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으로 `청렴`을 전파합니다

시민기자 채경민

발행일 2013.07.01. 00:00

수정일 2013.07.01. 00:00

조회 2,804

[서울톡톡] 마이크 앞에 앉은 아나운서는 원고를 읽어보느라 분주했다. 같은 시각 엔지니어로 보이는 듯한 남자는 오디오 믹서를 점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원고가 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아나운서가 피디와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더니 원고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십여 분간의 원고 연습을 끝낸 뒤 피디의 손짓과 함께 드디어 생방송이 시작됐다. '한낮 30도가 넘는 날씨, 여러분 일하기 많이 힘드시죠?' 잔잔한 배경 음악과 함께 아나운서의 차분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고스란히 건물 전체로 전해졌다.

얼핏 보면 어느 라디오 방송국의 일상 같지만, 실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아침 성북구청 방송실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원활한 소통을 통한 청렴 향상을 목표로 아침에 10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되다보니 방송이 있는 날엔 언제나 그렇듯 분주하다.

방송에 참여하는 이들은 성북구청 청렴방송 동아리 회원들. 방송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직원이 아닌 순수 아마추어들이다. 이들이 동아리를 만들어 1년 넘게 방송을 하고 있는 사연이 궁금해졌다.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를 무릅쓰고 방송 제작 현장을 찾았다.

소통하고 싶은 바람에서 시작된 방송 동아리

전문가도 아닌 직원들이 직접 방송 동아리를 만들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구성원들이 좀 더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우리 구에 1,300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는데 서로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청렴의 기본은 소통이라고 생각했어요." 처음 동아리 아이디어를 낸 나예주 주무관의 말이다.

나 주무관의 활달한 성격 덕분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뜻을 함께 하는 14명의 직원들이 모여 작년 5월 발대식을 가졌다. 특기와 개성을 살려 아나운서와 작가, 피디로 역할을 나누고, 퇴근 후에는 수차례 회의를 하며 방송을 위한 의견을 모았다. 무겁고 딱딱한 이슈 대신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기로 하고, 사내 전산망에 올라온 사연과 신청곡을 더해 작년 6월 1일 첫 방송을 내보냈다.

"첫 방송의 순간이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죠. 어찌나 긴장을 했는지 방송 2시간 전부터 사무실에 출근해 원고를 수십 번 고쳤죠. 소리 내서 원고를 어찌나 많이 읽었는지 나중에는 목소리가 갈라지더군요. 특히 전문가가 없다보니 다들 불안해했죠. 엔지니어 역할을 맡은 직원은 오디오 믹서 사용법도 완벽하게 숙지하지 못했던 상태라 다들 초긴장 상태였어요. 방송이 제대로 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어요."

이들의 불안했던 마음과 달리 첫 방송은 성공적이었다. "방송을 마치고 사무실에 올라갔는데, 동료, 선배 직원 분들이 칭찬을 해주시더군요. 목소리도 좋고 내용도 아주 좋았다면서 전문 라디오 방송을 틀어놓은 줄 알았다고 하셨어요. 이보다 더 좋은 칭찬이 있을까요?" 당시 상황을 떠올리는 김소영 주무관(동아리 부회장)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좋은 방송을 위한 '열정'

동아리 회원들의 열정도 커졌다. 더 생생한 내용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에 방송 2주전부터 부지런히 자료를 찾고 직접 현장 취재를 다녀오는 등 회원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그러나 '방송'이 전문영역이 아니다보니 생기는 실수도 있었다. 취재한 아이템이 묘하게 겹치는 바람에 방송 30여분을 남기고 급하게 대본을 수정한 일, 엔지니어가 버튼을 잘못 누르는 바람에 수십 초 동안 소리가 나가지 않았던 방송 사고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다.

"이미 나갔던 방송 내용을 다시 내보내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방송 내용을 수정하느라 애가 탔지만 그래도 방송이 잘 나갔으니 다행이었죠. 그리고 방송 사고를 막기 위해서 모니터 요원을 운영하고 있어요. 동아리 회원들이 방송에 참여하는 순번이 아닐 때는 각 건물 층을 돌며 스피커 볼륨이 적절한지, 음악은 잘 들리는지 꼼꼼하게 점검합니다."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박지원 주무관의 말에서 프로페셔널 못지않은 열정이 느껴졌다. 이들의 꼼꼼함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사내 게시판을 통해 의견을 확인하고 다음 방송에 반영하는 것은 물론 방송을 못 들은 직원들을 위해 고음질의 '인터넷 다시듣기'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이러다보니 이제는 이들의 방송을 손꼽아 기다리는 '열혈팬'들이 생겼을 정도.

방송 원고를 쓰는 일이 혹여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부회장인 정성원 주무관에게 질문을 던졌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작가 역할을 맡은 회원들이 원고를 많이 써주시니까 부담이 많이 줄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글을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도 많이 하고, 인터넷 검색도 많이 했었어요. 하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으면 되는 것 같아요. 업무를 하면서 느낀 점, 또 본받고 싶은 점들을 글에 녹여내니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반응도 좋아지더군요."

이들의 노력 덕분일까. 어느덧 방송은 100회를 넘겼고 특집 방송까지 성공리에 마쳤다. 이제는 코너를 다양화하고 방송의 질을 높이는 시도도 하고 있다. 명절을 앞두고 구청장이 직접 일일 DJ로 출연해 사연과 함께 음악을 선물했던 방송, 매월 1회 간부들이 출연해 이야기를 나누는 <청렴톡톡> 등은 직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청렴의 출발은 소통

청렴방송 동아리가 고민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직원들의 청렴 향상. 하지만 방송에 '청렴'에 대한 교육 자료를 굳이 넣지는 않는다. 청렴 문화를 거부감 없이 느끼고 감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방송의 1차 목표이기 때문이다.

"청렴의 출발은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하는 방송은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지만, 조직에 소통 문화가 확산돼 청렴한 공직 문화를 정착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역할이 아닐까요?"

인터뷰 내내 동아리 회원들의 눈빛에선 새로운 의욕과 자신감이 느껴졌다. 이들의 열정 속에 언제가 환하게 빛을 발할 '청렴 문화'를 기대하며 기분 좋은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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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청렴방송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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