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全) 선수의 소변과 혈액을 사수하라!
하이서울뉴스 조미현
발행일 2011.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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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들도 아프면 약을 먹어야 하지 않는가. 항생제가 들어간 감기약이나 시중에 유통되는 일반적인 진통제만 먹어도 도핑 테스트에 걸리게 되는가? 금지약물 명단은 어디서 만드는가?
금지 목록(Prohibited List)은 매년 세계반도핑기구에서 발표한다. 약 220여종의 금지약물이 명단에 올라 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홈페이지(http://www.kada-ad.or.kr)의 ‘금지약물 검색 코너’에도 식약청에 등록된 시중 유통 약물에 대하여 금지약물을 포함해 그 여부를 쉽게 구분할 수 있게 해놓았다. 선수들은 반드시 명단을 검색할 필요가 있고, 감기약은 물론 영양보조제일지라도 별 생각 없이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테스트에서 적발되면 어떤 벌칙을 받는가?
첫 번째 위반 시 일반적으로 2년간 자격정지에 해당되지만 기간은 조금 감경될 수도 있다. 두 번째 위반 시 일반적으로 영구제명이지만 감경 사유에 해당될 경우에는 복수위반 시 제재결정 규정을 따르게 된다. 특히 감기약 복용 같은 부주의로 인해 규정을 위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도핑 테스트 과정이 무척 까다롭고 복잡하다고 들었다. 그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 달라.
소변 검사 과정을 말하자면 먼저, '샤프롱'이라고 부르는, 도핑검사관을 보좌하는 도핑검사 동반인들이 해당 선수들에게 도핑 검사 대상자로 선정됐음을 통지한다. 통보를 받은 선수는 그 즉시 샤프롱을 따라 도핑관리실로 가야 한다. 검사에서 약물이 적발되지 않게 은폐할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도핑관리실까지 샤프롱이 선수를 인도하고 나면 이제부터는 도핑검사관이 바통을 이어 받는다. 선수는 검사관이 보는 앞에서 하의를 무릎까지 내리고 소매도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후 시료채취용기에 소변을 받아야 한다.
굳이 도핑검사관이 보는 앞에서 선수가 팬티까지 내리고 소변 보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약물을 투여하지 않은 다른 사람의 소변을 자신의 항문에 넣었다가 시료채취용기로 흘려 보내거나, 비닐봉지에 정상 소변을 담은 뒤 팔에 튜브를 달아 시료채취용기에 담은 선수가 적발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소변 검사의 경우 한 번에 90ml나 채취한다는데...굉장히 많은 양이 아닌가?
그래서 90ml를 한 번에 채취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특히 미성년자 선수 또는 여자 선수들의 소변량은 부족한 경우가 있는데, 검사국제표준에 따라 90ml를 채울 때까지 선수와 함께 도핑검사관은 대기하는 수밖에 없다. 새벽까지 기다리는 경우도 간혹 있다.
화장실에서 도핑검사때문에 겪은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다.
지난 3월 강릉에서 개최된 세계주니어피겨선수권대회 때 일이다. 한 외국선수와 함께 입회하여 소변 제공 과정을 직접 관찰했는데 마치 대변 볼 때처럼 계속 크게 신음소리를 냈다. 신음소리는 10분간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10분 후 화끈거리는 얼굴을 안고 화장실 밖으로 나온 순간, 바깥에 있던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바라봤다. 난 아닌데...절대 아닌데...
김연아, 박태환 같은 '특별 관리대상자' 선수들은 경기 때뿐 아니라 수시로 불시에 테스트에 응해야 한다고 들었다.
도핑에 영리한 선수들은 금지약물 사용 후 해당 약물이 본인의 신체에서 완전하게 배출되는 시기를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경기 시작 일정 기간 전에 금지약물을 사용하였다가 경기기간에 맞춰 약물사용을 중단하는 선수들도 있다. 이에 따라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서는 경기와 관계없이 불시에 '사전 미통지 경기기간 외 검사'를 권장하고 있다. 국제 수준의 선수(international-level athlete)는 본인의 훈련·경기 스케줄 및 숙박 장소를 알리게 되어 있고 이 정보를 근거로 사전 통지 없이 불시에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예민한 사안을 두고 만나는 만큼 도핑검사관들과 운동선수들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을 듯하다. 혹은 테스트할 때 비리가 발생할까봐 선수들과의 친분을 직업상 금지할 것 같기도 한데...
많은 도핑검사관들은 운동선수 출신이거나 체육 관련 전공자다. 따라서 운동선수들이 도핑검사를 받을 때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다만 비리 등에 대비하여 협회에서는 본인과 관련된 종목에서는 검사관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대구대회에 파견된 도핑검사관들의 숫자는 총 몇 명인가?
한국도핑방지위원회의 베테랑 도핑검사관 15명, 캐나다와 일본 등에서 파견된 경험이 풍부한 국제도핑검사관 9명 등이 소변시료 채취를 하게 된다. 지난 4월 엄선한 대구 지역의 임상병리사 15명도 도핑검사교육을 완료하고 합류하기로 했다. 그리고 도핑검사 동반인인 '샤프롱'을 맡을 지역 대학생 자원봉사자 140여명도 확보해 교육을 마쳤다. 여기에 한국도핑방지위원회 직원 5명, 대회조직위 직원 4명, 기초자치단체 지원 인력 5명, 운전기사 6명, 보안인력 2명 등 22명이 사무팀을 구성해 도핑검사를 지원한다. 도핑검사에 투여될 인력만 200명인 셈이다.
이번 대구대회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100% 모든 선수의 도핑 테스트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데 가능한 일인가?
8월 18일부터 선수촌에서 참가 선수 전원인 2,400명의 혈액검사를 실시한다. 지난 대회까지는 튜브 1개 분량만 채취했지만 이번에는 3개를 뽑는다. 1개는 현장에서 직접 분석해 약물복용 여부를 즉시 가려내고, 나머지 2개는 스위스 로잔에 있는 세계반도핑기구 실험실로 보내 연구용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렇게 선수 개개인별로 혈액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면 정밀 분석과 관리도 가능해지고, 향후 어떠한 도핑행위도 추적할 수 있는 방법과 수단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경기 직전 마지막 주인 8월 20~26일 사이에는 목포, 창원, 울산 등 각국의 캠프에서 위에서 언급한 '사전 미통지 경기기간 외 검사'로 소변을 채취해 검사할 예정이다. 8월 27일 대회가 시작되면 경기 전후로 더욱 강력한 소변검사를 실시한다. 그게 끝이 아니다. 경기 후에는 메달권 선수, 세계신기록이나 국가별 신기록을 세운 선수, 과거 검출시 기준치 미달이었으나 의심되는 수치를 보인 선수 중 일부를 선정해 검사한다. 이번 대회 도핑검사 건수는 통틀어 2,800~2,900건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도핑검사 건수는 1,000건이 안 됐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의 반도핑 실력을 입증하게 될 것이다.
도핑검사관이란 일반인에게는 참 생소하고 특이한 직업이다. 언제 어떤 계기로 도핑검사관이 되었는가?
2006년 11월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가 설립되자마자 12월에 이곳에 입사했다. 지원 동기라면 스포츠 외교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 국제협력팀 행정업무야말로 구체적인 스포츠 외교가 아닐까 싶었다. 2007년 8월부터는 1기 도핑검사관을 양성하기 시작했는데 국내에는 구체적인 관련 자료도 전무하고 경험도 부족해 애로사항이 상당했다. 영국, 캐나다, 일본 등 외국에 문의해 도핑방지위원회 도핑검사관 양성 관련 자료를 입수한 끝에 교재를 제작했던 기억이 난다.
도핑검사관으로서 가장 힘든 점과 보람된 점은?
현장에서 지도자들 또는 협회 관계자들과 가끔 트러블이 발생한다. 아직까지 도핑방지규정을 숙지하지 못한 데서 비롯되는 문제다.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대한민국 도핑방지행정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때, 세계반도핑기구나 국제연맹으로부터 업무 협조를 해달라거나 국제대회에 국내 도핑검사관을 파견해달라고 요청이 들어올 때다. 내년 2012년 1월 인스부르크 청소년동계올림픽 및 런던 하계올림픽에도 한국의 전문 인력을 파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미래의 도핑검사관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있다면 조언을 해달라.
영어는 물론 불어나 스페인어 등 외국어 능력 그리고 스포츠 현장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스포츠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정정당당한 경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마음가짐이 도핑검사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자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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