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직 공무원의 이중생활

서울톡톡 조선기

Visit9,858 Date2013.02.08 00:00

[서울톡톡] 세무직 공무원을 만나기 전 해야 할 일. 고지서를 확인하며 밀린 세금이 없는지 확인하기. 인터뷰하러 갔다가 ‘지난 달에 세금을 안내셨군요.’ 이런 소리를 들을 것 같아 괜히 자동이체되는 통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음, 꼬박꼬박 잘 나가고 있군.’

세금 낸 사람이 떳떳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번에 만날 사람은 서울시 38세금징수과의 임석진 38세금조사관이다. 38세금징수과는 고액체납자 대상 세금징수 부서로, 38세금조사관은 이들을 추적하여 세금을 내도록 하는 사람들이다. ‘좋은나라 운동본부’였나? 문득 예전 TV 프로그램 하나가 생각났다.

“예, 맞아요. 좋은나라운동본부라는 프로에 ‘고액체납과의 전쟁’이라는 코너가 있었어요. 최재원 씨가 양심맨으로 활약하면서 38세금징수과가 많이 알려지게 됐죠.”

이 부서가 생겨난 건 계속해서 쌓여가는 체납세액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였다. 한 때 세금징수는 시민들에게 잘 드러내지 않는 일 중 하나였다. 그러나 38세금징수과가 생기면서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들은 움츠러들고, 세금을 낸 사람들은 떳떳하다는 인식이 늘어났다. 그런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38세금징수과가 한 가장 의미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38세금징수과의 38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38조에서 따왔다. 그럼 서울시 고액체납자는 얼마나 될까?

“우리가 관리하는 사람이 3만 4,000명 정도. 체납액은 5,400억 정도입니다. 직원 한 명당 1300~1500명 정도 관리하죠.”

지방세 징수는 서울시장이 각 구청장에게 이임하여 구청에서 진행한다. 하지만 납세자가 건당 500만원 이상의 세금을 체납할 경우 서울시에서 징수권을 회수한다. 38세금징수과에서 관리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다.

세금 안 내려고 영양제 과다복용? 

업무가 이렇다 보니 험한 꼴도 많이 당한다. 욕은 기본이고 바닥에 드러눕고 난리 피는 사람도 많다. 또 찾아갔는데 집에 살고 있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 뿐인가. 체납자가 연락을 피할 때는 잠복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어렵게 만나도 좋은 소리 못 듣는 게 이들의 업무다.

“한 번은 체납자를 만나러 갔는데, 고급주택에 살더라구요. 세금 낼 돈이 없다고 얘기하다가 화장실 들어가서 약을 먹었어요. 너무 놀라서 119를 불렀죠. 저희도 그 분이 먹은 약을 가지고 병원에 갔는데, 응급실에 환자가 없는 거에요. 간호사 말로는 일반병실에 올라갔대요. 알고 보니까 그 분이 먹은 게 영양제더라구요.”  

고액체납자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눠진다. 돈이 있으면서 안 내는 경우와 돈이 없어서 못 내는 경우. 영양제를 과다복용한 체납자처럼 세금을 안내려고 애 쓰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못 내는 사람도 있다. 특히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더욱 그렇다.

“간혹 안타까운 분들도 있어요. 한때 잘 살다가 사업이 망하면서 세금을 못내기도 하죠. 또 병까지 얻고 힘들어 하는 분들도 있고요.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국가에서 최소한의 생계가 위협된다 싶으면 결손처리해 주기도 합니다.”

납세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하는 의무이다. 모두 내는 세금을 누군가 내지 않는 건 확실히 불공평한 일이다. 또 세금을 내야 복지, 문화, 교통 등 여러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그의 업무가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제 일이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단 하나 마음에 안 드는 건, 내가 다른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거죠.”

내 꿈은 영화감독

분위기를 바꿔 그에게 여가 활동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10년 전부터 글을 썼어요. 드라마, 시나리오도 공부하고 최근엔 소설도 쓰고 있어요.”

뭔가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마흔 무렵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렇듯 마흔이라는 나이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한다. 고민 끝에 드라마를 쓰기로 마음 먹었다. 아마도 어릴 적 만화책을 많이 본 게 영향을 준 모양이었다. 무작정 드라마작가협회의 문을 두드렸다. 그곳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선 면접을 봐야 하는데 결과는 낙방. 그래도 다시 용기를 냈다.  

‘또 왔습니다. 이번에 떨어지면 또 올 겁니다.’

그 뒤 합격소식을 들었다. 그때부터 그의 글쓰기는 시작됐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가끔은 ‘내가 뭐 하느라 놀지도 못하고 이러나’ 해서 약속을 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시 인생이 무의미하게 지나가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상 앞에 앉는다. 참 에너지가 많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쯤에서 그의 꿈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중에 영화감독을 하고 싶어요.”

아, 그래서 그랬구나. 그는 그만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그는 이렇듯 드라마도 쓰고, 시나리오도 쓰고, 소설까지 공부하고 있다. 또 몇 년 전부터는 시청 내 연극동호회에서 연출도 맡았다. 그곳에서 자신이 쓴 연극대본으로 연극도 세 편이나 올렸다. 영화감독, 왠지 그와 너무 잘 어울렸다. 

“막상 시작해보니 실력이 쟁쟁한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그래도 열심히 해보려고요. 죽을 때까지 손을 놓을 것 같지는 않아요.”

사람들은 꿈을 꾼다. 그러나 꿈은 현실 속에서 빛을 잃기도 한다. 다시 꿈꾼다는 것. 그건 참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처음엔 차갑고 딱딱하고 계산적인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얘기해 보니 그는 참 뜨거운 사람이었다. 문득 그가 앞으로 만들 영화가 궁금해졌다. 정확히는 몰라도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가 아닐까. 먼 훗날, 그의 영화를 볼 수 있는 날이 꼭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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