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잘 입는 비결? 컬러와 내 몸에 맞는 치수!

서울톡톡 박혜숙

발행일 2013.07.05. 00:00

수정일 2013.07.05. 00:00

조회 3,467

[서울톡톡] 하루에도 6~7건의 폭언으로 조용할 틈 없었던 서울시 열린민원실이 심리조경과 함께 새로운 근무복으로 갈아입자마자 폭언성 민원이 하루 0~1건으로 확 줄었다. 꽃과 나무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새 옷 때문에 민원이 줄었다니... 도대체 옷의 '무엇' 때문이었을까? 비밀은 편안함을 주는 그린 중에서도 밝은 느낌을 더한 라임그린에 남색을 적절히 배색한 색채의 마법이었다. 이 마법의 주인공은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대한민국 대표디자이너 ㈜수이스타 박윤수 대표였다. 국내외 패션쇼에 개인 사업에 방송까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그가 우연히 서울시청을 방문하게 되면서 이뤄진 재능기부, 그 이야기를 들으러 청담동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열린민원실의 근무복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제일 먼저 중점을 둔 것은 컬러였다. 옷은 입은 사람이 전달하는 하나의 메시지로 그 중 100m 밖에서도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컬러이기 때문. 박대표에게 서울시 신청사의 첫인상은 차갑고 답답한 느낌이었다. 그것을 해소하면서 시민들이 조금 더 가깝게 찾아오고 편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전환시키고자 라임그린을 선택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라임그린이 주연배우는 아니었다.

"원래 처음 생각한 색은 옐로우였어요. 근데 니트 소재라 원사를 계속 짜다보니 그린톤이 많이 돌면서 라임그린으로 변했어요. 훨씬 보기가 좋더군요."

그렇게 주연 자리를 꿰찬 라임그린에 네이비를 배색하였고, 요즘 핫트렌드이자 내년 봄·여름까지 계속 성장하는 스트라이프로 디자인의 핵심을 살렸다. 또한 피팅(fitting)에 거부감이 없는 니트 소재를 접목하여 근무복으로 부족함이 없도록 했다. 특히 니트는 실제 나이보다 더 젊어 보이게 만드는 실루엣의 비밀을 갖고 있다고 한다. 또한 조끼 형태로 만들어 어떤 옷이든 코디가 쉽게끔 만들어 열린민원실을 밝게 또한 더 젊어지게 만들었다.

30년 이상 디자이너로 활동했지만, 작은 것 하나하나 직접 하는 프로근성 여전해

박윤수 디자이너는 꼼꼼한 것으로 유명하다. 1980년 중앙일보디자인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으니 벌써 30년 넘게 디자인을 해오고 있으며 주요 패션단체 회장과 이사, 대학에서 후배 양성도 열심히 해왔다. 이만하면 빛나지 않는 일은 아랫사람에게 시키고 중요한 얼굴마담만 할만도 한데 박대표는 달랐다. 본인의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인 만큼 색채 및 소재선정에서 마무리까지 직접 다 한다. 이번 열린민원실 근무복 디자인도 그랬다. 서울시 전직원이 입는 것도 아니고 20~30명의 직원이 입는 조끼 디자인이지만 그는 무엇 하나 소홀하지 않았다.

"옷이란 게 그래요. 아침에 봤을 때랑 점심, 그리고 저녁에 보면 또 달라요. 그만큼 옷은 계속 다듬어줘야 해요. 손이 많이 간다고 또 조금 귀찮다고 남에게 일부분을 맡기면, 그때부터 제 옷이 아닌 중성적인 옷이 나오게 됩니다. 조끼 한 벌도, 유니폼 하나도 박윤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A에서 Z까지 제가 하는 것이 맞죠."

세계적인 패션쇼에 오를 옷이나 근무시간에만 입을 유니폼 한 벌이나 모두 똑같이 소중한 작품으로 여기는 그의 열정. '작은 것 하나까지 모두 내 손으로 다 한다'는 깐깐한 철학이 있기에 지금까지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 아닐까 싶었다.

"고생스럽죠. 하지만 그래야 제대로 된 옷이 나옵니다. 시청 직원 분들도 저의 이런 부분을 이해해주시고 제게 모든 걸 맡겨 주셨어요. 디자인 기한에 여유를 주고 편안하게 대해주셨죠. 어떤 직원이 '이렇게 작은 것에도 많은 노력을 쏟아주신 것에 감사드린다'는 격려메시지가 큰 힘이 되었어요. 바람이 있다면 더 많은 분들이 오래오래 잘 입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심각한 것보다 밝고 명랑한 것이 좋아, 계속 도전하며 한국패션역사 다시 쓰고파

기존의 '올스타일'을 새롭게 리뉴얼해서 'Big Park'으로 재런칭한 박윤수 디자이너. 런던에서 패션쇼를 하며 MCM과 콜라보레이션 제의를 받았고 두바이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관심이 대단하다. 그런 그의 옷을 보다보면 원색이 많음을 느끼게 된다. 심각한 것보다 밝고 명랑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일까? 그의 삶 또한 나눔을 실천하는 밝고 명랑한 원색의 느낌을 전해주었다. 대표적인 것이 국제어린이양육기구 한국컴패션(Compassion)과의 인연이다. 지난 2009년에 전 세계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만든 옷으로 패션쇼를 열어 그 수익금을 기부했으며, 현재 10명의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후원하는 아이들을 만나고 온 적이 있어요. 그 뒤로 아이들을 향한 마음이 더 커졌어요. 편지도 자주 쓰고 싶고 선물도 더 보내고 싶은데, 돈만 보내다보니 미안한 맘이 커요. 최근엔 편지 한 통이라도 제대로 쓰면서 그 아이를 격려하고 싶은 마음에 2명 정도의 아이와만 결연할까라는 생각도 했어요."

일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빛나던 프로의 눈빛은 아이들을 떠올리며 이야기할 땐 행복해하면서도 미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또 다시 일에 관해 얘기하면 강렬한 눈빛으로 되돌아오던 박대표. 패션디자이너라는 것이 은퇴가 없는 직업인만큼 지금까지 쌓은 경험으로 앞으로 한국패션역사에 일조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렇다면 패션디자이너가 말하는 옷 잘 입는 방법은 무엇일까?

"간단해요. 자신의 몸에 맞게 입으면 됩니다. 비싼 옷, 멋진 옷이 아니라 내 몸에 맞는 옷을 입으면 적어도 10년은 젊어 보입니다. 자신의 사이즈 및 비율을 잘 알고 그에 맞춰 입는 것이 세련되게, 말 그대로 잘~ 입는 법입니다. 필요하다면 이에 대한 정보를 잘 알고 있는 디자이너들에게 도움을 받으세요. 지금 갖고 있는 옷들 중에서도 조금만 수선하면 잘 어울리는 옷이 될 수 있어요"

간편구독 신청하기   친구에게 구독 권유하기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내가 놓친 서울 소식이 있다면? - 뉴스레터 지난호 보러가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