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동장님을 만나다

서울톡톡 박혜숙

발행일 2013.06.10. 00:00

수정일 2013.06.10. 00:00

조회 3,549

[서울톡톡] 25개 자치구마다, 조금 더 자세하겐 동마다 다양한 문화강좌가 펼쳐지고 있지만, 구로1동은 조금 남다르다. 동사무소에서 직급상으로 가장 높고 나이도 가장 많은 동장이 친히 나와 어르신들에게 댄스스포츠를 강의하기 때문. 오는 6월 정년을 앞두고 있지만 동창옥 동장은 탄탄한 몸과 젊은 감각을 자랑한다. 아마 지난 30여 년 동안 취미로 또한 특기로 개발해온 댄스스포츠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또한 그 덕에 아무리 고된 업무도 책임감 있게 해 올 수 있지 않았을까? 공무원과 댄스지도자란 두 가지 타이틀을 거머쥔 동창옥 동장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어보자.

댄스스포츠는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셨는지?

고등학교 때 유도를 했던 동창옥 동장은 서대문구청에 근무하던 시절엔 축구팀 창단멤버로 뛰었고 수영도 틈틈이 했다. 타고난 운동맨이었다. 그러던 중 30대 중반 몸에 무리를 느끼고 조금 덜 격렬한 운동을 찾은 것이 춤이었다. 재밌고 운동도 되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딱이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춤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면이 있어서 드러내어 말할 수 있는 취미는 아니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당시 '볼륨댄스'라고 불리던 춤은 쉽사리 공개할 수 있는 취미는 아니었어요. 사회 분위기도 그랬고, 공무원이란 제 직업상 더 그랬죠. 그때는 그저 몰래 학원에 가서 배우는 게 다였어요. 그 시절부터 계산하면 댄스스포츠를 배운 건 약 25년쯤 되었죠."

그렇게 그저 취미로 시작하던 댄스를 하나의 특기로 살리게 된 계기는 몇 년 되지 않았다. 5~6년 전 부부동반 여행에서 후배 공무원이 던진 '정년 후의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곰곰이 고심하다가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생각해보니 댄스스포츠가 나왔다. 그 후로 지도자의 길을 걷기 위해 자격증을 땄고, 이를 계기로 레크리에이션지도자 자격증까지 도전해 함께 얻어냈다.

퇴근 시간 이후 스포츠댄스를 통해 재능기부 및 취미 활동

구로1동 동사무소 앞엔 주공아파트가 위치해있다. 동창옥 동장은 월요일마다 이 주공아파트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포크댄스를 가르쳐드린다. 이어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동사무소 3층에서 주민 분들을 대상으로 스포츠댄스를 지도한다. 모두 재능기부다. 춤으로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과 자연스레 얻어지는 건강을 함께 나누기 위해 동장이 몸소 나누는 삶을 사는 것이다. 동장이 가르치는 동사무소 상급반 학생들은 대회에서 여러번 수상도 한 실력파들이다. 스승답게 제자들의 사진들과 트로피를 보여주며 자랑도 잊지 않는다. 물론 본인 관리도 꼼꼼하다. 화요일마다 본인이 만든 '살리다'라는 댄스스포츠 동호회 회원들과 홍대에서 만나 운동을 한다.

탱고와 왈츠에 따른 연습복이며, 옆구리가 다 터져 몇 번씩 꿰매다 다시 산 댄스화 등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그의 강렬한 열정이 묻어났다. 타고난 운동 및 박자 감각도 있었겠지만 무엇을 하나 시작하면 끝까지 몰두하는 끈기 있는 성격도 작용했을 것 같아 보였다. 실제로 그런 책임감 때문인지 공직기간 동안 유독 TFT(Task Force Team, 특정한 업무를 해결하기 위해 구성되는 팀)에 많이 참여했다. 대표적인 팀이 삼풍백화점 대책관리반이었다.

"퇴근 10분 전이었죠. 갑자기 사내방송이 나오더니 대기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강남 한 복판의 백화점이 무너져 내리다니. 그날 바로 저는 삼풍백화점 대책사무실로 발령받아 보상대책지원을 담당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통 전화를 받았고, 진정서 120통이 들어있는 와이셔츠 상자 1박스씩 받았던 것 같아요. 그것을 유형별로 분류해서 답변하고... 집에도 못 들어가고 며칠씩 밤새는 것이 일상이었죠. 하지만 가족을 잃고 하루아침에 날벼락 맞은 사람들의 고단한 몸과 심정만 했겠습니까?"

이외에도 93년도에 시정개발담당관실에서 3~4명이 해야 할 통폐합 업무를 혼자 하는 등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그래도 운동으로 다져진 몸과 춤으로 스트레스를 풀며 건강까지 챙겼던 탓에 그 시기를 넉넉하게 이겨냈던 것 같다며 동창옥 동장은 덧붙였다.

앞으로 공무원이란 이름표는 떼고, 스포츠댄스 지도자로서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건강을 선사하고 싶다는 동창옥 동장. 그가 이뤄나갈 제2의 인생에 응원의 박수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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