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내 속에 감춰진 꿈을 찾아가는 것`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박분

발행일 2013.04.22. 00:00

수정일 2013.04.22. 00:00

조회 4,204

[온라인뉴스 서울톡톡] 사람들의 눈이 일제히 한 곳으로 눈이 쏠렸다. 서울시청 9층 카페에 목발을 짚은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2급 지체장애인 박마루(49)씨였다. 그는 33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지난 4월 20일 서울시복지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TV에서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었다.

위풍당당한 사회인 

그를 만나면서 '내가 참 선입견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평소처럼 대하면 될 텐데 '어떻게 인사말을 해야 좋을까' 조심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본 그의 얼굴은 절간의 함박꽃을 연상시켰다. 그만큼 그는 시종일관 환하게 웃었다.

장애극복 대통령상수상, 교육인적자원부장관 표창, 문화체육부장관표창 등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그러나 그의 직업을 보면 더욱 놀랍다. 복지 TV 경영기획이사, 사회복지개론을 가르치는 대학교수, 가수이자 방송인, 희망 강사, 장애인 문화운동가 등 여러 직종에 종사하고 있었다.

반면 그가 준 명함은 단정한 머리 스타일만큼이나 간결했다. 그나저나 머리는 왜 삭발했을까? "머리가 자꾸 빠지는 통에, 듬성듬성 나 있어 차라리 이 편이 나을 것 같았죠."그는 머리칼 하나 없는 민머리를 쓰윽 문지르더니 스님들이 시샘한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시골에서 친구들과 뒹굴며 놀면서 장애를 삶의 모습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불편했지만 결코 부끄럽진 않았죠. 수영과 탁구 심지어 축구까지도 친구들과 하고 놀았습니다." 2살 때 앓은 소아마비는 천진스런 친구들 앞에선 문제도 되지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시골에서 도시로 나오면서 사춘기에 눈 떠갈 즈음 세상 사람들의 눈매도 따갑게 변해가고 있음을 느꼈다.

"대학 졸업 후 여러 곳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1차 서류심사도 통과 못 하고 번번이 떨어졌어요. 또 음반을 냈지만 잘 팔리지 안았죠. 하루는 어머니 산소로 찾아가 실컷 울고 오리라 했죠. 그런데 어머니 산소에도 당도하기 전에 무서워서 더는 못가고 되돌아 나왔습니다. 여긴 뭣 하러 왔느냐? 며 어머니가 꾸짖는 말씀이 들리는 것만 같았거든요."

사회적 편견에 맞서 당당히 살아가기 위해선 자기 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 시기였다. '나를 사랑하자, 항상 웃자, 가꾸자, 서로 나누자' 머리맡에 큼지막히 네 가지 사항을 적어두고 금과옥조로 삼았던 중 가수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그게 80년대 초였다. 그때 예명으로 지은 이름이 바로 박마루였다. 

다정다감한 아빠

결혼은 38살에 했다. 현재 개구쟁이 아들 둘을 두고 있다. 종사하는 일이 많아 귀가가 늦은 편이지만, 그때에도 아이들 볼에 뽀뽀를 잊지 않는 정 많은 아빠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들은 아빠가 퇴근했다하면 달려들어 목발로 뻐근해진 아빠의 어깨와 다리를 주무르고 두드리면서 살뜰히 아빠의 건강을 챙긴다. 또 아빠가 가는 장애인 행사장에도 늘상 따라 다닌다. 장애를 털고 일어서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신체의 장애는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님을 자연스레 인식하게 됐다. 두 아들은 장애인주차장에 일반차량이 주차해 있을 경우 곧바로 경비원에게 알려 조치를 취하게 할 정도로 의젓하게 성장하고 있다. 가족들이야말로 그를 달리게 만드는 힘의 원천인 셈이다. 단란한 모습은 지난 2010년 다큐 인간극장에도 소개돼 모든 이의 심금을 울렸다. 그 이후 그는 장애인들에게 희망과 꿈을 심는 희망아이콘으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고마운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 일자리도 얻게 됐고 상복도 따라줬다며 그는 계속 자신을 낮추었다. "과연 제가 받아도 괜찮은 건지 함께 고생하는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사명감도 느껴져 오늘은 잠이 잘 올 것 같지 않습니다. 좋은 힘을 받았으니 더욱 열심히 사는 것이 이 상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해요."

그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아 보였다. 사회적 편견에 맞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장애인들을 위해 도울 일을 찾고 있었다. 현재 그는 자신이 10년 가까이 몸 담고 있는 강서구의 장애인 편의시설 센터의 일도 봐주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그는 이 음반 하나를 선물했다. 최근 가수 김장훈씨와 함께한 듀엣곡 '아이 캔 두 잇(I can do it)' 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아~ 내 속에 감춰진 꿈들을 찾아내는 것…"

목발을 분명 짚고 있었지만 걸음을 떼는 그의 모습은 일반인과 다름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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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마루 #복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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