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봉사의 기억이 평생을 좌우한다

하이서울뉴스 조미현

발행일 2011.05.25. 00:00

수정일 2011.05.25. 00:00

조회 5,946

지리산둘레길 트레킹 볼런투어 참가자들

 

자원봉사가 대세다. 부모는 정작 자원봉사의 '자'자도 모르는데 학부형이 되는 순간부터 의무적으로 채워야 하는 자녀의 봉사시간을 두고 고민에 빠지게 되는 게 현실이다. 기업에서도 청년 일꾼을 뽑을 때 엇비슷한 스펙으로 빼곡히 채운 이력서보다는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고민하고 다양한 사회활동을 경험한 자기소개서와 인터뷰를 중시하는 게 추세다. 은퇴 후에도 사회와의 끈을 놓지 않고 내가 사는 지역을 위해, 젊은 세대를 위해 무언가 베풀면서 멋진 황혼을 보낸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과연 나와 찰떡으로 맞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은 있는 걸까? 남산애니메이션센터 건너편에 위치한 서울시자원봉사센터의 신은경 간사와 한 테이블에 마주하고 앉았을 때 이런 '완전초보'적인 질문부터 던졌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란 어떤 곳인가? 가령 자원봉사를 하고 싶은 서울 시민이면 누구나 자신의 적성에 맞고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봉사단체를 이곳을 통해 찾을 수 있는 것인가?

서울시자원봉사센터는 자원봉사자들이 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일감이나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을 주 역할로 한다. 이외에 시민들이 자원봉사를 쉽고 재미있게 생각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캠페인과 홍보 등의 활동도 함께 진행한다고 보면 되겠다. 전국에는 중앙자원봉사센터, 광역자원봉사센터, 지역자원봉사센터 등 247개의 자원봉사센터가 있다.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은 자원봉사나 할 수 있는 자원봉사에 대해 이곳 센터에 오셔서 상담을 받거나 센터 홈페이지에서 개별 봉사활동에 신청하실 수 있다.

봉사에도 유행이 있을 것 같다. 요즘 가장 '핫'한 봉사 아이템은?

유행이라기보다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최근 있었다. 예전의 자원봉사는 가난하고 어려운 소외된 이웃을 위해 희생정신을 발휘하는 자선 형태의 활동이 많았다면, 요즘은 지역사회의 발전과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사회 행동으로 바뀌고 있다. 자선이란 누군가 특별한 사람이 하는 거라는 인식이 강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단어지만, 자원봉사는 알고 보면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활동이다. 그러면서 가장 최근 떠오른 것이 '볼런테인먼트'다. 볼런티어(volunteer)와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의 합성어로 자원봉사에 재미라는 요소를 가미했다는 의미다. 자원봉사와 여행을 접목한 볼런투어, 집에 있는 학용품을 담아 가방에 그림을 그려 제3세계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드림-켓', 생필품을 담아 독거 어르신들에게 전달하는 '사랑의 효, 보물선' 같은 것들이 볼런티어 개념의 봉사 프로그램이다. 누구든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원봉사가 최근 부쩍 활성화 됐는데, 일각에서는 봉사가 지나치게 실적 위주, 스펙 위주로 흘러서 정작 본질은 잊혀지는 게 아닌가 우려와 걱정도 있다.

아직 활성화가 되었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다. 자원봉사 선진국을 나누는 기준으로 자원봉사활동 참여율이 25%가 넘어야 한다고들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8년 실태조사 결과 20%, 서울만 보면 21.3%로 많이 답보적인 상황이다. 선진국을 살펴보면 영국은 59%, 미국은 26% 등 대부분 25% 이상이다. 그리고 너무 지나친 실적과 스펙 위주의 봉사에 대해서는 분명 경계해야 하지만, 현장에서 보는 관점에서는 약간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처음에 실적이나 스펙을 위해 봉사활동에 참여했더라도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오히려 왜 자원봉사를 해야 하는지 깨닫고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사례들을 많이 봤다.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이렇게 됐든 저렇게 됐든 어쨌든 자원봉사를 하게끔 한다는 건 장점이니까. 다만, 그렇게 시작한 자원봉사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하도록 만들까가 관건이다.

센터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시민들 중엔 실적이 높은 분들이 분명 있을 것 같다. 어쨌거나 열심히 활동하신 것 아닌가?

그렇다. 서울시는 그래서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 분들을 인증하고자 봉사왕, 금은동장 기념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물론 자치구들도 기념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제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분들은 당연히 열심히 활동하신 거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센터에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자가 있다면?

정말 많다. 하지만 그 중에서 우리 직원들이 농담으로 '당신은 우리 센터 직원'이라고 말했던 대학생 봉사자 이현영씨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에는 '기획봉사단'이라고 해서 단순히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봉사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 평가하는 프로젝트 리더들이 있는데 이씨는 기획봉사단 멤버로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만들어 추진했다. 환경물비누 만들기, 드림-켓 패밀리, 볼런투어 진행 등 다양한 활동을 열정적으로 수행했는데, 지금은 기아자동차에 취직해서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 또 다른 분은 부인이 10년 넘게 센터에서 행정봉사자로 활동하시다가 안타깝게도 암으로 돌아가신 뒤 그 자리를 이어받아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계신 남편의 경우다. 해치수화봉사단을 만들어 운영하셨고, G20 자원봉사자와 센터 행정봉사자로도 활동하시다 금년에 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엘살바도르 해외봉사를 2년간 나가시게 됐다.

왼쪽 위부터 강서습지생태공원의 위해식물을 제거하는 풀잎공룡잡기, 지리산둘레마을 트레킹 볼런투어에서 주민들을 위한 이미용 봉사, 설해복구 현장 봉사, 제3세계 아이들을 위해 가방을 만드는 드림켓 봉사

나이를 불문하고 이제 막 봉사를 시작하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진 시민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겠는가?

독일의 극작가인 실러는 '너무 많이 생각하는 사람은 적게 실천한다'고 말했다. 자원봉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거나 생각만 가지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지금 바로 자원봉사센터의 문을 두드려 보시기 바란다. 자원봉사센터에는 특수번호가 있다. 1365다. '1년 365일 자원봉사 하자'는 의미로, 집전화로는 국번없이, 핸드폰으로는 지역번호인 02와 함께 1365를 누르면 서울시자원봉사센터로 연결된다. 자원봉사센터 홈페이지나 센터를 직접 방문해서 상담을 받고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찾을 수 있다.

여름방학과 올해 하반기로 이어지는 센터의 계획이 궁금하다. 

자원봉사와 여행을 접목한 볼런투어를 7월에 진행할 예정이다. 작년에 지리산둘레마을 트레킹 볼런투어를 다녀왔는데, 200명이 네 마을로 나뉘어 민박을 이용하면서 벽화도 그려드리고, 잡초도 뽑아드리고, 우물도 만들어드리고, 이·미용 서비스도 제공해 드리는 식으로 마을 주민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왔다. 회비는 단 돈 3만원이었다. 볼런투어는 크게 보면 '다하자 자원봉사'의 두 번째 테마다. '다하자 자원봉사'란 '다함께 하루라도 자원봉사 하자'는 의미로,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1년에 하루는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착안해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5월에는 환경, 7월에는 여행, 9월에는 가족, 10월에는 저소득층을 위한 봉사활동  식으로 테마를 정해 진행하게 된다. 5월 행사로는 29일 일요일 10시부터 서울성곽길 트레킹을 하면서 환경정화활동을 하는 행사가 남아 있다.

그리고 서울시와 25개 자치구 자원봉사센터가 함께 하는 '1365 릴레이자원봉사'는 한 달에 4~5개 구가 일주일 단위로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자원봉사활동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자원봉사활동이다. 9월에 금천구를 마지막으로 릴레이 봉사활동이 끝나면 그동안 진행한 봉사활동 중 서울 전역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골라 공통 프로그램으로 진행을 할 예정이다.

또한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자원봉사활동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에 발맞춰 봉사자 관리와 운영 효율화 등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해서 신경 쓰고 있다. 재난재해에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한 재난재해 봉사단을 운영하는 것도 올해 중점과제의 하나다. 직종과 분야별 자원봉사를 조직화하는 전문봉사단을 운영하여 자치구센터와 연결하여 시범사업 후 확산시킬 계획도 있다. 그리고 서울에는 소규모 자원봉사센터로 주민자치센터에 설치된 자원봉사캠프가 있는데, 이 자원봉사캠프를 지역 단위를 넘어 직장, 학교 등까지 확장하고 내실화를 꾀하고자 한다. 직장이나 학교는 집보다 더 오래 머물러 있는 곳이 아닌가. 또한 아파트, 학부모, 청소년, 대학생 봉사단 등 시민 주도 봉사단을 조직하고 민간기업과도 상시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각 기업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봉사활동 전개를 추진하고 있다. 가령 삼성썬더스농구단의 경우는 복지시설의 환경미화를 할 때 전등 위 먼지는 지나치는 것에 착안하여 '조도 높이기' 봉사를 할 계획이다. 선수들의 큰 키를 이용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자원봉사란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나도 봉사자들에게 그런 질문을 많이 한다. 우리 센터의 홍보대사인 탤런트 조민기씨는 자신에게 자원봉사란 좋은 수업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참 좋았다. 내게 자원봉사란? 생활이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직원들에게 물었습니다!

나에게 자원봉사는 self다. … 경영기획부 이슬아
나에게 자원봉사는 생활이다. … 조직지원부 한도헌
나에게 자원봉사는 지침서다. … 협력사업부 이현정
나에게 자원봉사는 에너지다. … 협력사업부 임현경
나에게 자원봉사는 삶의 비타민이다. … 경영기획부 김성현
나에게 자원봉사는 중독이다. … 사무국장 이혜경
나에게 자원봉사는 충전기다. … 협력사업부 팀장 정경애
나에게 자원봉사는 로또다. … 경영기획부장 황금용

서울시자원봉사센터에는 정직원 19인이 근무하고 있으며, 연계된 자원봉사단체는 100여 개 정도다. 센터에 등록된 자원봉사자는 2010년 기준 120만 명을 넘어섰고 해마다 10만 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보건대 올해 조사에서도 130만 명은 무난히 넘길 것이다. 하지만 신은경 간사는 숫자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과연 등록만 하고 활동하지 않는 사람들을 자원봉사자라고 할 수 있느냐는 고민이 항상 따라다닌다고. 그렇다 해도 '1365' 프로그램 참가자가 한 해 15,000명, '다하자' 참가자가 2만명이라는 숫자에는 자부심을 느낄 만하지 않을까? 인터뷰를 마치고 회의 중이거나 외근 중인 직원을 제외한 사무실 사람들에게 즉흥 설문을 돌려봤다. 그런데 맨 마지막 황금용 부장의 '로또'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아 이유를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일자리도 얻었고, 행복도 나누니까". 그러고보니 센터에서 만난 사람들은 항상 웃고 있었다. "5년차 센터에서 일하면서 늘은 것은 말솜씨"라고 동료들이 놀리자 맞다며 고개를 끄덕인 신은경 간사도 그랬다. 그로부터 자원봉사 일화를 들으면서 봉사란 정말 재미있는 일이다 싶었으니까. 이들을 통해 나온 아이디어라면 자원봉사도 신나게 해 볼 만할 것 같았다.

문의: 서울시자원봉사센터 1365, http://volunteer.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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