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취업 성공, 이유 있었네~

하이서울뉴스 이효순

발행일 2011.11.11. 00:00

수정일 2011.11.11. 00:00

조회 4,567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어느덧 백수탈출 프로젝트가 가동된 지 1달 반이 흘렀다. 취업을 위해 가슴 졸이고 백방으로 뛴 기간이 한 달 반. 짧다면 짧지만 참가자들의 마음은 한 달 반이 아니라 1년 반 일 수도 있다. “금방 될 줄 알았는데, 아직도 길이 안 보이네요~”라고 마음 상해하는 참가자도 있고 이력서를 넣을만한 일자리가 마땅치 않다며 답답해하는 이도 있다. 애초에 한 달, 두 달 짧은 시간 내에 뭔가가 이뤄지긴 어려울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모두 막연한 기대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이런 와중에 반가운 소식도 들려온다. 이미 지난 9월 말 일찌감치 여성팀 참가자인 도경남 씨가 우체국 상담원으로 취업에 성공해 업무 수행을 위한 교육을 마친 후 9개월 만에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새로운 직장에서 첫 고비라는 3개월을 잘 넘기겠다는 굳은 각오로 매일 아침 출근길에 오른다.

그리고 지난 10월 말, 역시 여성팀의 이선희 씨에게 반가운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서류전형 응시자 30명 중 2명이 1차 합격했고 오늘 면접 보고 왔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 합격자 발표한다는데... 좋은 결과 빌어주세요.” 사람에게는 ‘감’이란 것이 있다. 그녀의 문자메시지에서 뭔가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풍겼다. 그리고 기분 좋은 소식이 올 것 같은 설렘 반, 불안 반으로 이틀이 흘렀다. 합격자 통보가 오기로 한 날. 전화기 너머로 “저 합격했어요~”라는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녀에게 드디어 '행복한 일’이 생겼다. 11월 1일, 이선희 씨는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 홈페이지 관리직으로 첫 출근을 하게 됐다.

심층교육을 받던 지난 10월 중순 “나이가 많아 만만치 않겠다네요”라고 말끝을 흐리던 일이 떠올랐다. 결혼 전 그녀는 뭐든지 자신 있었다. 육아를 위해,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하던 일을 접었지만 언제든 자신에게 일이 주어지면 누구보다도 확실하게 해낼 수 있다는 자신을 갖고 살았다.

이선희 씨는 도안과 컴퓨터과학을 전공했고 결혼 전 팬시제품 디자인과 출판 디자인을 했다. 결혼 후 두 아이를 키우느라 직장 생활을 포기해야 했지만 육아 중에도 플래시 프로그램을 배워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가하면 미술 방문 교습, 프리랜서 활동 등 전공 분야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이제 아이들이 중학생, 초등학생으로 매사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를 벗어났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랐듯이 그녀의 나이도 어느덧 마흔이 넘었다. 스스로는 나이 관계없이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데 막상 취업 전선에 뛰어들려고 하니 ‘그 나이에 집에나 있지’라는 등 주변의 반응은 차가웠다.

일자리박람회 참가 당시, 취업 교육 중, 일자리플러스센터 상담 모습(위에서 부터)“내가 과연 다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까, 막연하게 그런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백수탈출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됐고 일자리박람회에 가서 다른 구직자들도 보고, 또 요즘 취업 현장의 분위기도 익혔죠. 또 일자리플러스센터에서 마련한 취업 교육도 받으면서 ‘아, 나도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자신감이 스멀스멀 올라왔어요.(웃음) 그리고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았는데 이렇게 좋은 일이 생겼네요.”

사실 일자리박람회 면접장에서 구인업체 관계자의 무성의한 반응, 그 후 인터넷에 올려진 구직서류를 보고 연락을 해 온 업체 면접 후 열악한 상황에 대한 실망감 등으로 마음이 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솔직히 면접 본 곳 중 말하기 좀 그런 곳도 있었다.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그냥 털어버리면 된다”고 웃던 그녀다.

“한 마디로 준비된 구직자였어요. 아이들 키우기 위해 경력이 단절됐지만 그 동안에도 끊임없이 뭔가를 배우고 자신을 갈고 닦았더군요.” 이선희 씨의 구직 도우미 역할을 했던 일자리플러스센터 홍명선 상담사는 그녀의 취업 성공 이유를 상세히 짚어줬다. “처음 상담하러 오실 때 아무거나 빨리 일하고 싶다거나, 그냥 사무직이면 좋다거나, 이렇게 좀 막연하게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이선희 씨는 쉬는 동안에도 언젠가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공부를 했고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더군요. 여성인력개발원이나 온라인강좌 등을 통해 꾸준히 공부를 했죠. 무엇보다 자신의 전공분야가 정확하고요. 이런 분들이 취업성공률이 높은 건 아주 당연한 얘기죠. 경력단절 여성들의 경우 구직활동에 있어서 당장 취업이 안 되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좀 더 장기적 관점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배워야 할 것들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답이 있지만 또 그렇게 실천하는 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도 하지만요.”

홍 상담사는 자신도 육아 문제로 사회생활을 잠시 중단했던 경험이 있다. 이런 점에서 두 사람은 이심전심이 됐다. 상담사라기 보다는 편안한 이웃이나, 또 먼저 재취업에 성공한 선배로서 따뜻한 조언이 이어졌다. 홍 상담사는 “운대가 맞으면 일이 착착 진행되기도 한다. 단 그 운대라는 것은 준비된 사람에 한해서 맞아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일자리플러스센터 여성팀을 이끌고 있는 장부경 팀장은 “사실 나이로 보면 40대가 어떤 일이든 잘한다. 경력과 인성 등이 완성된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자신의 생각 또한 완고하게 자리잡혀있기 때문에 고집이 좀 세기도 하고 그래서 대인관계가 매끄럽지 않게 흐르는 경우도 있다. 오랜 기간 경력이 단절 됐다가 재취업에 성공한 경우 이런 점을 주의하고 구직활동 당시의 각오를 잊지 않으면 잘 적응할 수 있다”라며 취업 후의 적응 가이드까지 꼼꼼히 챙긴다.

또 장 팀장은 “자신이 하는 일 중 분명 한 부분은 정말 마음에 드는 점이 있을 것이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 한 부분만 생각하고 이겨내면 된다. 이선희 씨의 경우 업무가 오후 4시에 끝난다. 중학생, 초등학생 아이를 둔 주부 입장에서는 더 없이 좋은 조건이다. 막상 일을 시작하면 처음엔 발견하지 못한 단점들이 눈에 보일텐데, 장점만 생각하고 일하는 것이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뚜렷한 목표가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 어느 회사에서든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신의 위치를 업그레이드 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선희 씨는 회사 일을 하면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온라인 강의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웹 디자인 분야를 공부할 것이라고 했다. 당장 취업됐다는 것에 만족하지않고 계속해서 자기계발에 충실하려는 그녀다. 물론 운도 있었겠지만 그녀에게 ‘행복한 일’이 빨리 찾아온데는 정확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엄마,아빠, 저 여기있어요~!

#취업 #구직 #취업성공 #백수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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