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게 자기 권리 지키는 방법 알려 드릴게요!

서울톡톡 이효순

Visit3,174 Date2013.05.24 00:00


[서울톡톡] “저희 강희은 과장님은 옴부즈만(Ombudsman) 분야 전문가이십니다. <옴부즈만, 국민의 친구입니다>라는 책도 내셨지요.” 인터뷰는 서울시청 소상공인지원과 직원의 제보로 시작됐다.


공무원이 ‘옴부즈만 전문가’라… 옴부즈만이 뭔가? 잘못된 제도나 행정으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해 대변인 역할을 하는 암행어사, 신문고 같은 존재로 요즘엔 민원도우미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다른 공무원들이 그를 불편해하지 않을까?’ 뭐 이런 상상 속에서 호기심을 풀기 위해 서울시청 신청사 9층 소상공인지원과 사무실로 향했다.


‘옴브즈토피아’인 미국 연수 중 써낸 책 한 권


“저 찾아오셨어요?” 서울시청 경제진흥실 소상공인지원과 강희은 과장은 소탈해 보이는 중년 남성이었다. 요즘 전통시장 살리기에 고군분투 중이라는 그는 사무실에 큼지막하게 서울시 전역 330개 전통시장지도를 걸어놓고, 명함에는 ‘전통시장 현장미래기획자’라는 타이틀까지 새겨 다닌다.


아무튼 ‘제보’에 따르면 ‘옴부즈만 전문가’로 책까지 냈다는데, 그 사연부터 물었다.


“서울시에 오기 전 국민권익위원회에 몸담았지요. 당시 미국 아이오와주 옴부즈만으로 직무연수를 가게 되었는데, 책은 그때 썼습니다.”



그는 제38회 행정고시 합격 후 국가보훈처, 공정거래위원회 서기관, 국가청렴위원회 윤리경영과장, 국민권익위원회 제도개선담당관과 공익심사정책과장을 거쳤고 2009년부터 2011년까지 2년간 미국 아이오와주 옴부즈만에서 전 세계 옴부즈만 제도와 운영 실태에 대해 연구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옴부즈만 업무를 수행하는 대표적인 기관인 점을 생각하면 그가 옴부즈만 전문가가 된 것에 대한 의문이 순식간에 풀린다.


“아내가 책을 써 보라고 권해 쓰게 됐는데, 당시 미국 전지역, 호주, 뉴질랜드,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까지 세계 각국 관련 기관에 메일을 보내 자료를 수집했죠. 프랑스는 끝까지 자료를 안 보내더라고요. 메일을 불어로 안 쓰고 영어로 써서 기분이 상했나 싶었어요.(웃음)”


미국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출퇴근을 하던 그에게 사람들은 “사무실에서 밤 새웠느냐?”는 질문을 하곤 했다. “미국 사람들은 딱 제 시간이 돼야 오고 또 딱 퇴근시간이 되면 가요. 그런데 저는 한국적인 성향이라서 퇴근할 때 끝까지 남아 있잖아요. 또 출근은 좀 일찍 하고, 그래서 걸핏하면 날 샜느냐는 소리를 들었죠.”


그렇게 옴부즈만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자료를 조사하며 써 놓은 것을 귀국 후 책으로 묶어 낸 것이다. ‘암행어사 박문수’도 우리 역사 속에 등장하는 옴부즈만이다. 외국 같은 경우엔 판관 포청천이나 로마의 호민관이 그렇다. 옴부즈만은 그렇게 국민의 편에 선 이들이고 약자의 이야기를 대변할 수 있는 기관이다.


“미국의 경우 ‘옴브즈토피아’라고 해요. 옴부즈만과 유토피아의 합성어지요. 연방정부사람을 만났더니 요즘 연방정부, 주정부, 대학, 기업 할 것 없이 옴부즈만이 너무 많이 생기고 확산됐다더라고요. 앞으로 우리나라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알면 알수록 돈 되는, 썩 괜찮은 제도!


강 과장이 펴낸 <옴부즈만, 국민의 친구입니다>는 옴부즈만의 백과사전이라 볼 수 있다. 전 세계를 비롯해 우리나라의 구체적인 사례들도 잘 정리돼 있다. 우선 우리나의 대표적 옴부즈만 기관은 국민권익위원회나 국가인권위원회다. 서울시에도 시민감사옴부즈만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 기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상당수 활용하고 있다. 통신사인 연합뉴스의 수용자권익위원회, NHN(주) 네이버의 뉴스스탠드 옴부즈만이 대표적이고 우리가 흔히 접하는 KBS [TV비평 시청자 데스크], MBC [TV 속의 TV], SBS [열린 TV 시청자 세상] 등도 다 옴부즈만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그의 책이 출간됐을 때 미국의 한 전문가가 ‘옴부즈만에 대한 보기 드문 전문서적’이라며 책 내용을 세계옴부즈만협회에 소개하기도 했다. 한번은 안양교도소에 수감 중인 한 재소자가 무슨 사연으로 수감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민을 위한 책이 나와 반갑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고 한다.


“살면서 어떤 문제에 당면했을 때 해당 조직에 얘기하면 바로 안 고쳐지잖아요. 그런데 옴부즈만을 활용하면 비용 안 들이고, 신속하게 해결이 되고, 또 제3자 입장에서 절충안을 마련해 주기도 하죠. 알면 알수록 돈 되는, 비용 대비 효과가 참 좋은 제도인 것 같지 않으세요.”


다수 약자의 어려움을 ‘한방’에 해결하려면…



그는 사회적 약자, 그것도 다수의 어려움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바로 제도개선이라고 했다. 그 매력에 빠져 옴부즈만을 연구하게 됐고 소상공인을 위해 뛰고 있는 현재도 자신의 지식과 마인드가 도움이 된다고 한다.


“민원 제기는 주로 약자가 하지요. 지금 제가 하는 일은 소상공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을 위해 뭔가 고칠 것이 없나 찾는 것이죠. 지난해 ‘대형마트 영업제한’ 등 법령 개정을 건의한 바 있고 일정부분은 반영이 되었습니다.”


말하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살짝 짐작할 수 있다. 질문을 하면 곧장 쉬지 않고 속사포처럼 답변을 쏟아내지만 굉장히 꼼꼼한 말투, 굳이 묻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원숭이 띠라서 그런가, 자꾸 뭔가 일을 만들긴 합니다. 자격증 따는 게 취미인데, 짬이 날 때 노느니 뭐라도 좀 하자는 차원에서 시작한 일이죠. 2004년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제1회 가맹거래사 자격증을 땄고 2008년엔 윤리경영지도사 자격증도 취득했어요. 그 사이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땄답니다. 사실 아직까지는 쓸모가 별로 없어요. 언젠가 써먹어야 하는데, 하하~”


그는 앞으로 “옴부즈만 분야로 석‧박사 학위를 받고, 책도 보완해서 다시 만들고, 옴부즈만 학회가 생기면 활동도 해보고 싶다. 한국에서 옴부즈만이 발전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또 “대형유통업체와 소상공인 상생에 대해 자료도 한번 정리해 보고 글도 좀 써보고 싶다. 요즘 일 때문에 다른데 눈 돌릴 새가 없지만 여력이 좀 생기면…”이란다. 하고 싶은 일을 머릿속에 잔뜩 담고 있는 그다.


강 과장을 ‘행정의 달인’ 인터뷰이로 꼽은 당초 이유는 행정과 관련해 특정 전문분야를 가지고 꽤 깊이 있는 연구를 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런데,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 나오면서 ‘그래, 행정의 달인은 힘없는 이의 목소리, 약자의 권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행정에 반영하느냐로 판가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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