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찜질방... 한국의 ‘방’문화가 특이해요!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김명희

발행일 2011.12.30. 00:00

수정일 2011.12.30. 00:00

조회 5,231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한국을 형제의 나라로 여기는 곳이 있다. 바로 터키다. 한국전에 참전했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자랐으며 지금은 한국을 사랑하게 됐다는 터키의 젊은 커플, 세넴 오르한(Senem Orhan)과 자네르 투루나이(Caner Tulunay)를 만났다. 몇 년 전 서울에서 만나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 그들과 대화하면서, 굳이 '형제의 나라'라는 표현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뭔가 통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서울에 어떻게 오게 되었고 또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세넴 :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한국 친구들을 많이 알게 되었는데, 친근하고 정이 많은 그들이 좋아서 한국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그러다 터키에서 한국어를 잠깐 배우고 2007년에 서울에 처음 오게 되었어요. 그때 너무 좋아서 1년 8개월 정도를 지내다 터키로 돌아갔어요. 터키에서는 아버지를 도와 무역일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 한 달 휴가를 내 서울에 왔어요. 한국 친구들이 그리웠거든요.

자네르 : 할아버지가 한국 전쟁에 참전하셨기 때문에 관련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게 2006년이었는데 당시 장학금을 받은 세 명 중 한 명에게 서울에 올 기회가 주어져 방문했어요. 저는 현재 한양대 건축학과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와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세넴 : 처음엔 낯설었죠. 소소하게는 젓가락질 같은 것에 적응해야 했지만 친구들 덕분에 금세 익숙해졌어요.

자네르 : 제 경우는 좀 달랐어요. 한국말도 못하는 상태로 스무 살 때 이곳에 왔으니 처음엔 막막했죠. 세넴처럼 친구들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모든 게 낯설고 마음같지 않아 울기도 했어요.

-한국어나 학과 공부는 어땠나요?

세넴 : 터키에서 터키와 한국 문화교류단체에서 한국어를 약간 배우고 경희대 어학당에 다니게 되었기 때문에 처음엔 한국어 공부가 쉬웠어요. 그렇지만 중급부터는 단어들이 어려워져 힘들었어요. 저희에겐 특히 ‘ㄱ, ㄲ, ㅋ’과 같은 발음이 어려워요.

자네르 : 처음 8개월 정도 어학원에 다닌 게 전부예요. 한국말을 전혀 모르고 왔지만 제가 터키어를 배울 때 사전을 보고 배운 게 아니니 한국어도 그렇게 공부하려고 했어요. 답답해도 바로 사전을 보지 않고 어떤 뜻인지 물어보았죠. 한국어는 터키어와 문장의 순서가 같기 때문에 문맥에서 단어 뜻을 파악하려고 노력했어요. 밖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배우게 되는 것도 많았어요. 학과에 친한 한국 친구들이 예닐곱 명이 있어요. 그들과 공부하다보니 전공 공부도 잘 마무리돼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어요.

-서울이 터키에 얼마나 알려져 있는지 궁금해요.

자네르 : 제가 서울에 오기 전만 해도 추상적으로 중국이랑 비슷한 문화의 나라겠지 생각했어요. 아는 게 별로 없었어요.

세넴 : 예, 제가 처음 터키에서 한국어를 배우려고 할 때 배울 곳이 거의 없었어요. 그렇지만 요즘에는 터키에도 한국 드라마 인기가 높아요. 오빠나 누나와 같은 한국식 호칭도 많이 알려있죠. 한국 방송의 영향을 받은 듯한 프로그램도 보이더라고요.

공항에서 친구들과 함께...덕수궁 중화전에서...

-직접 와서 생활하면서 알게 된 서울은 어떤가요?

세넴 : 제가 살던 이스탄불도 사람들이 매우 바쁘게 사는 도시인데 한국은 더 그런 것 같아요. 역동적이고 바쁘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 논쟁이나 싸움은 적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대도시이지만 사람들이 친절하고 여자들에게도 안전한 곳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터키와 비슷한 문화도 많아서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더 친근하게 느껴졌어요.

자네르 : 처음에는 서울의 높은 빌딩과 큰길이 어지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곳에 적응 되었어요. 사람들이 친절한데다 터키에서 왔다고 하면 형제국이라고 더 반갑게 맞아주곤 해서 항상 편안하고 좋은 느낌을 가지고 있어요.

-비슷한 문화가 많다고 했는데 터키와 비슷한 부분이나 너무 다른 부분은 어떤 게 있을까요?

세넴 : 사람들의 정이나 어른을 공경하는 전통 문화가 비슷해요. 냄비요리를 먹거나 집에 찾아온 손님을 중요시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모습은 상당히 비슷해요. 그리고 터키어에도 웃어른이나 처음 본 사람들에게 쓰는 높임말이 있어요.

자네르 : 터키에 두 가지 큰 명절이 있는데 그것들이 한국의 설, 추석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 뿐 아니라 친척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뵙고 선물을 주고받는 모습이 흡사한 것 같아요. 터키도 가족애가 끈끈해요.

세넴 : 여자로서 느낀 것은 한국은 성인 여성들도 귀여운 물건들을 좋아하더라고요. 유럽이나 터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 같아요. 터키에는 전통적인 터키탕이 유명하지만 한국의 찜질방에서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은 색달랐어요. 그것 외에도 노래방, DVD방 등 ‘방’문화도 흥미로운 것 같아요.

자네르 : 처음 놀랐던 것은 유니섹스문화였어요. 제 기준에서는 여자들이 멜 법한 색과 디자인의 가방을 남자들이 메고 다닌다거나 하는 모습은 충격이었죠. 지금은 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것 같지만요.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어딘가요? 또 가족들도 한국에 놀러왔다고 들었는데 어디를 좋아하던가요?

세넴 : 홍대나 압구정처럼 사람들이 많은 곳을 좋아해요. 북적이고 즐거운 그 분위기가 참 좋거든요. 전 회기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인지 경희대 앞 분위기도 좋아하고요. 가족들이 놀러왔을 때 3주 정도 한국 여행을 했는데 대학생인 여동생은 역시 홍대를 좋아하더라고요. 서울 외에는 부산, 경주, 제주도 등을 좋아해요.

자네르 : 특별한 곳을 하나 뽑자면,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한 카페예요. 이곳에 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버스를 잘못 타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아름다운 일몰을 보고 마음이 편안해졌던 기억에 가끔 찾아요. 아지트 같은 곳이죠. 제 가족들은 졸업식 때 올 예정이라 기다리고 있어요.

-서울에 살면서 좋은 점과 아쉬웠던 점을 말해주세요.

세넴 : 외국인이기 때문에 받았던 불편한 시선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한국 사람들이 발벗고 도와준 덕에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아쉬운 점이라면 터키에서 기대할 수 있는 융통성이 없다고 느낄 때가 있는 것 정도. 서울은 큰 도시라 규칙에 의해 돌아간다는 느낌이 들어요.

자네르 : 세넴과 저의 할아버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한국전에 참전했던 덕분일까요. 형제의 나라, 혈맹국이란 말을 많이 듣는데 그 말처럼 한국 사람들과는 끈끈한 유대감이 있어요. 이곳에서 사는 게 참 편안하게 느껴져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세넴 : 다시 터키에 돌아가지만 터키로 수입하고 싶은 아이템들을 생각해뒀어요. 잘 진행되어서 한국과 더 가까워지고 자주 왔으면 좋겠어요.

자네르 : 이제 졸업전시회도 끝났고 졸업을 하게 되는데 가능하면 제가 공부했던 서울에서 건축 사무소에 취직해 일하고 싶어요. 쉽지 않겠지만 노력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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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관광 #한국 #터키 #서울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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