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기록을 깰 것인가?

하이서울뉴스 조미현

발행일 2011.07.25. 00:00

수정일 2011.07.25. 00:00

조회 3,381


대구의 현장으로 달려갈 관람객에게든 거실에서 TV모니터를 응시할 시청자들에게든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이상 대구육상선수권)를 보는 재미란 역시 세계 최고의 육상 선수들을 보는 데 있다. 이들은 최소한의 옷을 걸치기는 하지만 거의 맨몸뚱이라 할 만한 나약한 인간의 육체로 그 한계를 넘어서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연출할 것이다. 0.01cm 혹은 0.001초를 다투는 기록 스포츠인 육상 경기에 세계의 시민들이 빠져드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쩌면 국가와 인종을 넘어서 우리가 속한 인간이라는 종의 위대함에 감탄하고 동시에 각자의 삶을 향한 무한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늘어진 늦여름에 원기를 팍팍 더할 대구의 주인공들은 누구일까.

① 인간 탄환과 미녀새, 대구육상선수권 최고의 스타는?

100m 9초 58초 주파. 세계 신기록 보유자. 인간 탄환이란 별명. 세상에서 가장 빠른 남자. 우사인 볼트에 대해 더 말해 무엇하랴. 게다가 젊은 25세다. 기록을 깬 것도 불과 2년 전인 베를린육상선수권에서다. 이전에 세계신기록을 두 번이나 갈아치우며 왕좌를 지켰던 자메이카 동료선수 아사파 파월, 그리고 갓 스무살을 넘은 나이에 100m를 9초대에 주파해 유럽 육상계의 단거리 콤플렉스를 씻어준 프랑스의 크리스토프 르메트르가 경쟁자로 꼽히기는 하지만 역시 관심은 온통 우사인 볼트에게 쏠려 있다. 그의 컨디션은 지금 최고라고 한다. 대구육상선수권의 둘째날은 아마도 전세계 실시간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지 않을까.

남자 100m에 비해 여자 장대높이뛰기는 상대적으로 비인기종목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오로지 이신바예바라는 한 선수로 인해 장대높이뛰기 자체의 인지도가 급상승했을 뿐 아니라 이 종목의 이미지마저 지극히 아름다운 스포츠로 바뀌어버렸다. 전무후무한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는 추격자들은 있으나 그를 위협할 정도의 강력한 경쟁자가 몇 년째 나타나지 않는, 운동선수로서는 그리 좋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기록을 훌쩍훌쩍 갈아치우면서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대구에서 그가 세운 기록인 5m06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 그리고 이번에는 어떤 디자인의 의상으로 등장할지 궁금하다.

② 라이벌의 대결을 보는 재미가 쏠쏠

먼저, 대회측이 손꼽은 최고의 각축전은 남자 110m 허들 결승전에서 일어날 조짐이다. 육상 역사책을 쓴다면 한 권은 이 종목으로 채워야 한다고 얘기 될 정도. 먼저 기록상으로는 쿠바의 다이론 로블레스가 가장 앞선다. 하지만 미국의 데이비드 올리버가 작년 대구월드챌린지리그대회에서 그를 앞질러 금메달을 차지했고, 작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상위 10개 기록 중 8개를 혼자서 만들어낸 데다, 2010 시즌 내 12초대를 기록한 유일한 선수가 됐다. 그것도 12초대를 5번이나 기록했으니 그는 한 마디로 지금 물이 올랐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히든카드는 중국의 류시앙 선수. 금메달을 휩쓸 것이라고 기대를 온몸에 받았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부상으로 포기해야 했던 그는 작년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무섭게 부활했다. 게다가 다이론 로블레스(12초 87), 류시앙(12초 88), 데이비드 올리버(12초 89)의 최고기록은 겨우 100분의 1초씩 차이가 날 뿐이다. 기록과 금메달, 모두 누가 가져갈지 아무도 점칠 수 없는 접전이다.

대회 5일째에 열릴 여자 20km 경보 결승전도 흥미진진한 맞대결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07년 오사카에 이어 베를린세계선수권까지 2연속 우승 및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2010년 바르셀로나유럽선수권에서마저 1위를 싹쓸이한 올가 카니스키나가 최고로 꼽히는 가운데, 올해 초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국내선수권대회에서 역시 러시아 선수인 베라 소코로바가 1시간 25분 08초로 1시간 24분 56초의 올가 카니스키를 능가하는 세계신기록을 경신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전통의 승자를 무서운 신예가 치고 올라오는 상황은 남자 세단뛰기 종목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베를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영국의 노장 필립스 이도우가 버티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의 테디 탐고가 2010년부터 올해까지 불과 1년 사이에 세계실내신기록을 세 번이나 깨며 상승세다. 현재 남자 세단뛰기의 세계기록은 탐고가 세운 17m98. 역대 18m 벽을 넘은 것은 단 두 선수뿐인데, 필립스 이도우(17m81)와 테디 탐고가 장본인이다. 그렇다면 이번 대구에서도 18m 벽을 넘는 대기록이 나올 것인가.

2007년 오사카세계선수권의 금메달과 은메달리스트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메달을 바꿔 달더니, 다시 2009년 베를린세계선수권에서는 또다시 메달 색깔을 바꿔 달으며 엎치락뒷치락을 반복했다. 여자 200m 경기의 미국의 앨리슨 필릭스와 자메이카의 베로니카 캠벨-브라운이 그 주인공으로 영원한 적수라는 말이 그대로 적용됐다. 육상세계선수권에서는 3년 연속 우승으로 앨리슨 필릭스가 우세고, 반면 올림픽에서는 베로니카 캠벨-브라운이 강세다. 현재 최고기록 보유자는 캠벨-브라운 쪽이 0.07초 빠른 21초 74. 과연 누가 이길까?

③ 주최국의 자존심을 건 한국 선수들, 약진하고 말리라 

물론 여전히 세계 육상의 벽은 높다. 그러나 이변은 있는 법. 그리고 홈그라운드의 이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메달을 딸 확률이 가장 높은 선수로 한국 마라톤의 간판인 지영준 선수가 꼽힌다. 그는 지난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2시간 11분 11초로 금메달을 거머쥐어 아시아 최고로 우뚝 섰다. 지 선수가 보유한 기록은 지난 2009년 대구국제마라톤에서 끈었던 2시간8분30초. 지난 베를린대회의 동메달보다 5초 뒤진 기록이다. 에티오피아의 마라톤 세계신기록 보유자 하일레 게르브셀라시에와 베이징올림픽 우승자인 케냐의 사뮤엘 카아무 완지루를 상대로 그가 멋진 경기를 보여주길 기원한다.

이밖에도 남자 경보 20km의 김현섭 선수, 남자 멀리뛰기의 김덕현 선수, 남자 창던지기의 박재명과 정상진 선수, 여자 멀리뛰기의 정순옥 선수를 눈여겨 보자. 얼마 전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여자 장대높이뛰기 종목에서 우승한 서울시 SH공사 소속 최윤희 선수에게도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벌써 오래 전 일이 되었지만 스포츠의 불모지이던 한국에서 88올림픽이 열렸던 그 때, 국민들의 응원과 개최국 선수로서의 자부심에 힘입어 우리 선수들이 예상밖의 선전을 보이며 많은 부문에서 메달을 획득했던 일을 떠올려본다. 하지만 메달이라는 눈에 드러나는 성취가 아니더라도, 육상선수권대회 개최국으로 선정된 이래 대구 대회 조직위와 한국 육상계와 선수 개개인들이 흘린 땀이 빛을 발해 분명 올 8월 한국 육상의 역사는 다시 씌어지게 될 것이다. 가자, 대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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