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지나면 더욱 젊어지는 비밀통로

이성수

발행일 2011.04.04. 00:00

수정일 2011.04.04. 00:00

조회 4,682

봄은 딱 한 단어로 불려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안에는 연애, 로맨스, 생동감, 소풍, 여행, 두근거림, 휴식 등 너무나도 많은 의미들이 담겨 있다. 그래서일까? 봄이라는 말 한마디에 돌덩이처럼 굳어진 노처녀의 가슴에도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휴일이면 잠만 자던 아빠도 외출을 생각해보게 된다. 하이서울뉴스에서는 당신의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봄을 맞아, 다양한 볼거리와 재미, 그리고 쉼이 가득한 서울의 대표적 거리 4곳을 그곳을 잘 아는 시민과 동행 취재했다. 첫번째 순서로 홍대 지도를 눈감고도 그리는 마케터 이성수씨와 홍대입구를 다녀왔다. 이성수씨가 전하는 홍대의 매력에 함께 귀 기울여보자!

‘홍대입구’, 그 이름에 담긴 이야기

이 단어는 이제 단순히 한 학교의 이름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의 범주를 넘어, 서울을 대표하는 hot place이자, 하나의 문화 코드를 상징하는 광범위한 활용도를 가지게 되었다. 인디밴드와 출판사, 그리고 미술학도들의 주무대가 되어왔던 홍대입구의 이미지는 급속도로 세포분열을 하는 생명체와도 같이 매우 빠르고 다양하게 변화되어 왔다. 클럽 문화와 쇼핑의 중심지, 그리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수 많은 술집과 커피숍들의 흥망성쇠와 함께 홍대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하드웨어적인 상권의 확장과 더불어 소프트웨어적인 문화의 확장이 놀라운 흡인력을 가지고 사람들을 이곳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서울의 그 어떤 공간보다 다채로운 모습과 매력을 가지고 있는 홍대입구, 사람들은 여전히 이곳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그 이야기를 전파하고, 흡수하고, 또 새롭게 창조하며 이 봄을 맞이하고 있다.

수 많은 선택들의 즐거움, 커피와 함께 하는 이야기

홍대입구라는 물리적 공간의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최근 홍대 상권의 확장은 매우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확장을 주도하고 있는 주인공들은 바로 기발하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깔끔한 에스프레소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카페들이다. 획일화되고 대형화된 프렌차이즈 커피 전문점에 지친 사람들은, 작지만 아담한 이 공간 속에서 자신들의 인생을 이야기하고 공감하고, 또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 가고 있다. 특히 카페거리 제일 안쪽에 위치한 가또에마미(Gateaux et M'amie)는 다양한 초콜릿 드링크와 디저트로 발걸음을 멈추게끔 만든다. 아무것도 마시지 않는다고 해도 좋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카페거리를 거닐며 이 가게들의 아름다움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울 테니 말이다.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카페거리를 걷고 홍대 정문 쪽으로 오면 홍대의 명물, 놀이터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마다 펼쳐지는 프리마켓(Free Market)은 이제 홍대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장터이다. 우리 중 누군가는 재미 삼아 눈요기로 이 장터를 찾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알뜰구매를 위한 득템을 기대하며 이 곳을 찾을 것이다. Market으로 정의되는 이 공간은 사실 수 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Gallery의 성격에 더 가깝다. 이 곳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사람들은, 아니 예술가들은 자신의 열정과 꿈을 담은 작품으로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선물하고 예술가로서의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 곳에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삶의 생동감과 열정, 그리고 꿈을 느낄 수 있는 것만 같아 기분이 매우 Free 해지는 Market 이다.

한 잔 술과 함께 쓰여지는 이야기

주말 밤에 홍대를 찾는 사람들이 가장 놀라는 것 중 하나가, 새벽 2-3시가 넘어서도 거리를 꽉 채운 수 많은 사람들이다. 젊음과 열정으로 십여미터가 넘는 줄도 마다하지 않는 홍대의 클럽문화와 맛과 분위기를 겸비한 훌륭한 Bar와 선술집은 홍대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매우 중요한 요소다. 사람들은 함께 술을 마시고, 이야기하고, 취하며 서로의 인생을 나눈다. 내가 즐겨 찾는 일본식 다이닝바 모리는 깔끔하고 맛있는 안주가 일품인데, 비가 오는 날이면 창 밖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라디오 삼아 사케를 마실 수 있어 술 마시는 즐거움이 배가 되는 곳이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곳을 찾는 것보다는 자주 찾던 가게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 습성이 생기는데, 매일 같이 변화하는 홍대입구 가게들의 빠른 수명 주기 속에서 꽤나 오랜 시간 골목길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어주는 이 가게 사장님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림 같이 예쁜 가게들의 이야기

미술학도들이 그림을 그리듯이 홍대입구의 초기 모습을 완성하였다면, 인테리어와 디자인 좀 한다 하는 사람들이 홍대입구라는 건축의 도화지에 자신들의 솜씨를 뽐내듯이 아름답게 이곳을 장식하고 있다.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이 길거리 곳곳에 숨겨진 아름다운 가게들을 발견할 때의 기쁨은 홍대를 더욱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가구 디자인이 돋보이는 aA Design Museum은 이제는 홍대를 대표하는 카페 중 하나가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소품으로 사용되고 있는 다양한 가구 디자인과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내부의 가구 하나하나가 작품이기 때문. 계산대에 마련된 설명서를 들고 천천히 둘러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홍대문화의 이야기들을 지원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

혼잡스러운 홍대 주차장 골목을 조금만 벗어나면, 홍대입구를 자주 찾는 사람들도 잘 알지 못하는 숨겨진 보물과도 같은 공간이 있다. ‘서교예술실험센터’. 이곳은 홍대 앞에 밀집한 다양한 홍대 문화의 네트워크와 예술활동을 지원하고, 다양한 문화 정보 안내와 더불어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공간이다. 홍대입구에서 만들어지는 수 많은 이야기들 속에는 이들처럼 숨겨진 곳에서 지원과 노력을 하고 있는 이들이 있기에 더욱 그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무료로 제공되는 커피 한 잔을 들고 4월에 전시될 ‘김희라 개인전-삼과 삶’, ‘윤휘근 개인전-암내’를 둘러봐도 좋고, 센터 옥상 공방을 개방하는 ‘서교동 하늘공작소’ 프로그램에 참가해서 우리 스스로가 홍대입구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믿는다.

봄이다. 유난히도 춥게만 느껴졌던 올 겨울이 지나가고 따뜻한 햇살이 두터운 외투와의 이별을 재촉하고 있다. 날씨에게 미안해서라도 먼지 묻은 카메라와 스니커즈를 챙겨 외출을 해야 할 것만 같은 하루다. 생동감이 넘치고 항상 열정이 느껴지는 곳, 빠름과 느림의 공존과 같이 모순되는 다양성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곳, 4월의 홍대입구는 또 새롭고 다채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선물해주고 있다.

 

글 : 이성수 / 구성 및 사진 : 하이서울뉴스 박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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