또 언제부터 그렇게 불렀는지 모르지만 시원하게 때를 밀수 있는 '이태리타올', 이것 하나면 어디든지 갈 수 있었던 검정고무신 등이 그 시절을 지키려는 듯 네모난 유리박스에 담겨 있다.

'보통사람의 가정집'을 꾸며놓은 전시관에는 샛노란 장판, 화장실 대용으로 사용했던 요강, 텔레비전 위에 놓여 있는 못난이 세 자매 인형, 그 시절 조리기구 등이 소박한 중산층 삶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 대부분은 어려웠지만 추억이 가득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어린아이같이 해맑은 표정으로 감상하고 있었다.

가정집을 지나 '동네골목'으로 나오면 동네 어른들이 장기를 두던 복덕방, 추억의 동네목욕탕, 키가 작아 빨래판을 올린 의자에 앉아 머리카락을 자르던 이발관, 먹고 싶은 게 항상 풍성했던 구멍가게 등이 있다.

보통사람의 가정집의 조리기구(상), 동네골목의 이발관(하)이 전시돼 있다.

이번 전시품 대부분은 근대문화연구협회 장동훈 대표가 모은 10만 여 점의 생활문화유물 중 70년대 것만을 선별한 것이다.

지금은 초등학교로 명칭이 바뀐 국민학교 교실의 풍경은 너도나도 양은도시락을 가져와서 난로 위에 올려놓은 모습, '영이야, 이리 와. 나하고 놀자… 바둑아, 뛰어라'가 적혀 있는 국어교과서, 교실마다 어김없이 있던 풍금 등이 있다.

아버지와 함께 온 유성은(경기도 분당, 42)씨는 "아버지와 세대차이가 있지만 여기서 같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서 더 재미있었던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교실 속 풍경(상좌), 먹거리 가득한 구멍가게(하좌), 갖고 싶은 게 많았던 문방구(우)가 전시돼 있다.

학교를 나와 시내 번화가로 향하면 그 시절 먹거리, 당시 유행했던 의상,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팔던 전파사, LP음반들 등을 볼 수 있다. 또한 지금 클럽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무지개색의 전구가 깜박이는 '고고장'도 체험할 수 있다.

이번 전시의 김영준 기획실장은 "60~70년대가 우리 대중문화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부모님 세대들이 직접 썼던 물건들이 사소하지만 우리에게 남겨진 제일 중요한 유산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팔던 전파사(상), 클럽의 원조인 고고장(하)이 전시돼 있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과거 열정과 낭만이 있던 '추억의 음악실'이다. 이 전시장에서는 1970년대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 중 하나인 음악다방에서 신청곡과 사연을 적어 DJ에게 전달하는 설렘을 경험해 볼 수 있다. 또한 그 당시 모습 그대로 DJ가 직접 틀어주는 추억의 가요와 팝송을 감상할 수도 있다.

이곳에서 DJ를 하는 김광한씨는 옛 추억을 생각하며 "70년대 당시에는 젊은이들이 갈 곳이 없어 음악다방을 자주 갔어요."라며 "이곳에 오는 분들이 40대, 50대인데 젊었을 때의 추억을 다시 되새겨 보는 모습들이 어린이들이 가지고 싶은 장난감이나 맛있는 음식을 주면 반가워하는 순수한 동심의 마음 같은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김광한 DJ가 '추억의 음악실'에서 신청곡과 사연을 받아 추억의 가요와 팝송을 틀어주고 있다.

때로는 옛날이 더 좋지 않았냐는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풍족하진 않았지만 낭만을 떠올리게 하는 그 시절. 아이돌 문화가 판치는 요즘 세상에 '여기는 대한민국 1970KHz' 전시처럼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는 7080문화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중장년 세대에겐 힘이 되고 젊은 세대에겐 새로운 감동을 주는 '여기는 대한민국 1970KHz'. 연말 분위기에 맞춰 가족, 연인과 함께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이번 전시를 봤다면 전시관(세종문화회관) 지하에 마련된 '세종이야기'와 '충무공이야기'를 함께 관람하는 것도 좋겠다. 그곳에는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한글로 지어진 사미인곡, 속미인곡 등이 있고 충무공 이순신 장군 시호의 의미, 거북선 등이 전시돼 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더욱 간편히 이동할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 지하에는 '세종이야기'와 '충무공이야기'가 전시되고 있다.

※ 전시정보
전시명 : 여기는 대한민국 1970KHz
기간 : 2011년 11월 1일 ~ 2012년 2월 28일
시간 : 오전 10시 ~ 오후 9시
장소 : 세종문화회관 전시관1
문의 : 02-737-1970(www.korea1970.co.kr)

※ 전설의 DJ쇼
기간 : 2011년 11월 7일(월) ~ 2012년 1월 29일(일)
시간 : 19:00(평일) / 18:00(주말)
출연자 / 일정
 - 김광한 : 11월 7일 ~ 20일, 12월 19일 ~ 1월 1일
 - 박원웅 : 11월 21일 ~ 12월 4일, 1월 2일 ~ 15일
 - 최동욱 : 12월 5일 ~ 18일, 1월 16일 ~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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