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아, 엄마는 예쁠까?

하이서울뉴스 조선기

발행일 2011.09.20. 00:00

수정일 2011.09.20. 00:00

조회 3,774

생각보다 밝고 씩씩했다. 아니 또래 아이들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보육원에 사는 아이들을 만난다고 했을 때, '이 아이들을 어떻게 보살펴야 하지?'라는 생각에 내가 더 긴장했던 것 같다. 그런데 한 마디로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잘 웃고 얘기도 잘하는데다 마음까지 예뻤다. 이 아이들과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됐던 '앤서니브라운 전'과 63빌딩 수족관을 구경했다. 총 7명의 아이들과 서울나들이를 했는데, 큰 아이들은 친구와의 문제 등으로 매체에 나오는 걸 불편해했다. 여기서는 막내인 은성이와 지성이만 소개한다.

이지성 (생년월일 2005.12.30)

○ 발견 당시 나이 : 2세
○ 발생개요(기억되는 내용)
    - 발생일시 및 장소 : 도봉구 창동 노상
    - 옷, 신발, 신체 특이사항 등 : 흰색 배내저고리, 소라색 포대기, 흰색바지
○ 특이사항 : 소년의 집(일시보호) → 신망원

  지성아 엄마 예쁠까?
  지성 : 응
  그럼 지성이 엄마는 몇 살일까?
  지성 : 20살

7살 지성이는 한없이 맑고 순수한 아이다. 피부는 원래 하얗지만, 내가 만났을 때는 캠프에 다녀온 후라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지성이에게 엄마는 어떤 사람일 것 같냐고 하니까, 20살일 것 같단다. 7살 아이에게 20살은 어른의 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만나면 뭐 하고 싶냐는 질문에 "엄마 만나면 여기로 올게요. 누나 만나러"라고 말한다. 정 많고 다정한 아이. 그런 지성이의 꿈은 독수리가 되는 것이다. 독수리가 되어서 엄마를 만나려는 걸까.
지성이는 어디서나 씩씩하고 밝은 모습을 보였다. '앤서니브라운 전'에 가서도 동화구연에 빠져 율동도 하고 노래도 하고 환하게 웃었다. 특히 63빌딩 수족관은 지성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소. 여느 또래 아이들처럼 정신없이 수족관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그중에서도 물개쇼는 지성이가 좋아하던 프로그램. 물개들과 다이버를 따라다니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지성이에게 엄마를 찾고 싶냐고 물었다.

  지성아 엄마 찾고 싶어?
  지성 : 엄마 돌아가셨어.
  엄마 돌아가신 거 봤어?
  지성 : 어제 봤어 하늘나라에 가셨어.

꿈을 꿨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누군가가 그렇게 말해줬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성이는 분명 자기가 봤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어린 지성이에게 엄마는 꿈 속에 나타나는 천사같은 존재가 아닐까. 분명한 건 지성이가 엄마를 무척이나 보고 싶어한다는 사실이다. 지금쯤 지성이 엄마는 어디 있을까.     

 

하은성 (생년월일 2006.2.20)

○ 발견 당시 나이 : 1세
○ 발생개요(기억되는 내용)
    - 발생일시 및 장소 : 중랑구 중화1동 정신교회
    - 옷, 신발, 신체 특이사항 등 : 단발 커트, 상의 흰색수건, 소라색 포대기
○ 특이사항 : 소년의 집(일시보호) → 신망원

"경찰 아저씨 무서워."
6살 은성이는 경찰을 유독 무서워했다. 거리에서 경찰을 보자 은성이는 무서워하며 길을 가지 못했다. 경찰아저씨한테 인사하라고 하자 정중하게 허리를 꾸벅~ 숙인다. 녀석, 경찰이 정말 무서웠던 모양이다. 혹여나 잡아갈까봐 저렇게 예의바르게 인사하다니.  
이런 은성이는 피부톤이 까맣고 애교 많은 아이다. 요즘엔 얼마 전에 들어온 영아들 때문에 질투가 늘었다. 이런 은성이와 손을 잡고 '앤서니브라운 전'으로 향했다. 은성이는 액자 속 움직이는 그림이 마냥 신기했는지, 손가락으로 액자를 가리키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또래 아이들이 춤추고 노래부르는 자리에서는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다. 하긴 구연동화를 하는 선생님이 '엄마를 불러보세요', '아빠를 불러보세요'라고 말하는데 딴 아이들처럼 엄마, 아빠를 소리쳐 부르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은성아 엄마 보고 싶니?
  은성 : 아니요.
  친구들이 엄마 얘기하면 속상하지 않아?
  은성 : 아니요.
  나중에 커서 아빠 되고 싶어?
  은성 : (대답없음)

'엄마 보고 싶니?' 이 질문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은성이의 엄마, 아빠를 찾아주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질문에 은성이는 '아니요'만 연발했다. 때에 따라 어떤 부정은 더 큰 긍정을 의미하는 법이다. 어떤 위로도 아이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시무룩해 있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런 은성이지만 지성이가 엄마 보고 싶다는 말에 자신도 슬그머니 '나도'라도 말한다. 얼굴도 목소리도 기억나지 않지만, 엄마이기 때문에 함께 만나 살고 싶다고. 이런 은성이의 솔직한 답변을 어디선가 엄마도 들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무럭무럭 자라서 밝게 웃는 모습을 본다면 은성이 엄마는 얼마나 행복할까.

※ 은성이와 지성이의 부모나 친인척으로 생각되거나 그렇게 예상되는 분을 아신다면 연락바랍니다. (신망원 : 031-772-6244)

#실종아동 #지성 #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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