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직업도 있나요?

하이서울뉴스 박혜숙

발행일 2011.09.16. 00:00

수정일 2011.09.16. 00:00

조회 4,224

이사벨 민 대표

 

요즘 서울 거리를 걷다보면, 많은 외국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영어, 중국어, 일어는 물론 동남아시아와 중동지역의 언어까지 다양하게 들린다. 이들 중엔 관광객도 있지만, 서울에 터를 잡고 일하며 살고 있는 외국인도 많다. 그만큼 서울이 글로벌한 도시가 되었지만, 정작 외국인들에게 불편한 것은 언어보다 문화의 차이가 아닐까? 그래서 그녀가 있다.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문화통역사, 이사벨 민 TCK인스티튜트 대표 겸 성균관대 겸임교수. 잘 알려지지도 않고, 남들이 쉽게 하지도 않는 일을 그녀는 어떻게 하게 됐을까? 그리고 과연 그 일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현재, 서울글로벌문화관광센터에서 "한국 일상의 이해 : Cultural Views 2011"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하고 있는 그녀를 만나고 왔다.

외교관인 아버지 따라 여러 나라에서 살게 되면서, 다문화에 관심 갖게 되다

보통 한국 사람들은 처음 만났을 때 서로를 어떻게 불러야 할 지 정한다. 인터뷰나 취재차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나의 경우도 그렇다. 하지만, 국내 다국적기업 및 해외 인재를 채용한 한국 기업 등에게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TCK인스티튜트 대표이자 성균관대에서 소비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인 그녀를 만났을 때 받은 명함만도 3-4개라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여쭤봐야했다. 학교가 아닌 센터에서 문화통역에 앞장서는 분을 만난 것이기에 대표님으로 부르기로 결정하고,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가 패밀리레스토랑에 가면 보통 음식을 여러 개 시켜서 나눠먹잖아요. 스테이크, 샐러드 등 분명 외국음식이지만 먹는 방법은 한국의 음식문화 안에서 이뤄지죠. 음료수도 한 잔에 빨대가 여러 개 꽃혀 나오고요. 반면, 외국 사람들의 경우 각자 먹을 음식과 음료수를 시키죠. 또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호칭 때문에도 얘기를 나눴잖아요. 만약, 우리가 외국에서 만났다면 서로를 그냥 이사벨! 혜숙! 이렇게 불렀겠지만 한국이란 문화에서 만났기에 호칭이 중요해지는 거죠. 이처럼 문화는 우리 생활 곳곳에 공기처럼 스며들어 다양한 차이를 드러냅니다. 하지만, '무엇이 옳고 그르다'라고는 말할 수는 없죠. 각각의 문화가 형성된 되에는 오랜 시간 역사와 환경을 통해 흡수되고 빚어진 원인들이 있기 때문이죠. 판단하려는 시각을 내려놓고 열린 자세로 상대 문화에 대해 바라봐야 배려심과 포용력을 가진 문화국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다문화강연자로 알려져 계신데,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아버지가 외교관이셔서 워싱턴에서 태어나서 국내에 잠깐 왔다가, 다시 3살에 태국에 갔어요. 그 뒤 국내에 다시 들어왔다가 해외에 나가길 반복하다가, 초등학교 2학년 이후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계속 외국에서 외국으로 다니며 이태리, 브라질, 리비아 등에서 살았어요. 이렇게 저처럼 자란 아이들을 TCK(Third Culture Kids)라고 합니다. 이런 성장 배경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언어를 습득했죠. 고 3말에 한국에 들어와서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 후 영어 특기를 살려 취직을 했어요. 처음엔 다국적기업 홍보마케팅 부서에서 6년을 일했고, 그 뒤엔 방송국에서 9시 뉴스를 음성다중으로 방송하는 일을 했습니다. 당시엔 아리랑TV와 같은 외국인 대상 프로그램이 없었기에 비즈니스나 관광 차 한국을 찾는 사람들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기내에서 저희가 영어로 방송한 뉴스를 사서 봐야 했어요. 이렇게 방송일을 하고 난 후에 우연치 않게 외국계 기업의 마케팅을 하게 됐는데, 그곳이 한국에 유학생을 내보내고 또 유학생을 받는 일을 했어요. 그때 클라이언트들로부터 '한국관련 교육도 하느냐'라는 질문에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해 제가 직접 그 일을 시작해서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됐죠. 단순히, '무엇을 하고 하지말라'라는 가르침이 아닌 제가 직접 경험하므로 생각해왔던 실제적인 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 후,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기업 및 외국 인재를 채용한 한국 기업 등에서 한국 문화 및 타문화 교육 관련 일을 하면서 2006년부터 성대에서 가르치게 됐고, 작년에 제 회사를 만들게 됐습니다.

Q. 아까 말씀하신 TCK(Third Culture Kids, 제3문화 아이들)가 회사명과도 같네요.

관련이 있지만, 회사명으로 얘기할 땐 Transition Catalyst in Korea(한국에서의 전이기폭제)로 의미를 전합니다. 아무리 다문화관련 일을 하고 있다지만, 비즈니스를 하면서 아이들을 얘기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 다른 의미로 풀었어요. 하지만, 제가 정말 관심과 열정을 품고 있는 일이 TCK네트워크입니다. TCK가 곧 저의 정체성이자, 제가 자랄 때와 달리, 지금은 조기 유학 등으로 해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제3문화 아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죠. 그동안 여러 사람들이 모임을 만들어왔으나, 국외에 있는 학생들이 주로 시작해서 학생들이 거주 장소를 옮기거나, 직업을 갖게 되면 그 모임이 자연스레 사라지는 경우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나이도 있고, 국내에 정착해 관련 분야의 일을 하는 제가 뭔가 도울 수 있는 게 없을까 생각하다가 한 달에 한번 함께하는 TCK모임을 만들었어요. 같이 모여서 유투브에 올라와 있는 문화관련 농담도 함께 보고 이야기도 나누고 하는 시간이죠. 앞으로 TCK네트워크를 형성해 가는데 계속 노력하고 싶어요.

Q. 현재 서울글로벌문화센터에서 강의 중인 "한국 일상의 이해"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지난 5월 쇼핑을 주제로 첫 강의를 시작해서 매월 1회 목요일마다 무료로 진행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오래 거주해도 문화의 차이로 쉽게 이해하기 힘든 생활 속 한국인들의 말과 행동에 어떤 뜻이 내재되어 있는지, 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실속 있는 강연이죠. 앞으로 11월까지 교통, 일 등 서울 생활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중심으로 무료 강연이 이어질 예정이에요. 또한, 강연 후에는 참석 외국인들이 서울살이에 대한 경험이나 정보를 서로 공유할 수 있으며, 기타 궁금증이 있을 경우에는 서울글로벌문화관광센터 직원으로부터 자세한 내용을 상담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 일상의 문화를 알고 싶은 외국인과 문화교류를 원하는 한국인은 누구나 강연을 들을 수 있고, 강의 전까지 전화(02-3789-7961)또는 이메일(seoulcenter@seoulwelcome.com)로 신청하거나 강연이 진행되는 명동 서울글로벌관광문화센터로 방문신청하면 됩니다.

*한국 일상의 이해 프로그램 안내 (장소 : 서울글로벌문화센터 내 세미나실)

날짜 주제
9월 22일 (목) Transportation
10월 20일 (목) At Work
11월 24일 (목) Socializing & Networking

Q. 외국인에게 한국 문화를 강의할 때 가장 중점에 두는 사항?

첫째는 이것이 저의 시각이라는 걸 강조해요. 문화적 시각이지, 제 내용에 옳고 그름이 없고 문화교육에 있어서 절대 이래라 저래라는 없다는 것을 꼭 서두에 말합니다. 그리고 한발 물러서서 관찰하고 호기심을 갖고 왜 이런 문화가 형성됐을까 생각해보도록 당부합니다. 문화를 적응하고 습득하는데 있어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빨라요. 그 이유는 아이들이 두려움, 저항감이 없고 호기심이 많기 때문이죠. 그 후, 주제에 따라 한국에서 현재 일어나는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9월 주제는 '교통'인데, 하나의 실례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자리'란, 그냥 하나의 좌석이 아닌 어른들에겐 양보해야 하고, 나보다 어린 사람 앞에서는 편히 앉아있을 수 있는 또 다른 의미가 있음을 이야기할 계획이에요.

Q. 문화통역사로서, 서울 시민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우리가 진정 다문화 사회로 가길 원한다면, 어른이든 아이든 상관없이 우리의 마음속에 두려움과 위협심을 없애고 백인이든 제3세계 노동자든 그들을 포용할 수 있는 한민족이 되길 바랍니다. 사실, 우리 민족 정말 대단한 민족이잖아요. 그렇게 큰 아픔과 어려움을 겪고도 이만한 성장을 이뤄낸 나라가 거의 없어요. 우리가 얼마나 위대한 민족인지 우리 스스로 깨닫고 자랑스럽게 여기고 다른 민족을 배려할 수 있는 큰 민족으로서의 넓은 마음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서울글로벌관광문화센터(Seoul Global Culture & Tourism Center)

서울을 찾는 외국인과 서울시민들이 함께 어울려 글로벌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곳으로, 영어‧중국어‧일본어 상담원이 상주하며 서울에 대한 관광‧문화정보를 제공하고, 민화그리기, 한지공예 등 다양한 한국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문의 : 02) 3789-7961
홈페이지 : http://www.seoultourism.kr/

#이사벨 #서울글로벌문화관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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