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근이 엄마, 서울시 공무원 되다

하이서울뉴스 조선기

Visit12,495 Date2011.08.09 00:00


‘저는 남자분인 줄 알았어요’
서울시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공무원 3인을 만났다. 필리핀 출신 이자스민 씨, 베트남 출신 팜튀퀸화 씨, 중국 출신 김홍 씨. 이들은 보자마자 내 이름이 남자 이름 같다며 놀라워했다. 그러나 나는 그런 그들이 신기했다. 외국인인데 한국이름을 보고 남자 이름, 여자 이름을 구별하다니. 게다가 한국말은 어찌나 유창한지, 거짓말 조금 더 보태서 나보다 잘하는 것 같다. 


첫 월급으로 내복? 한여름인데…


그녀들은 7월 1일자로 서울시의 외국인 지원정책을 담당하는 부서인 외국인생활지원과에 배치됐다. 그곳에서 그녀들은 외국인지원시설 모니터링은 물론 외국인들이 사는 지역을 수시로 방문하여 그들의 불편사항을 정책에 반영하는 일을 한다. 서울시에서 일한지 이제 한 달. 얼마 전 첫 월급도 받았다. 그녀들은 어디에 첫 월급을 썼을까.


팜튀퀸화 : 시어머님이 생신이 있어서 그때 쓰려고요.
하이서울뉴스 : 어떤 선물을 하려고요?
팜튀퀸화 : 현찰 좋아하셔서요.
하이서울뉴스 : 하하하. 많은 어머니가 현금을 좋아하시죠.
팜튀퀸화 : 하지만 저는 첫 월급이라 선물하고 싶어요. 드라마에서 첫 월급타면 빨간 내복 사잖아요.
하이서울뉴스 : 내복 선물하기엔 너무 더운데요.
이자스민 : 그냥 수박 한통이 나을 것 같아요.
하이서울뉴스 : 그게 좋겠네요. 깔끔하게 수박 한 통.
김홍 : 저는 친정부모님이 중국에서 11개월 아이를 봐주고 계세요. 그래서 첫 월급 탔으니까 기념 선물 사 드리고 싶어요.


김홍 씨(33)는 11개월 아이를 중국에 두고 있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했다는 아이 얘기를 하면서 그녀의 눈이 촉촉해졌다. 그녀는 중국 청도출신의 한족으로 2002년 한국에 왔다. 전북대학교 경영학과와 연세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리고 현재 서양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중국인 남편과 서울에 살고 있다.

베트남에서 온 팜튀퀸화 씨(31)는 하노이 국립대학교 한국어학과를 수석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국어교육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인 남편과는 하노이대 재학시절 펜팔로 만나 2005년에 결혼했다. 현재 여섯 살, 두 살 딸아이의 엄마인 팜튀퀸화씨는 2009년부터는 국제아동권리기관인 Save the Children에서 베트남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엄마나라인 베트남 문화와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교재를 개발했다.


김홍 씨(33), 이자스민 씨(34), 팜튀퀀화 씨(31) (시계방향으로)


슬픔은 익숙해진다


필리핀출신 이자스민 씨(34)는 2007년부터 ‘KBS 러브 인 아시아’ 등 활발한 방송 활동으로 인해 ‘승근이 엄마’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그녀는 필리핀 명문사립 의대 출신으로 미스 필리핀 지역예선 3위에 오른 적도 있는 소위 엄친딸이다. 그러나 그녀에게 아픔이 찾아온 건 지난해. 항해사였던 남편이 딸을 구하려다 급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가끔씩 남편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자스민 : 한국에 오래 살다보니 한국음식에 익숙해졌어요. 필리핀 가면 1주째까지는 필리핀 음식 먹는데, 2주째는 한국식당 찾아가요. 그리고 한국 오면 첫 번째로 먹는 게 김치찌개에요. 전에는 남편이 많이 끓여줬는데…. 없으니까 요즘은 식당가서 먹어요.
하이서울뉴스 : 음식얘기가 나왔으니까, 못 먹는 한국음식 있으세요?
팜튀퀸화 : 음식은 다 잘 먹는데, 하나 못 먹는 게 있어요. 산낙지.
이자스민 : 산낙지 맛있는데….
김홍 : 저는 처음 왔을 때 된장찌개 못 먹었어요.
이자스민 : 청국장은 더 심하죠.
김홍 : 근데 지금은 잘 먹어요. 며칠 안 먹으면 생각날 정도예요.


슬픔은 익숙해진다. 음식도 익숙해진다. 6년 이상 한국에 머물다 보니, 그녀들의 핏속에 한국인의 정서, 감정이 단단하게 뿌리를 내렸다. 그래서 서울시 공무원으로 합격했을 때 누구보다 기뻐했던 그녀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서울거주 외국인들을 위해 누구보다 바쁘게 뛰어다녀야 할 때다. 이미 그녀들은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


이자스민 : 우리가 여기 들어온 게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기 때문에 들어온 것이거든요. 외국인의 시각으로 그들이 불편해하는 부분을 살펴보고 그걸 시정에 적용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팜튀퀸화 : 들어온 지 한 달 정도밖에 안 돼서, 아직 업무 파악하는 단계에요.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아요. 그게 요즘 생각이에요.
김홍 : 얼마 전에 연남외국인빌리지센터에 다녀왔어요. 연남센터가 잘 된 것 중 하나가 구청과 연결이 돼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마포구에 등록된 외국인들의 정보를 수집해서 홍보물을 우편으로 보내요. 그거 굉장히 잘하고 있는 일이에요.


그녀들의 얘기를 듣다보니,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서울글로벌센터와 글로벌빌리지센터(외국인 전용 동 주민센터)를 홍보하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런 것이 개인정보이다 보니 출입국관리소에서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소를 받을 수 없기 때문. 그래서 외국인을 위한 교육이나 혜택이 있어도 편지나 메일을 보낼 수 없다. 그저 외국인들에게 홍보하고 그들이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 가끔씩 전화로 외국인빌리지센터를 찾아오겠다는 사람이 있지만, 이들에게 전화로 위치를 알리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이자스민 : 센터가 찾기 힘든 장소에 있어요. 접근성이 어렵죠. 그것 때문에 외국인들이 더 찾기 어려운 거 같아요. 특히 외국인들한테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길찾기에요. 전화로 설명한다고 해도 못찾아요.
김홍 : 맞아요. 너무 어려워요.
팜튀퀸화 : 접근성을 좀 더 높였으면 좋겠어요.
이자스민 : 그리고 빌리지센터마다 3명밖에 없어요. 그것도 센터장 포함이죠. 한 명이 휴가라도 가는 날엔 식사하기도 쉽지 않을 거예요. 거기에 계신 분들의 권리도 찾아주고 싶어요.



다문화? 그건 정책을 위한 명칭이죠


그녀들이 한국에서 몸소 겪었기 때문일까. 외국인정책에 관해서 그녀들은 할 말이 많았다. 특히 외국인 자녀들을 위한 교육문제에 큰 관심이 있었다.


팜튀퀸화 : 지금 외국인 정책이 다문화가정을 위주로 진행되고 있잖아요. 그뿐만 아니라 노동자 가정 특히 그 자녀들의 교육 문제도 신경써야 해요. 그들이 소외계층이 되지 않도록 지원을 해줘야 할 것 같아요.
김홍 : 동감이에요. 한국에 단기간 머무는 외국인 근로자도 있지만, 장기간 계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그들이 오래 한국에 있으려면, 외국인 자녀 교육 문제가 시급하죠. 그리고 시민들의 글로벌 인식교육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자스민 : 제가 글로벌 인식개선 강의를 많이 다녀요. 많은 아이들이 글로벌 인식개선 강의를 듣고 있는데, 어른들도 이런 강의가 필요해요. 인식개선 사업은 결과가 가장 눈에 안 띄는 사업이거든요. 적은 결과를 얻는데도 큰 예산과 큰 노력이 필요하죠. 우리 눈에 안 보이겠지만, 꾸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멀리 바라봐서 그 결과가 어느 순간 꽃피는 날이 있을 거에요.


가끔 생각한다. 이 작은 지구에서 인종이 어떻고, 종교가 어떻고 하는 건 굉장히 편협한 일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을 만날 때마다 어색함을 느끼는 건 왜일까. 아무래도 어렸을 적부터 함께 생활하지 않았다는 ‘낯설음’ 때문인 것 같다. 적어도 내가 어릴 적에는 외국인과 한 반에서 공부한 적도, 그들과 어떤 대화를 하고,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배워본 적이 없으니까.
글로벌 인식개선, 이 거창한 단어가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분명한 건 우리와 그들이 한 울타리 안에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자스민 씨가 말한 내용을 하단에 싣는다.


이자스민 : 외국인들을 많이 접하면 접할수록 익숙해질 거예요. 제 경험이 그래요. 처음엔 외국인이라고 불리다가 지금은 승근이 엄마로 불리고 있거든요. 어느 순간 다문화라는 단어도 쓰지 않는 순간이 올 거고, 필요 없을 거로 생각해요. 한부모 정책, 다문화 정책. 이런 이름이 정책적으로 편리하긴 하죠. 그런데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리 반가운 이름은 아니에요. 모든 사람들을 안고 갈 수 있는 정책이 언젠가 생길 거예요. 저희가 그런 정책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서울글로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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