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어버이날 이벤트 고민, 한 방에 해결한다

하이서울뉴스 조미현

발행일 2011.04.29. 00:00

수정일 2011.04.29. 00:00

조회 6,942

'직장맘'에게 5월은 참 부담스러운 달이다. 생일, 크리스마스와 함께 아이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어린이날 그리고 아무 것도 하지 말라 하시지만 아무 거나 해드릴 수는 없는 어버이날이 달력에 빨간 숫자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단순한 '선물 증정식'과 한 끼의 식사 대접으로 끝내기는 왠지 싫고, 그렇다고 해외여행을 감행할 형편은 안 되니, 현명한 소비를 통해 만인이 즐거운 일정을 짜보리라 다짐했건만 어느새 어린이날이 목전에 다가오고 만 것이다. 그때 갑자기 눈에 들어온 것이 하이서울 페스티벌이다. 마침 5일에 시작해서 10일에 끝나고, 실내외 공연 모두 무료인 데다, 말이 필요 없는 넌버벌(non-verbal) 작품 일색이라니 이렇게 대견할 수가! 그리하여 예년에는 대충 보고 지나쳤을 하이서울 페스티벌 리플렛을 거실에 펼치고 나름 세밀한 연구에 들어갔다. 같은 고민을 가진 분들께 추천하는 바이다, 하이서울 페스티벌~!

어린이날은 서울광장으로 고고씽!

일단 페스티벌 장소는 크게 서울광장(청계광장과 광화문광장은 이쪽에 포함)과 여의도한강공원으로 나뉘어 있다. 아무래도 7살과 5살배기 개구쟁이들을 대동하고 가기에는 작품도 작품이지만 집에서 더 가까운 서울광장이란 장소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중, 며칠 전부터 거실에 던져 놓았던 페스티벌 리플렛을 나보다 앞서 '정독'한 첫째가 끼어든다. "엄마, 이게 좋겠어요"하며 <풀밭 위의 식사>, <붐 패밀리>, <장난꾸러기 새들> 등 몇 개를 찍고 급히 퇴장. 이렇게 다행일 수가. 마침 5일 개막행사인 <세계 거리극 퍼레이드>에 방금 녀석이 언급한 공연팀들이 거의 다 등장하는 게 아닌가. 오후 1시부터 시작이면 점심을 조금 일찍 먹고 시청으로 출동하면 되겠다.

알고 보니 개막행사에는 축제의 명물인 거대한 인형들이 일제히 등장한다. 오후 1시. 아이들을 환호하게 만들 팀은 탈을 쓰고 장다리를 짚고 '열 받은 지구를 식히러 왔노라'며 행진하는 한국의 나무닭움직임연구소다. 다음 주자는 재활용 창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괴하고 멋진 악기를 단 고래와 물고기떼들을 몰고 나타날 '그 유명한' 노리단이다. 외국공연 동영상만 봐도 감탄했던 나로서는 언젠가 꼭 실물을 보리라 맘먹었던 팀이다. 이쯤부터 아이들, 팔짝팔짝 뛰면서 춤을 추지 않을까.

2시부터는 얼핏 봐도 심상치 않은 4m에 달하는 거대한 인형 가족 스너프 퍼펫, 역시 거대한 몸집으로 관객들에게 기념사진 찍어달라 길 알려 달라 요구사항이 많을 이상한 관광객 그랑드 페르손느, 온통 핑크색 물감으로 몸을 감싸고 관객에게 다가와 자신들의 분홍 흔적을 남길 이상한 외계인 쿠드 류드 그리고 노랑과 초록과 보라와 주황 귀족들을 태우고 우아하게 걷다가 갑자기 짓궂은 본성을 드러낼 장난꾸러기 새들 NWSI 팀이 대기하고 있다. 우리집 두 꼬마들, 아마도 처음엔 내 뒤에 숨었다가 이윽고 깔깔대며 그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상상하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놀이공원 퍼레이드를 보면서도 꼭 행진 대열을 급습해서 악수를 하고 나서야 직성이 풀리던 녀석들이 아닌가. 카메라 밧데리 여분은 꼭 챙겨야 하겠다.

오후 3시가 되면 서울광장의 또 다른 명물, <그레이트 북>에 본격적으로 참여해볼 때다. 광장 한복판에 설치될 9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책이라. 페스티벌 공식 홈피(http://www.hiseoulfest.org/2011/)에서 <그레이트 북>의 유튜브동영상을 보니 바로 이해가 갔다. 이쯤 해서 슬슬 땅바닥에 자리 잡고 미리 배낭에 준비해간 간편 간식을 해치우면 되겠다. 2시간 가량 신나게 뛰어댔으니, 이제는 느긋하게 퍼포먼스도 보고, 현장에서 직접 쓰고 그리며 또 다른 책 만들기에 참여도 해보고, 남는 시간에는 설치된 거대한 책의 안과 밖에 속속 숨겨진 미술과 동영상과 조형물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되겠다. <그레이트 북>은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만 오픈된다고 한다. 중간중간에 '벽화 프로젝트'나 '전통음악 프로젝트' 등의 다양한 퍼포먼스도 병행된다니 아이들이 원한다면 계속 그 자리에 머무는 것도 좋겠다.

아니면 청계천으로 걸음을 옮겨 발길 가는 대로 산책을 해볼 생각이다. 참, 동전도 미리 챙겨가야지. 청계광장에 들러 월드비전 '사랑의 동전밭'에 아이들이 동참하도록 해줘야 하니까. 작년 성탄 무렵 여기서 구세군 자선냄비에 동전을 넣으며 마냥 좋아하던 얼굴이 떠올라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다가 광화문광장까지 걸어가서 세종이야기나 충무공이야기에 들러도 좋고,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앉아 노래를 불러도 좋고, 해질녘에 북악산 뒤로 노을 지는 것을 지켜봐도 좋을 것이다. 이 정도면 그날밤 우리 아이들 꿈속은 행복한 그림으로 가득 차지 않을까?

상상 초월! 도심에 솟은 거대한 한 권의 책 … 호주팀 '웰'

5월 1일부터 10일까지 서울광장에서 벌어질 '그레이트 북' 프로젝트는 백문이불여일견이다. 10년 지기인 다리오와 파블로, 두 사람이 이끄는 호주팀 웰은 '그 자체로 거대한 설치미술이면서, 뉴미디어 작품의 전시장이고, 공연이 펼쳐지는 극장'이 되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멋들어지게 현실화시켰으며 그 결과물은 놀랍고도 아름답다. 서울에 처음 온 이들은 세계를 돌며 항상 현지 아티스트들과 공동작업을 남기는데, 이번에도 USD 현대무용단, 사물놀이패 울럭, 김태은 비디오아티스트와 함께 그리고 구경 온 시민들과 함께 페스티벌 기간 동안 새로운 서울만의 '책'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지난 4월 26일 서울시의 일일 리포터로 나선 안진주씨가 개장을 앞둔 홍은예술창작센터에서 다리오와 파블로를 발빠르게 만나고 왔다.

<그레이트 북> 기획자 인터뷰 바로가기

어버이날은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추억 만들기

난감한 미션이로다. 노년에도 일에 파묻혀 지내시며 휴일의 취미란 잠자는 게 전부이신 아버님 그리고 문화에 대한 갈증은 있으시나 자식들 돈 쓰는 게 아까워서인지 한사코 공연 티켓 선물을 거부하시는 어머님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그래서 나는 어버이날에도 특별 이벤트로 하이서울 페스티벌을 십분 활용하기로 했다. 피로회복제인 손주 두 명을 붙이면 아버님도 마다 하지 않으실 테고, 천둥벌거숭이들은 어른 몇몇이 나눠 맡으면 여의도한강공원이라도 겁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나름의 계산도 물론 들어갔다. 우연인지 이날 일정표에는 부모님들이 좋아하실 만한 국악 타악이나 서커스 공연이 꽤 많았다. 빙고!

일단 오전에 시댁에 가서 아이들이 손수 만든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점심 식사를 든든하게 한 후 길을 나서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주말인 데다 한강공원이니만큼 자동차는 당연히 놔두고 지하철을 타고 5호선 여의나루에 내린다. 첫 프로그램은 오후 3시에 빅탑빌리지의 축제극장에서 하는 <소원성취콘서트 '월드비트 비나리'>. 그런데 잠깐! 하이서울 페스티벌의 모든 공연은 무료이지만 실내공연만큼은 사전 예약이 필수라는 사실을 아시는지. 공식 홈피(http://www.hiseoulfest.org/2011/)에서 회원 가입을 한 후 사전예약을 하면 된다. 부모님을 우선 입장시켜 드리고, 아이들은 인근 이벤트플라자에서 열리는 <미니 씨어터>로 데려간다. 큰 아이가 꼭 보고 싶다고 했던 공연이었던, 야외에 놓인 초소형 극장에 머리만 집어넣고 보는 인형극이다. 애들보다 내가 더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부끄럽지만, 놀이공원에 가도 가장 신나 하는 것은 언제나 이 철부지 엄마였으니.

조그만 인형극장이야 금방 끝날 테고 아이들이 적당히 뛰어다니게 풀어놓은 뒤 공연을 보고 나오시는 부모님과 합류한다. 오후 4시부터는 여의도한강공원 일대를 돌아다닐 <퍼레이드 거리극 앨리스><여행자> 중 발길 가는 대로 더 편한 쪽으로 움직이기로 한다. 서두르지 말자. 프로그램 관람과 자유시간 사이의 적절한 균형감각을 유지하자. 참, 휴대용 돗자리도 챙겨야지. 배낭에 간식거리와 물을 넉넉히 챙기는 것도 잊지 말고. 한강공원 자체가 휴식 공간인 만큼 잔디 위에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충분히 좋은 프로그램이니까.

그러다 오후 5시가 되면 축제극장의 <중국 하남성 기예공연>으로 달려간다. 실내 공연이라서 예약을 해야 하는데 사실 미처 못 챙긴 채 사전예약분이 마감된 상태였다. 하지만 페스티벌의 모든 실내공연이 공연 시작 1시간 30분 전부터 현장에서 티켓배포를 하므로 분위기를 봐서 줄을 서면 될 것 같다. 만에 하나 티켓을 못 구해도 같은 극장 앞에서 같은 시간대에 전통연희의 모듬 메뉴라 할 수 있는 <김대균의 판줄>이 한 마당 펼쳐지니 그것도 좋겠다. 어쩌면 부모님들은 답답한 실내보다 더 좋아하실 수도 있고. 그 사이 나만 살짝 빠져서 저녁 7시에 시작될 <풀밭 위의 식사> 현장티켓을 받으러 가는 것을 빼먹으면 안 된다. 큰 아이가 가장 보고 싶다며 찍어뒀던 공연인데 안타깝게도 일찍이 인터넷 사전예약이 완료됐었다. 제발 티켓이 있기를!

오후 6시 이후에도 구미가 당기는 공연들이 많지만 가볍게 포기한다. 이쯤 해서 저녁의 굵직한 일정 두 개를 소화하기 위한 잠깐 휴식이다. 조금 일찍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나서 예정했던 대로 <풀밭 위의 식사>를 보고 나면, 드디어 오늘의 진정한 하이라이트가 기다리고 있다. 오후 8시의 <레인보우 드롭스>. 스페인의 '라 푸라 델 바우스' 팀이 일명 '인간그물'이 될 서울 시민 54명 및 한국 예술팀들과 합동으로 벌이는, '천상의 아리아, 하늘을 나는 이카루스, 공중 회전 대형 바퀴, 공중곡예와 축제의 밤하늘을 수놓을 명작'이라는 온갖 수식어가 붙는 전대미문의 공연이다. 누군가의 말을 빌리자면, 불꽃쇼도 이보다 강렬하지는 못할 거라고. 아무리 봐도 축제의 밤을 마무리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 우리 가족은 어쩌면 한동안 그날밤 이야기를 할 것 같다. 자, 여기까지다. 마치 이틀간 페스티벌 리허설을 혼자서 다 마친 듯한 이 기분은 뭘까. 휴우!

해외초청팀의 이모저모가 궁금하다!

하이서울 페스티벌이 점점 '글로벌'해지고 있다. 해외초청작으로는 10개국 17개단체 18개 공연이, 국내초청작으로는 30개단체 31개 공연이 페스티벌 최종 라인업에 포함됐다. 해외팀을 다시 국적별로 살펴보면, 프랑스가 6개팀으로 가장 많고, 호주가 3개팀, 스페인이 2개팀이며 캐나다와 영국, 인도네시아와 중국과 몽골, 체코와 슬로베니아가 각각 1개팀이다. 해외공연팀 조아라 담당에 따르면 이 중 프랑스의 괴짜 예술광대 이판은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방문이라고. 공연 중 완벽한 한국어 나레이션 구사로 관객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서울을 잊지 못해 다시 온다. 핑크 외계인 신드롬을 벌써부터 예고하고 있는 슬로베니아의 쿠드 류드도 서울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팀. 관광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인지 애초의 입국일자를 앞당겨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가장 많은 인원이 움직이는 팀은 단연 중국 하남성 기예단으로 16명이며, 공연장소 섭외에 가장 애를 태운 팀은 프랑스의 카르나지 프로덕션이다. 도심 빌딩의 벽을 타고 장애물을 넘어 곰인형을 구해야 하는 좌충우돌 황당무계 미션을 수행해야 하므로 서울 한복판 빌딩 섭외가 필요했던 것. 해외팀들이 서울에서 만들어나갈 더 많은 에피소드가 기대된다. 웰컴 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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