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가 오순도순, 옥상에서 배추도 사랑도 무르 익어요

시민기자 임근영

발행일 2010.11.26. 00:00

수정일 2010.11.26. 00:00

조회 5,127

서울 화곡동에 사는 서진이네는 옥상에 텃밭을 만들어 교외의 주말농장처럼 가꾸는 재미를 느끼며 지낸다. 서진이 할머니 이한자(여, 65세)씨는 10여 년 전부터 어머니(82세)의 지도와 서진이 엄마의 도움으로 40여 평의 옥상에 상자텃밭을 일구어 친환경 재배법으로 상추, 배추 등 채소뿐만 아니라 소나무, 치자나무, 매실나무 등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나무도 가꾸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방문한 서진이네 옥상을 보고 놀란 일은 옥상에서 재배하고 있는 가을배추가 너무나 탐스럽고 깨끗한 것이었다. 그 파란 넓은 배추 잎에 벌레 구멍 하나도 없는 것이다. 이한자씨의 설명에 의하면 “벌레와 진딧물이 생기기는 하지만, 팔십이 넘은 어머님을 비롯하여 집안 식구들이 운동 삼아 올라와 벌레 한 마리 한 마리씩 잡아준다”는 것이다.

10여 년 전에 3층 건물 옥상에 화분 1~2개로 시작한 옥상텃밭은 지금은 50여 개의 상자텃밭을 분양 받아 옥상텃밭으로 일구고 있다. 가로 49cm, 세로 32cm, 높이 20.5cm 크기의 상자텃밭을 서울그린트러스트로부터 분양받은 것이다. 올 봄에 이 상자텃밭에 고추, 가지, 상추, 케일, 토마토, 오이, 단호박 등을 심어 가꾸었고 가을에는 감장용 배추 60포기와 쪽파와 대파까지 기르고 있다. 상자텃밭 1개에 김장용배추 2포기씩을 기르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지난 봄철에 심은 상추에서 씨앗을 받아 상자텃밭에 비닐을 덮어 조그만 비닐하우스를 만든 후, 씨를 뿌려 상추가 파릇하게 돋아나 자라고 있다. “이 상추로 쌈밥을 해 먹으면 별미”라고 이한자씨는 말한다. 중간 정도 크기의 상추도 한 상자 자라고 있다.

그 외에 옥상텃밭에는 매실나무를 길러 2년 전부터 매실을 수확하고 있으며 석류나무, 소나무도 기르고 있다. 치자나무도 가꿔 그 열매 치자로 모자나 옷에 자연염색을 하기도 하고 녹두전이나 치자떡을 할 때 식용색소로 사용하기도 한다. “치자나무는 지금도 5그루가 있으며 이웃에 여럿 분양해 주기도 하였다”고 이한자씨는 말한다.

옥상이라 작물의 생육에 필요한 영양소가 많이 필요한데 비료로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고무통에 모아 EM용액을 넣어 발효시킨 다음 비료로 사용하기도 하고, 소변을 받아 발효시킨 다음 상추나 배추, 케일 같은 채소류에 거름으로 사용하면 채소들이 잘 자란다”고 이한자씨는 설명한다. 지금도 고무통에는 채소류와 과일껍질 등 음식물 쓰레기가 가득 모아져 있다.

또한 달걀껍질을 모아 상자텃밭에 부숴 뿌려주기도 한다. “달걀껍질은 부족한 상자텃밭의 흙 역할도 하고 땅의 산성화를 막아 식물이 잘 자라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쌀뜨물을 채소류에 수분공급하기 위하여, 비료 대용으로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이한자씨는 생태순환을 이루는 친환경농법으로 옥상텃밭을 가꾸고 있는 것이다.

도시의 옥상이라 하여도 농작물에 진딧물은 생기는 법. 서진이네는 담배를 이용하여 물에 타서 채소류에 뿌려 진딧물을 없애거나 예방을 하지만, 또한 “가족들이 옥상에 올라와 직접 손으로 벌레나 진딧물을 잡는다”고 이야기 한다.

옥상텃밭을 가꾸며 좋은 점의 하나는, 텃밭을 가꾸어 친환경농법으로 채소류를 길러 그 농작물(배추속잎, 단호박)을 어린 서진이의 이유식에 사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족에게는 직접 재배한 싱싱하고 안전한 과채류를 먹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비할 수 있는 양보다 농작물이 많이 생산될 경우에는 이웃과 함께 나눌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

또한 옥상텃밭을 일구면서 어려웠던 점은, 아무래도 잘 생기는 진딧물이나 배추 같은 잎 채소류에 생기는 벌레, 고추의 탄저병 같은 병충해 예방법과 그 방제법에 대한 정보부족과 이런 병충해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나무에 병이 생길 때 그 처리방법을 몰라 답답하기도 하며, 한 여름에 옥상텃밭에 물주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한다.

올해 서진이네 텃밭의 최고 자랑거리는 김장배추를 자급자족할 수 있다는 사실. 올해 같은 배추파동이 일어나는 해에 옥상텃밭에서 싱싱하고 안전한 김장배추가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은 큰 자랑거리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김장에 사용할 고추도 옥상에서 재배한 것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올해 김장은 12월 초에 옥상에서 재배한 김장배추를 뽑아 할 예정이다. 배추 60여 포기 정도면 서진이네 가족에게는 충분한 양이 되는 것이다. “옥상텃밭에서 재배한 배추와 고추로 김장 할 생각을 하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고 이한자씨는 말한다.

옥상텃밭의 가장 좋은 점을 꼽으라면? “옥상에 가족이 올라와 벌레를 같이 잡기도 하고, 같이 일을 하기도 하며 같이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 가족 간의 정이 더욱 풍성해지는 기분”이란다. “옥상텃밭이 있으니 생후 9개월짜리 서진이에게는 채소나 나무나 꽃을 보여주기도 하고 만져보는 기회도 되어 좋다”고 한다. 팔순의 할머니도 “옥상텃밭을 하는 것이 재미있고 운동이 되는 것 같아 좋다”고 이야기한다.

단독주택의 옥상에 옥상텃밭을 꾸미려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처음에는 조금씩 화분 몇 개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하며 “어느 정도 상자텃밭이 익숙해지면 취미로, 재미를 느끼며 늘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한자씨는 말한다. 또한 ”한여름에는 상자텃밭이 많으면 물주는 일도 큰 일“이라면서 ”어쨌든 처음에는 조금씩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역설한다.

지난 11월초에 ‘2010 서울시 생활녹화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서진이네 옥상텃밭에서는 이야기꽃이 끝이 없이 피었다. 9개월짜리 서진이부터 팔순의 증조할머니까지 4대가 함께 옥상텃밭을 하면서 전원생활을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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