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애정이 입은 옷, 어디서 사나요?

하이서울뉴스 박혜숙

발행일 2011.08.05. 00:00

수정일 2011.08.05. 00:00

조회 4,286

정원경 패션디자이너

 

"벌써 9시다. 그만 집에 갈래!" 친구의 말에 핸드폰의 달력을 보니 수요일. 그랬다. 친구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지난 5월과 6월 매주 수·목, '최고의 사랑'과 달콤한 데이트에 빠져있었다. 덕분에 드라마 남자주인공이었던 독고진역의 차승원은 물론 등장했던 제품들까지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입는 옷마다 유명세를 치르기에 많은 업체들이 자신들의 옷을 한번만 입어 달라 부탁한다는 패셔니스타 공효진. 이번 드라마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가 입은 야상 점퍼, 트렌치코트, 원피스 등 많은 옷들이 대한민국 여심을 흔들었다. 그런 그녀가 입은 여러 벌의 옷 중,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의 옷이 아닌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한 신진디자이너의 옷도 있었다. 다름 아닌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시선을 사로잡았던 토드 무늬 트렌치코트. 바로 그 트렌치코트를 디자인한 THE LOOM의 정원경 디자이너를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서 만났다.

Q.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찾아보니 전공이 패션이 아니세요(한국외대 터키어과 졸업). 어떻게 패션디자이너가 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부산 사람인 저는 대학은 막연히 서울에서 다니고 싶은 바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성적에 맞춰 대학과 과를 정하게 됐죠(웃음). 그렇게 졸업할 시점이 되니 '졸업 후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이 생기더군요. 당시만 해도 크게 하고 싶은 일도 없고, 다들 취업을 하니 저도 그냥 취업을 해야겠다 싶어서 무역회사에서 3년을 일했어요. 근데 너무 재미가 없어서, 더 이상 나이가 들기 전에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고 맘을 먹고 친구들과 고민을 나눴어요. 그때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온 친구가 "넌 미술과 패션에 관심도 많고, 손재주도 좋으니 디자인학원을 다녀보는 것 어때?"라고 추천해준 것이 계기가 되어 Sadi라는 디자인학원에 들어갔어요. 거기엔 총 3개의 과(커뮤니케이션 디자인, 프로덕트 디자인, 패션 디자인)가 있는데 패션 디자인 외에 나머지 두 개의 과는 제겐 없는 컴퓨터 기술이 필요하더군요. 그래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게 됐어요.

Q. 졸업 후 바로 개인 브랜드인 THE LOOM을 만드신 건가요?

A. 처음엔 패션회사에 취업을 했어요. 하지만 제가 들어가는 회사마다 번번이 브랜드가 없어지는 거예요. 이러다 안 되겠다 싶어서 제가 만들게 됐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시작하게 된 거죠.

Q.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A. 처음엔 정말 막막했죠. 하지만, 다행히 회사를 다니면서 회사에서 원하는 옷이 아닌 제가 원하는 옷을 만들기 위한 자그마한 제 개인 작업실을 만들어놨었어요. 그곳이 제 시작이 됐죠. 그리고 먼저 시작한 학교 동기가 생산처, 공장, 판로 등 어디를 이용하면 좋은 지 가르쳐줬어요. 그렇게 1년 넘게 있다가 학교 교수님이 '서울창작스튜디오'라는 곳에서 입주할 신진디자이너를 뽑는다는 걸 알려주셔서 지원하게 됐고, 지금까지 한 1년 반 동안 이곳에서 일하고 있어요.

Q. 그렇게 입주하게 되셨군요. 어때요? 개인 작업실에서 일할 때랑 비교한다면?

A. 말할 수 없이 여기(서울창작스튜디오)가 훨씬 좋죠!! 여기는 임대료, 전기세 등 모든 게 무료거든요. 그러다보니 제작비 외에 부대비용으로 나가는 재정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요. 또한, 24시간 365일 언제든지 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죠. 무엇보다도 신진디자이너의 가장 큰 어려운 점은 판매처, 즉 유통망이 부족하다는 점인데 신진디자이너들이 모여 있다 보니 유통업체에서 디자이너 찾을 때 여기로 연락이 와요. 또한, 서울창작스튜디오에서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줘서 백화점 편집샵(신진디자이너의 옷을 모아 파는 부스) 또는 Pop-up(백화점 공간을 이용해 일정기간만 판매하는 부스)매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줘서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판로)를 많이 만들어준답니다. 배우 '공효진'씨 옷 협찬도 이것이 계기가 됐어요.

Q. 저도 들었어요. '최고의 사랑'에서 구애정씨가 입었던 옷 중에 어떤 옷이죠?

A. 회색 바탕에 흰색 도트무늬(점무늬)가 있는 트렌치코트에요. 공효진씨 스타일리스트분이 백화점 편집샵에서 제 옷을 보시고 협찬요청전화를 주셨어요.

Q. 인기 드라마 여주인공이 입고 나온 뒤 매출이 달라졌나요?

A. 네.(웃음) 그 트렌치코트가 여름용은 아니었거든요. 근데 7월까지 그 코트를 찾는 전화가 끊이질 않았어요. 또한, 스타일리스트들끼리 서로 추천해주셨는지 다른 배우들 협찬과도 연결이 됐어요. 이미 종영한 '마이더스'의 이민정씨, 그리고 곧 영화로 찾아올 정려원씨 옷도 협찬했습니다.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 협찬한 토드무늬 트렌치코트(사진출처 MBC)(좌),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내 작업실(우)

Q. 저도 옷을 봤는데 참 정말 예뻐요. 색감도 새롭고. 특별히 아이디어를 찾는 방법은 무엇인요?

A.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제가 미술에 관심이 많거든요. 그래서 전시회가거나 그림책 보는 걸 좋아해요. 광화문 쪽에 미술관 많잖아요. 볼거리도 많고. 그래서 가끔 그곳에 찾아가 미술관을 중심으로 나들이를 즐기죠. 그렇게 그림을 보다가 한 장면에 꽂히면 그것을 아이디어로 이용해요. 사용하는 색감도 그림에서 많이 영향을 받고요.

Q. 신진디자이너 옷을 구입하고 싶을 땐, 아까 말했던 백화점 편집샵 외에 또 어디로 가면 되죠?

A. 요즘, 편집샵이 많이 생기고 있어요. A랜드(신사동 가로수길, 명동에 위치)나 LAB5(명동에 위치) 등에 가면 신진디자이너들의 참신함과 열정이 넘치는 다양한 옷을 만나실 수 있어요. 내셔널브랜드나 해외수입브랜드에 뒤지지 않는 품질과 디자인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많이 관심가져주세요!

그녀가 만든 브랜드 이름인 THE LOOM. 원단을 짜는 기계, 우리말로 베틀이다. 왜 이런 이름을 지었는지 물어봤다. 트렌드에 맞게 대량생산해서 한 계절 입고 마는 옷이 아닌 정성을 다해 한 땀 한 땀 만들어 두고두고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겠다는 그녀의 의지이자 다짐이라고 답한다.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 또 그 길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정원경 디자이너. 그 초심이 담긴 열정으로 앞으로 세계를 사로잡는 자랑스러운 한국의 디자이너가 되길 기대해본다.

 

◆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Seoul Fashion Creative Studio)

신진디자이너의 발굴 및 육성을 위해 지난 2009년 12월에 서울시에서 창설한 곳으로, 창업 5년 이내의 유망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정하여 무상으로 창작 공간을 제공하고 다양한 홍보 및 마케팅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문의 : 02) 3670-4574~5, 홈페이지 : http://www.sba.seou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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