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녀’가 '살림 9단'되기까지...
발행일 2011.04.29. 00:00
"철없던 녀석이 이젠 살림꾼 다 됐구나~” 중국에 계신 부모님이 한국에 다녀가신 후 한 말이다. 나는 7년 전 한국으로 시집왔다. 한국에 오기 전엔 중국에서 외국계 회사에 다녔다. 월급은 또래보다 많았지만 그만큼 쓰기도 잘했다. 한 달을 살고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을 정도였으니...
중국 젊은이들은 절약 정신이 그다지 강하지 않다. 물건이 고장 나면 수리할 생각을 하기보다는 새 것으로 사는 사람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나 역시 그런 중국의 신세대였다. 한국인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한 후 한국으로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자연스럽게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고 한국에서는 남편 혼자 번 돈으로 살림을 해야 했다. 당시만 해도 내가 한국말을 전혀 못했기 때문에 사회생활은 커녕 집안 살림을 하는 것도 불편했다. 살림에 필요한 물건을 사거나 공과금처리 등은 모두 남편 몫이었다. 한국 요리를 할 줄 몰라서 외식을 자주하다보니 당연히 저금할 여력이 생기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신혼엔 한 달 지출이 평균 200만 원 정도는 됐던 것 같다. 부끄럽지만 남편 월급을 거의 다 써버린 셈이다.
그러니 마음은 늘 불안했다. “만약 집에 급한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여윳돈이 한 푼도 없는데...” 이런 걱정을 안고 살았고 아이가 생기면서부터는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어느날 이대론 안 되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빨리 돈 모아 집도 사고 노후도 준비해야지’라고 결심한 후 그때부터 하나씩 하나씩 절약을 시작했다.
step1- 살림 9단으로 변신하다
그때부터 남편이 하던 살림을 내가 맡았다. 차근 차근 절약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 메모한 후 실천에 옮겼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한국 요리를 배운 것. 계산해보니 한 달 외식비만 30만 원이 넘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돈을 아껴 모아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요리를 배울 수밖에 없었다. 당시 시어머니께 많이 매웠고 인터넷 요리 사이트도 열심히 뒤졌다. 덕분에 요즘 우리집은 ‘외식’의 ‘외’자도 모른다. 내가 보양식에 홍삼잼까지 만들어내는 살림 9단이 됐기 때문이다. 직접 만든 음식으로 인해 남편과 아이들 건강도 좋아졌고 절약도 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step2- 꼭 쓸 돈 빼고 나머지는 먼저 저축
이제는 남편 월급이 통장으로 들어오면 부모님께 드려야 할 용돈, 꼭 지출해야 하는 생활비, 통신비, 관리비, 전기요금, 수도요금 등을 빼고 남은 돈을 무조건 저금한다. 매월 예상한 생활비만 사용하면서부터는 저축액수가 상당히 늘었다. 아울러 신용카드를 쓰지 않고 현금만 쓰니 생활비도 줄어들었다.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는 장을 보거나 가족 옷을 사는 등 생활에 필요한 소비만 하는데도 100만 원이 훌쩍 넘었다. 그런데 현금만 쓰면서부터는 10만 원, 20만 원 줄더니 몇 달 만에 50만 원 정도로 반이나 줄어버렸다. 현금을 쓰면 돈 줄어드는 게 바로 바로 보여 아껴 쓰게 마련. 특히 나에겐 현금 사용 효과가 아주 컸다.
step3- 멤버십 카드도 똑 부러지게 사용
대형할인 마트를 이용한 경우 현금보다 직불카드를 만들어 사용하면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어 유용하다. 대형마트의 경우 신용카드와는 별도로 포인트카드를 발급해 주는데 보통 5000점 이상 모으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멤버십 카드를 만들어 사용한다. 멤버십 카드나 쿠폰은 별도 지갑을 만들어 잊지 않고 사용한다. 미용실도 가족이 모두 합해 10번 가면 1번은 공짜 이용이 가능하다.
step4- 물 절약, 전기 절약
한국생활 중 절약을 실천하는데 있어서 가장 보람 있었던 부분은 우리집 수도요금. 2007년까지는 월 사용요금이 3만 원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는 5천 원 안팎. 아무리 많이 써도 1만 원을 넘지 않는다. 이렇게 절약할 수 있는 비결은 물 재활용이다. 우선 채소를 씻은 물, 아이들이 목욕을 한 물, 세수를 한 물 등은 모두 모아서 화장실에서 재활용한다. 또 온 가족이 모두 집에 있을 땐 화장실 함께 가는 운동도 시작했다. 4인 가족이 따로 화장실을 이용하면 변기 물을 4번 내려야 하는데, 같이 가게 되면 한 번만 물을 내리면 되니 3/4의 물을 아낄 수 있는 것 아닌가. 사실 이 방법은 한 잡지에 실린 독일 사람들의 절약법을 보고 따라한 것이다. 환경도 생각하고 돈도 절약할 수 있는 아주 바람직한 생활습관이다.
통계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으로 수도 사용량은 월 20톤 정도. 우리집은 지난달 6.5톤을 사용했다. 1년이면 무려 172㎥톤의 물을 아끼는 것. 물을 아끼는 것은 환경에도 큰 도움이 된다. 아울러 우리집은 곳곳에 개별 스위치를 단 멀티콘센트가 있다. 사용하지 않은 전자 제품은 개별 스위치로 전원을 차단한다. 그래서 지난달 전기 요금은 9,350원. 또 전기를 아끼려면 냉장고에 적당량만 넣어두어야 한다. 그때그때 필요한 것만 장을 보는 습관은 전기료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또 장을 너무 많이 보면 결국 남은 재료를 버리게 되니 그만한 낭비도 없다.
step5- 가족들도 적극 동참
처음 물을 재활용 할 땐 남편이 좀 불편하다고 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이에 적응했다. 요즘엔 남편이 나서서 전기 스위치를 내리고 물 한 방울이라도 흘려보낼까봐 '감시'를 한다. 특히 아이들이 절약을 습관화하고 있어 엄마 입장에서 흐뭇했다. 집에서 물 절약, 전기 절약을 하다보니 할머니댁에 가서도 사람이 없는 방에 불이 켜져 있으면 끄고 화장실도 함께 가는 등 몸에 밴 절약을 실천해 어른들에게 칭찬을 듣는다.
step6- 이젠 남편 월급 60% 이상 저금
그렇게 아낀 덕에 결혼 7년 만에 내집 마련도 했다. 우리의 보금자리는 남편 회사 근처 아파트. 남편은 거의 집에서 점심 식사를 한다. 당연히 회사까지는 걸어 다닌다. 그렇게 해서 한 달 식비와 교통비로 아끼는 돈이 20만 원 정도. 요즘엔 남편 월급의 60% 이상을 저축한다.
허튼 돈은 절대로 쓴는 법이 없는 내게 친구들이 가끔 “무슨 재미로 사냐?”고 묻곤 했다. 그러면 나는 친구들에게 “일단 시작해봐. 통장에 돈 불어나는 것 보면 절약도 진짜 재미있어”라고 말했다. 요샌 그 친구들이 “서울에서 그렇게나 빨리 아파트를 사다니 놀랍다”, “돈 모으는 법 좀 알려 달라”고 성화다. 절약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대부분의 절약은 환경보호와도 연관이 된다. 안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펑펑 쓰고 살 때는 불안했는데 아끼고 사니 마음이 든든하다는 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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