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속 `명장면`을 그리는 사람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3.12.03. 00:00

수정일 2013.12.03. 00:00

조회 3,917

[서울톡톡] 그림책은 아이들에게도, 함께 읽는 어른들에게도 꿈을 선물해 준다. 그림책 작가이자, 그림책 작가들의 선생님인 고광삼 씨를 그림책 북카페 '일러스트'(성수동)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아울러 그림책 작가를 꿈꾸는 청소년을 위한 조언도 함께 들어보았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도 사실에 맞게 제대로 그려야죠

<어우야담>(웅진주니어), <나이살이>(문학동네), <단군의 조선>(우리교육), <백두산 정계비의 비밀>(사계절), <겨울방>(문학과 지성사), <삼거리 전방>(느림보), <아버지를 찾아서>(창작과 비평), <엄마 내 생각도 물어줘>(시공주니어), <충무공 이순신>(창비) 등...

아이들 책을 눈여겨봐 온 부모라면 벌써 눈치를 채겠다. 이들 책에 그림을 그린 이는 다름 아닌 고광삼 씨다. '2006 이탈리아 볼로냐 북페어'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기도 했던 인기 그림책 작가로, 현재 꼭두일러스트레이션 교육원 원장이며, 그림책 작가 협동조합 조합원이다.

그림책 작가 고광삼 씨

"<미산계곡에 가면 만날 수 있어요(보림출판사)>는 한병호 선배와 미산계곡에 다니다 만들게 된 책입니다. 대략 10년 이상 기획하고 준비해 만든 책이지요. 외국 유명 그림책을 보면 오랜 준비기간을 거치는 경우도 많은데, 우리나라 그림책은 너무 빨리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죠."

<미산계곡에 가면 만날 수 있어요(보림출판사)>가 출간된 2001년 당시만 해도 생태동화가 전무하던 시절이라 꽤 오래도록 화제를 모은 책이었다. 생태사진 전문가들도 놀라워하며 슬며시 요령을 물어올 정도.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던 시절, 하루 필름 값으로만 40~50만 원씩 써가며 3년 가까이 작업한 셈이니, 여러모로 공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다.

"대부분 책(내용)은 틀림이 없다 생각하죠. 특히 그림과 같은 시각 자료는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그림책 작가들은 사람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의무가 있는 것이죠. 사실 확인과 고증을 게을리 하면 안 됩니다."

왼쪽 [미산계곡에 가면 만날 수 있어요] 그림 중에서, 오른쪽 [매 나간다] 그림 중에서

<매 나간다>(사파리) 경우도 매사냥 기능보유가를 몇 번이나 찾아가 취재하고, 사진 자료도 찾아보며 자문을 구하는 등 철저한 고증 끝에 완성한 것이다. 또한 단군이나 도깨비와 같이 실제 모습이 정확치 않은 경우에도 특히 신중을 기해 그린다고 한다. 그려진 형상이 각인되어 아이들의 상상력을 저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책 작가라면 풀 한 포기, 상상 속 세계까지도 쉽게 단정 지어, 허투루 그려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림책 작가가 갖춰야 할 요건은 인성과 인문 소양, 그 무엇보다 성실함!

"한두 살 아이에게 바나나와 같은 음식을 줄 때 통째로 주지 않죠. 잘게 으깨어 주기에 아이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느낌 정도만 인식하게 됩니다. 그 모양이나 색을 인식하고 있지 못한 상태란 거죠. 이런 아이에겐 형태가 아닌 정서로 전달해야 합니다. 아이의 연령에 맞는 느낌으로 전달할 수 있는 그림책, 정서적으로 잘 소통할 수 있는 그림책이 좋은 그림책인 거죠."

고광삼 씨는 좋은 그림책 작가는 아이들의 연령별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인성이나 인문학적 소양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림만 잘 그린다고 그림책 작가가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텍스트 이해력도 있어야 하고, 자기 주관도 뚜렷하게 정립되어 있어야 합니다."

최근에는 그림책 작가가 되고자 학원을 찾는 청소년들도 늘고 있다. 그리는 기법이나 기교를 익히기 위해선 일찌감치 시작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겠지만, 자칫 깊이가 부족할 수 있다. 그림책 작가는 나이나 경력보다 실력이 우선인 일이라 굳이 대학 졸업장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인문학적 소양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고광삼 씨

"그림책 작가는 생각을 그림으로 옮길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해요. 스토리 가지고 끌고 나가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숙련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림책 작가는 재주가 뛰어나도 성실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듭니다. 대부분 성공한 그림책 작가들은 자기 일을 즐길 줄 알고 정말 성실하죠."

고광삼 씨는 현재 그림책작가 협동조합 조합원으로 함께하고 있다. 후배들이 마음 놓고 작업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 선배들의 몫이란 생각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성수동에 그림책 북카페 '일러스트'를 열어 그림책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차 한 잔과 더불어 맘껏 그림책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성수동에 위치한 그림책 북카페 `일러스트`

그림책을 그리고 즐기는 모든 이들이 좋은 그림책과 함께 웃을 수 있는 세상, 고광삼 씨가 꿈꾸는 세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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