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 기다려져요!

하이서울뉴스 박혜숙

발행일 2011.06.22. 00:00

수정일 2011.06.22. 00:00

조회 4,569

김선숙(가명, 70세) 어르신. 치매가 찾아오기 전에는 누구보다도 활동적이고 웃음 많은 분이셨지만, 치매판정을 받고 집에만 머물게 되면서 답답함이 늘어갔고 우울증도 찾아왔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청운실버데이케어센터를 다니면서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고 아드님은 말한다. 예전처럼 웃기도 많이 하시고, 더 밝아지셨다고. 또한, 본인과 아내 모두 직장에 다녀 점심식사를 챙겨 드리지도 못하고, 건강도 많이 걱정됐는데, 데이케어센터에서 건강관리에서 어르신 한 사람 한사람에 맞춘 식사까지 모든 것을 도와주니 염려도 사라졌다고. 아침 일찍 일어나 데이케어센터 차량을 기다린다는 김선숙 어르신의 하루를 함께 했다.

직장인 출퇴근 하듯, 하루 종일 데이케어센터에서 즐겁게 공부를!

아침 9시 20분. 센터를 출발한 차가 김선숙 어르신 집에 도착한다. 들뜬 마음으로 김선숙씨가 "다녀올게"라며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는 사이, 데이케어센터에서 온 사회복지사는 가족에게 지난밤 김선숙 어르신이 잠은 잘 주무셨는지, 아침 컨디션은 어떤지를 묻는다. 어르신들의 매일 상태를 점검해서 알고 있어야하며, 또한 그 정보가 개개인 어르신의 식사량과 간식 준비에 도움이 되기 때문. 어느덧 차에 오르는 어르신의 마음은 벌써부터 즐겁다. 친구들과 원장님 이하 센터 가족들과 갖는 즐거운 시간이 기다리고 있기에. 10시 10분쯤 센터에 도착한 어르신의 일과는 혈압 및 건강 체크로 시작한다. 매일 혈압과 체중을 재고 15일에 한 번씩은 당 검사도 한다. 먼저 도착해 건강 체크를 끝낸 어르신들은 아침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 필요한 개별시간을 갖는다. 주로 세안, 칫솔질 등 화장실에서 일어난다. 김선숙 어르신을 비롯한 모두가 준비를 끝낸 시간은 10시 20분쯤. 아침 간식으로 우유 한잔을 마신다.

점심시간, 미술치료

10시 30분이 되자, 신나는 아침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11시 30분까지 진행되는 아침프로그램은 이야기교실, 책읽기, 인지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지만, 오늘의 프로그램은 미술치료. 새하얀 스케치북에 파스텔을 이용해 그림을 그려본다. 한 가지 색으로만 칠하다가 선생님이 설명해주신 다른 색으로도 칠해본다. 그 다음엔 밑그림이 그려진 작은 스케치북이 나눠졌다. 색색가지 색연필로 예쁘게 그려진 밑그림을 정성스레 칠한다. 이 시간 최종녀 원장님을 비롯한 센터 가족들은 어르신들의 모습을 하나씩 관찰한다. 파스텔이나 색연필을 잘 잡으시는지, 색감은 다양하게 사용하시는지 등의 모습 속에서 어르신들의 상태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필을 쉽게 못 잡으시던 분들이 손에 힘이 생겨 잘 잡고, 그림도 칠하는 모습을 보면 그만큼 더 건강해진 것이기에 더 없는 뿌듯함을 느낀다는 센터 가족들. 그렇게 즐거운 아침시간이 지나간다. 쉬는 시간 후에 12시부터 맛있는 시간이 찾아온다. 바로 점심시간. 엘리베이터를 타고 센터 지하로 내려가 식당에 앉는다. 조미료 없이 육수로 낸 국에 직접 재배해서 먹는 반찬까지, 건강식이 따로 없다. 또한, 어르신 한 사람 한 사람의 식습관에 맞춰 소화가 어렵거나 음식을 천천히 드시는 분께는 적은 양을 드린다. 점심식사가 끝나면 오침시간. 수학여행을 온 것처럼 이곳에서 만난 친구 어르신들과 한 방에서 이불을 덮고 눕는다. 깔깔거리며 웃는 소리, 담소를 나누는 소리가 들린다. 들뜬 마음에 잠 못 자던 여고생처럼.....

생일잔치와 민요교실

한 시간 쯤 달콤한 오침을 보내고 나면, 오후 프로그램이 기다린다. 오늘은 특별히 6월에 태어난 어르신들을 위한 생일잔치가 마련됐다. 김선숙 어르신도 6월 생일자다. 고깔모자도 쓰고 생일 케이크가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모두가 불러주는 생일 축하 노래도 듣고, 힘들지만 케이크 커팅도 해본다. 센터 가족들이 준비한 생일 축하 공연도 보고, 아름다운 플롯 연주와 다른 어르신들의 축하 노래도 듣는다. 그런데 첫 번째 노래가 효녀 심청. 멋들어지게 뽑아내는 서윤기(가명, 73세) 어르신의 노래에 다 같이 박수를 치다가 어느덧 여기저기서 눈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생일날인데..... 그래도 생일잔치가 끝난 후 만난 김선숙 어르신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 받고,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며 활짝 웃으신다.

오후 간식시간. 생일 케이크와 과일을 나눠 먹고 나니 장구가 등장한다. 두 번째 오후프로그램인 민요교실. 반장 어르신의 구호에 따라 '사랑합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흥겨운 장구소리에 맞춰 '아리 아리랑' 춤 한판이 벌어진다. 절로 흥이 나 어깨를 들썩이며 무대 가운데로 뛰쳐나와 선생님들과 춤을 추는 어르신들. 아프신 어르신들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즐겁게 움직이시며 신나게 춤을 추신다. "여기 오는 게 너무 재밌다. 그래서 밤 프로그램까지 다 하고 간다. 주말에도 오고 싶은데 문을 열지 않고, 아무도 오지 않으니 집에 있을 수밖에"라고 말하는 김선숙 어르신. 그렇게 야간프로그램인 동화책읽기 치료까지 모두 마치고 목욕을 끝낸 후, 오후 8시 40분 다시 차에 올라 집으로 향하셨다. 치매라는 이유로 혼자 집에서 있어야 했던 무료한 삶에 또 하나의 가족과 친구를 선물해 준 데이케어센터. 덕분에 어르신의 하루하루는 다시 장밋빛이다!

미니인터뷰 … ① 청운실버데이케어센터, 최종녀원장

청운실버데이케어센터 운영하신 진 얼마나 되셨나요?

 처음엔 2007년 종로구 소규모 요양시설 (A형)으로 설립되었죠. 당시만 해도 도심에 주·야간보호시설에 방문형보호시설까지 마련된 획기적인 선진국형 요양시설이었죠. 그러다가 서울형 데이케어센터 1호로 공식 인증 받으면서 2009년 7월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하시면서 보람을 느끼실 때는 언제인가요?

사실 센터의 시작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치매어르신들이다보니 여기저기 배회하시고 각자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시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프로그램이 잘 정착되면서 어르신들의 참여도도 높아졌고, 한층 안정화됐죠. 지금은 섬기는 저희나 참여하시는 어르신이나 노인대학, 대학원이란 생각으로 서로를 대하죠. 어르신들이 배우고 학습하는데 흥미를 느끼면서 참여하다보니 몸도 마음도 훨씬 더 건강해지시는 것 같아요.

청운실버데이케어센터만의 강점이라면 뭐가 있을까요?

제가 생각할 땐, 주·야간에 맞춘 저희 센터의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주간은 치매 어르신들의 특성에 맞게 음악, 미술, 인지, 영화, 레크리에이션 등 전문적 강사를 초빙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어요. 야간은 집에 가서 편하게 쉬실 수 있도록 마지막 프로그램 후, 머리에서 발끝까지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드린 후, 미지근한 우유 한 잔을 대접하여 집에 가서 바로 옷만 갈아입고 주무실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가족들로부터 반응도 좋고, 어르신들의 체중도 더 늘어 감사하죠, 또한, 어르신들의 변비를 줄이기 위해 저희들이 직접 만든 종균 요구르트를 간식으로 먹고 있고, 가벼운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 어르신들과 함께 청운농장에서 상추, 쑥갓, 오이 등을 키워 먹고 있습니다.

미니인터뷰 … ② 사회복지사, 최은숙팀장

언제부터 근무하셨고, 특별히 사회복지사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08년부터 이곳에서 근무했습니다. 사회복지사 꿈은 20대 초반부터 갖고 있었지만, 당시 사회복지사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단 이유로 부모님 반대에 부딪혔어요. 나중에 물리치료사가 되어 어르신들 모시는 시설에 있게 됐는데, 그때 사회복지사 역할에 매력 느끼고 공부를 결심하게 됐어요. 어르신들과 함께 있으면서 어르신들 섬기고 그분들이 편안한 노후를 보내도록 돕는 게 좋아서 지금 일에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르신들의 편의를 위해 일주일에 2번 물리치료일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데이케어센터에서 일하면서 언제 보람을 느끼시나요?

보통 연세가 들어 노화되면 거의 회복이 힘들고 진행이 천천히 되도록 하는 것 일뿐 더 좋아지는 건 무리라고 생각하지만, 실제적으로 어르신들이 센터에 오셔서 몸의 기능이 더 좋아지는 걸 보고 있어요. 휠체어 타시던 분이 지팡이 짚고 집에서 센터까지 오는 걸 볼 때. 우울증 성향 강했었는데 친구들과 같이 웃고, 또 저희들 안아줄 때 데이케어센터의 필요성을 느끼고, 일하는 보람을 넘어서 행복을 느낍니다.

대부분 잘 모신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집에서 모셔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데이케어센터의 장점을 말씀해주신다면?

맞아요. 제 주변에도 5~60대분들 많으신데 남의 손은 안 되고 무조건 집에서 내가 모셔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물론, 저도 처음에 그랬으나, 실제로 제가 일해 보니 그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집에서는 전문적인 역량 없이 사랑으로만 모시지만, 데이케어센터에선 전문 교육을 받으신 분들이 모시고, 또한 또래 어르신들이 함께 공동체 생활하면서 서로 도전도 받고 응원도 하며 행복감과 즐거움 느끼기 때문이죠. 저희 부모님이 중풍이신데 조금만 더 몸이 나아지면, 저도 이곳에 모시고 싶어요. 근데 자리가 없어서 기다리고 있어요(웃음). 이곳에 다니시는 어르신들 주말을 제일 싫어하세요. 그리고 월요일에 모이면 서로 두 손 붙잡고 반갑다고 인사하시죠. 어르신들이 훨씬 즐거워하시고 전문적 케어 받을 수 있어서 실질적으로 도움 된다는 점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치매 #데이케어센터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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