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청년들, 마을이 교육시키고 고용한다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김영옥

발행일 2011.12.23. 00:00

수정일 2011.12.23. 00:00

조회 2,874

직업 교육 겸하며 지역 사회에 뿌리 내린 발달장애인들의 소중한 일터

강북구청에서 오른쪽 골목길로 접어들어 200여 미터를 올라간 후 만나게 되는 왼쪽 작은 공원의 옆길을 따라 주택가와 상점들이 오밀조밀한 골목길을 걷다보면 반가운 간판 하나를 만날 수 있다. ‘함께 웃는 가게’. 직업교육을 마친 발달장애인들이 재활용 매장의 직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마을기업이다.

서울지역에서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단체인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는 2009년 단체 부설로 ‘함께 가는 발달장애인 자립지원센터’를 설립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발달장애인은 취업기회가 적을 뿐 아니라 직업적응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곳조차 마땅치 않음을 깨달은 부모들이 체험형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으면서도 일자리 창출도 가능한 사업을 구상하기로 한 것이다.

200여명이 넘는 '함께 가는 강북 장애인 부모회' 회원 중 10명이 우선 의기투합해 백만 원씩 모아 천만 원의 출자금을 마련했다. 그들의 의지에 강북장애인부모회에서 천만 원의 법인 출자금으로 힘을 실어 주게 됐다. 사업비 이천만원이 마련되자 다음으로는 취약계층인 발달장애인들이 현장 감각을 배우고 익히면서 일하고 지역 사회와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2010년 7월 ‘함께 웃는 가게’ 추진단을 구성한 뒤 그 해 11월 강북구 수유3동에 13평 매장을 얻고 지역 주민들에게서 의류, 도서, 생활용품 등을 기증받아 재활용 매장을 열었다. 2011년 2월 상근자를 배치하고 3월엔 행정안전부 마을기업 공모사업에 선정돼 4천여만 원의 지원금도 받게 됐다.

파이팅을 외치는 가게 운영진

변화...주민들과 잘 어울리고 명랑해진 청년들

“발달장애청년들에게 일하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는 박인용 소장의 말처럼 '함께 웃는 가게'는 발달장애청년들의 소중한 일터가 됐다. 아름다운가게 미아점에서 진행한 직업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올해 3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발달장애청년들 3명을 고용하게 된 것이다. 정규 고용 2명과 파트타임 고용 1명 등 인턴사원 3명에 발달장애 성인 2명의 직업교육 지원도 이뤄지게 됐다.

오전엔 주로 직무교육, 현장실습, 본인의 의사 표시와 타인과의 대화 기술 익히기 등 소양교육 등이 이뤄졌다. 직무 능력을 갖추기 위해 이들에게는 지속적인 역량 강화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에 일주일에 4일 오전 시간에 직업재활사 2명이 함께 청년들을 교육했고 오후엔 3~4시간씩 현장 판매 활동을 통해 일을 익혀 나갔다. 발달장애청년들은 옷을 진열하거나 청소하는 것, 금전 계산과 손님에게 인사하기와 응대하기 등을 배워 자연스럽게 매장 안에서 판매활동을 할 수 있는 자립능력을 키워 나갔다.

“처음엔 그냥 한쪽에 서 있기만 하던 아이들이 매장을 자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커피도 먼저 타 드리고 매장 물건에 대해 설명도 해 드리고, 이젠 물건 값을 잘 계산해 적어 놓기도 합니다. 특히나 아이들의 두드러진 변화는 지역 주민들과 잘 어울리면서 무척 명랑해졌다는 것입니다. 지난 3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이곳에 투입돼서 현장에서 직업 교육을 받다 보니 많이 발전해서 이젠 다른 어떤 곳에 가더라도 잘 할 수 있으리라 봐요.” 지난 10개월간 발달장애청년들을 매장에서 지켜 본 유말희 점장의 설명이다.

100여명이 넘는 지역 주민들이 재활용 가능한 물품 1만여 점을 기증했고, 약 5천점이 다시 판매됐다. 지난 10개월 동안의 판매 수익은 월 150~180만 원 정도. 최근엔 약간 주춤하지만 120~150만원의 수익을 낸다. 이것으로 매장 월세도 내고 두 발달장애청년들의 급여도 지급한다. 수익을 차곡차곡 모아 저축도 해 놓은 상태. 자원 재활용이라는 좋은 취지와 더불어 재활용품의 판매 활동을 통해 취약계층인 발달장애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소중한 일터가 생긴 것이다. 함께 웃는 가게는 지역사회 체험형 직업교육 공간임과 동시에 이들의 소중한 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가 함께 키워야 할 마을기업

“사회적인 가치와 공익적인 가치를 위해서라도 이 사업은 지속적으로 해야죠. 수익이 나면 날수록 재투자에 중점을 둘 겁니다. 보다 많은 발달장애청년들이 직업교육을 받고 일을 가질 수 있도록 품목을 다양화해서 ‘함께 웃는 가게’ 2호점을 내고 싶습니다. 더불어 청년들의 복지와 임금도 늘려야겠죠.” 박인용소장의 절절한 마음이 묻어나는 향후 계획들이다.

'함께 웃는 가게'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토요일은 지역 사회 단체들과 연계해 강북구민회관 등에서 공동바자회를 열어 물품을 판매하는 기회를 갖고 있다.

“가게 다니니까 재미있어요. 책 정리도 하고, 청소도 하고, 옷을 팔 때 계산도 잘 해요.” 가게에 나오게 돼서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어 좋다는 오성혁군. “가게에서 일하는 것 다 좋은데, 거스름돈 내 주는 것은 아직 조금 헷갈려요.” 부끄러움은 많지만 멀리서 오는 손님만 보고도 미리 출입문을 열어주는 친절맨 한규수군. '함께 웃는 가게'는 마을 속에서 자라고 있었다. 발달장애청년들이 마을 주민들과 대화하고 사귀고, 그들과 호흡하면서 서로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해함으로써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도 전하고 있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는 '함께 웃는 가게'와 이들 청년들의 자립에 우리는 연대정신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재활용품을 적극적으로 기증해 물적 자원을 풍부하게 지원해야 할 것이고, 착한 소비를 위해 ‘함께 웃는 가게’ 매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물품기증 문의 : 02) 993-8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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